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지 오늘로 꼭 100일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이른바 '소통령'이란 비판 속에, 검찰 직접수사권 복원을 비롯해 막강한 영향력을 두루 행사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검사 시절 '악연'으로 이어진 문재인 정부 인사들과는 국회에서 연일 충돌하는 등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장관을 안다는 법조계 관계자들은 그가 머릿속에서 하고 싶은 말은 폭포처럼 쏟아져 나오는데 정작 입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한다. 보통 사람들은 할 말이 머릿속에서 즉각 떠오르지 않아 말을 더듬고 답답함을 느끼는데 한 장관은 정반대인 경우라는 것이다. 

◆ 너무 빠른 머리회전…입이 못따라간다

24일 이데일리에 따르면 한 장관도 이런 자신의 습성을 의식한 듯 지난 11일 검찰 수사개시 개정안 브리핑 도중 “제가 (말 속도가)좀 빠른가요? 익숙해지실 겁니다”며 슬쩍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선 ‘입법권 침해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 날 선 질문이 잇따랐지만, 한 장관은 바로 앞에 대본이 놓여있는 듯 급하게 긴 답변을 쏟아냈다. 

이런 한 장관의 ‘말폭포’ 습성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의 설전에서도 드러난다. 인사청문회, 대정부질문 등에서 한 장관이 답변하는 장면을 되돌려보면 긴 답변을 쏟아내다 호흡이 달려 ‘흡-’하고 숨을 몰아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한 장관은 학창 시절부터 승부욕도 유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 사법고시 합격에 검찰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승승장구해왔으니 남에게 밀리는 것에 더욱 질색하고, 일단 마음먹은 일은 당장 끝맺음을 짓고 말려는 성향도 굳어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총력 대응, 설전에서 단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또박또박’ 반박하는 그의 태도는 남다른 승부욕과 급한 성질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 한동훈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169석 야당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국회 무시'를 지적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실에 기반한 의혹 제기가 아닌 태도 지적만 거듭되면서, 야당의 무능·자격 논란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날 한 장관은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질의하는 민주당 위원들에게 "말씀해 보시라", "너무 심플(simple)해서 질문 같지가 않다", "지금 이 질문을 가만히 두실 건가" 등 도발이 이어졌다. 급기야 자신도 연루된 '채널A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강욱 의원을 향해서는 돌연 "기소되셨지 않느냐"며 국회법상 이해충돌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한 언론은 그러나 한 장관의 이같은 '도발'은 민주당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무능이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 5월 9일 한 장관의 인사청문회에서 어설픈 공세로 사실상 자멸했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한 장관 딸의 논문 의혹, 노트북 기증 의혹 등에 대해 기본 사실 관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나와 여론의 비웃음을 샀다. 오히려 한 장관이 사실 관계를 바로잡아주며 의원들을 타일렀고, 덕분에 자신의 청문회에서 인지도까지 확실히 쌓았다.

둘째는 자격 문제다. 한 장관은 문재인 정부 시절 서울중앙지검 3차장,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등 특수통 요직을 거치며 사실상 문 정권의 '칼잡이' 역할을 했다. 따라서 한 장관을 향한 민주당의 공격 지점 상당수가 문 정권의 실책을 찌르는 모양새가 됐다. 

셋째는 명분이다. 민주당은 한 장관이 밀어붙인 법무부의 시행령이 검찰수사권을 제한한 입법 취지를 훼손했다며 맹공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한 장관은 법리적 흠결이 없다는 주장으로 맞서며 오히려 민주당이 강행처리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민심과 동떨어진 법안을 온갖 꼼수를 동원해 통과시켜놓고, 왜 시행령으로 법안을 무력화 시키냐고 따져 봤자 여론의 지지를 받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을 한 장관이 간파하고 강하게 반박하는 모양새다.

◆합수단 부활…검찰개혁 쫓던 전임자와 차별

24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행보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으로 불리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시행에 대비해 검찰 수사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과 전임 장관들과는 다른 민생을 챙기는 법무 행정으로 요약된다.

취임 초기 전임 장관들의 색채를 지우며 서민과 직결된 현안을 챙기는 모습으로 호평을 얻은 반면, 한편에서는 '친윤'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검찰 인사에 대한 비판 속에 중립을 지켜야한다는 조언이 잇따른다.

 

취임 일성으로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 부활을 내건 한 장관은 취임 초반부터 교정공무원에 대한 처우 개선, 촉법소년 연령 조정 등 민생과 밀접한 법무 행정에 힘을 쏟았다. 스토킹 범죄자에 대한 전자발찌 부착, 굴착기 등 '건설기계'도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를 치어 숨지거나 다치게 하면 가중처벌 대상이 되도록 하려는 행보 등도 문재인 정부 당시 법무부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합수단의 경우 추미애 전 장관 시절 폐지됐던 조직을 부활한다는 점에서 이전 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전임 장관들이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었던 검찰개혁에 주안점을 두고 직무를 수행한 것과 달리, 첫 현장 방문으로 청주교도소를 찾는 등 그간 법무부 내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교정본부에 관심을 두며 행정가로서 면모를 보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장관이 법무부의 숙원 사업으로 꼽혀왔던 이민청 설립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친 점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룬다. 그의 계획대로라면 인구절벽과 다문화 시대에 발맞춰 이민정책을 전담할 컨트롤타워가 마련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한 장관 취임 이후 법무부가 진영논리를 벗어나 내놓은 과거사 사건에 대한 구제 조치는 야권으로부터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법무부 방침에 따라 제주4·3사건의 일반 재판 피해자들도 검찰이 직권 재심 청구를 할 수 있게 됐으며,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의 경우 법무부가 법원의 화해 권고를 받아들임에 따라 판례가 바뀐 것에 따른 지연금을 면제받을 수 있게 됐다.

9월 시행을 앞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응하기 위한 시행령 개정과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 검찰 수사권 확보를 위한 방안 역시 한 장관이 취임 후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이다.

한 장관은 이전 정부에서 축소됐던 검찰의 직접수사 강화를 위해 조직 개편으로 폐지됐던 강력부 등 직접수사 부서를 복원하고 각 형사부에서도 검찰총장의 승인 없이 직접수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법무부 내 전담 TF를 구성, 개정안의 위헌성을 지적하는 권한쟁의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고 청구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지난 12일부터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 개정안은 검찰의 직접수사 개시가 가능한 부패·경제 범죄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여기에는 상위법 통과로 배제됐던 대다수 범죄가 포함돼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과 관련해 한 장관은 직접 브리핑을 열어 법이 위임한 대로 행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검찰 수사권을 축소하는데 취지를 둔 상위법 무력화라는 야권의 반발과 함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수사 주체를 둘러싼 법리적 문제 등 개정 시행령에 따른 혼란을 우려하는 시선이 나온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최근 검찰총장 후보 지명과 함께 한 장관이 중립적 행보를 통해 친정인 검찰과 적정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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