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원 기자] 쌍용자동차가 KG그룹 품에서 새롭게 출발한다. KG그룹은 법원의 회생계획안을 인가받으면서 쌍용차 정상화 절차를 시작하게 됐다. 

◆회생담보권자 100%, 회생채권자 95%, 주주 100%

서울회생법원 회생1부(법원장 서경환, 부장판사 이동식 나상훈)는 26일 오후 관계인 집회를 열고 회생계획안을 인가했다. 

이날 관계인집회에서 회생담보권자인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이 모두 찬성해 100% 찬성률, 회생채권자는 95.04% 찬성률, 의결권을 행사한 주주들은 찬성률 100%로 회생안계획안에 동의했다.

법원이 회생계획을 인가하려면 회생담보권자의 4분의 3, 회생채권자의 3분의 2, 주주의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이날 관계인집회에선 높은 찬성률을 기록하며 무난하게 통과됐다. 

법원은 인가 후 "쌍용차는 이번 회생절차 개시 이후 소액상거래채권 조기변제, 정년 퇴직자 등 자연감소 인원에 대한 대체 충원 미실시 등 자구노력 및 강한 회생의지, 협력업체 등 채권자들의 적극적인 협조에 힘입어 성공적인 인수합병(M&A)이 이루어져 회생계획이 인가되기에 이르렀다"며 "법원은 향후 회생계획에 따라 채무가 변제되는 대로 조속히 회생절차 종결결정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인가된 회생계획안은 쌍용차 관리인과 KG컨소시엄 사이에 체결한 M&A 투자계약을 반영해 작성됐다. 

M&A 투자계약에 따라 납입된 인수대금 3,654억9,000만 원을 변제 재원으로 회생 담보권 및 회생채권을 변제한다는 내용이다.

변제가 완료되면 쌍용차는 KG컨소시엄에 대해 추가로 발행하는 신주 인수대금 5,645억1,000만 원으로 공익 채권을 변제하고 필요한 운영자금을 조달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회생담보권은 원금 및 개시 전 이자 100%를 현금변제하고, 회생채권 중 상거래 채권은 원금 및 개시 전 이자의 13.97%를 현금변제하고, 86.03%는 출자전환, 대여금 채권과 구상채권 등은 원금 및 개시 전 이자의 6.79%를 현금변제하고 93.21%는 출자전환한다는 내용이다. 

앞서 매각주간사인 EY한영회계법인은 이날 관계인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을 검토결과 청산가치 보장가치를 충족하고 있으며, 수행가능성이있다고 보고했다. 

협력업체로 이뤄진 상거래 채권단 박경배 대표는 "현금변제율에 대한 아쉬움이 남지만 협력업체 회사들의 권익보호와 손실 최소화를 위해 대다수가 회생계획안에 찬성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변수로 평가받던 상거래채권단의 동의 문제도 수월하게 넘어갔다. 상거래채권단은 현금변제율이 너무 낮다며 반발했지만 KG그룹의 300억 추가 투입 등으로 한발 물러선 상태였다. 

340개 협력업체로 구성된 상거래 채권단의 의견은 25일까지 통일되지 못했지만, 대주주인 현대트랜시스와 희성촉매가 회생안에 동의하기로 하면서 대세가 기울었다. 

아울러 대주주인 미한드라도 인도중앙은행의 결정을 거쳐 회생계획안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이날 상거래 채권단의 동의율을 높였다. 

◆법정관리 1년 8개월 만에 KG그룹의 품으로...곽재선 "정상화 노력하겠다"

한편 이날 쌍용차의 회생계획안 인가는 쌍용차가 두 번째 법정관리를 시작한지 1년 8개월 만이다. 

쌍용차는 쌍용그룹에서 대우그룹으로, 2004년에는 중국 상하이 자동차로, 2011년에는 인도 마힌드라 그룹으로 주인이 바뀌면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2020년 12월 법정관리를 시작한 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나섰지만, 인수대금 잔금을 내지 못하면서 인수계약이 취소됐다. 

이후 KG그룹이 올해 3월 쌍용차를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쌍용차는 인수예정자와 조건부 투자 계약을 체결한 뒤 공개입찰을 통해 최종 인수자를 확정짓는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한 결과 최종 인수자로 KG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KG그룹은 이날 법원 인가를 받고, 쌍용차를 확실히 인수한만큼 앞으로 정상화에 힘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이날 서울회생법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많은 분들이 동의해주시고 다시 한번 회생하라고 응원해주셔서 열심히 하려고 한다"며 "저와 우리 임직원 모두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국민들께 희망을 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오늘 50여 년 전 박태준 회장님이 포스코를 건설할 때 '성공하지 못하면 우리 모두 다 우향후해서 포항 앞바다에 빠져죽자'고 했던 정신이 생각났다"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곽 회장은 이날 채권단의 동의 과정에 대해 "많은 분들이 충분히 도와주셔서 95%의 찬성률이 나왔다"며 "그간 채권단들과도 많은 대화를 했고 '다시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함께 힘을 합쳐 잘 이끌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곽 회장은 쌍용차의 전동화 전략에 대해 "이미 시작됐다"며 "내년에 전기차가 나올 것으로 보고 전기차 플랫폼을 빨리 시작해서 준비를 차곡차곡 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쌍용차의 정상화 방안에 대해 "한두가지로 될 문제가 아니니 저와 직원들이 힘을 합쳐서 차곡차곡 의견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관계인집회에서 변수로 평가받았던 상거래채권단(협력업체)과의 관계에 대해 "어차피 자동차 산업은 혼자서 갈 순 없다"며 "협력업체의 동반자적 관계가 필요하니 다 상의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곳곳에 고칠부분들도 있고 증명해야할 부분도 있다"면서 "쌍용차는 충분히 정상화할 수 있을것이라 생각하고 곧 여러분께 결과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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