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스마트폰에서 분리된 일반 유심(USIM)의 모습.
사진은 스마트폰에서 분리된 일반 유심(USIM)의 모습.

[정재원 기자] 다음 달부터 스마트폰 한 대로 번호 2개를 동시에 사용하는 e심(SIM) 서비스가 시작된다. 

추가 스마트폰을 구매하지 않아도 개인용과 업무용 번호를 구분할 수 있고 해외에 나가서도 유심(USIM)을 갈아 끼울 필요 없이 현지 요금제를 쉽게 사용할 수 있다. 

또 스마트폰을 잃어버렸을 경우, 기존대로라면 이용 중인 통신사 두 곳 모두에 분실 신고해야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사용 편의 제고를 위해 한 곳에만 신고해도 모두 분실 처리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28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e심 사용이 가능해진다.

"통신사 투넘버 서비스 쓰면 이미 번호 2개를 쓸 수 있지 않나요? 굳이 e심으로 바꿔야 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일각에서는 이같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e심의 주 기능 중 하나로 듀얼심을 활용한 '1폰 2번호'가 언급되고 있지만, 이미 존재했던 이동통신 3사의 '투넘버 서비스'와 다를 게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

결론적으로 말하면 보다 범용성이 넓고 확실하게 회선이 분리되는 것을 바란다면 'e심', 단순히 별도의 전화번호만 필요하고 더 저렴한 서비스를 원한다면 '투넘버 서비스'가 적절하다.

◆이통사 제공 '투넘버 서비스', 저렴하지만 제약 多

이동통신 3사는 월 3,300~3,850원 정도만 내면 2개의 번호를 제공하는 투넘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의 '넘버플러스Ⅱ', KT의 '듀얼번호 Lite', LG유플러스의 '톡톡 듀얼넘버' 등에 가입하면 하나의 휴대전화로 2개의 전화번호를 이용할 수 있다.

투넘버 서비스에 가입하게 되면 이통사가 임의의 '가상번호'(끝 4자리는 이용자 선택 가능)를 부여해주면서 이름 그대로 2개의 전화번호를 갖게 된다. 

다만 번호가 2개라 해서 새 폰을 개통한 것처럼 완전히 분리가 되는 것은 아니고, 여러 제약이 있다. 가상번호인 만큼 별도의 본인인증이 불가능한 것이 대표적이다. 본인인증이 불가해 번호가 2개라 해도 별도 인증이 필요한 어플리케이션(앱) 등을 기존 번호와 완전히 분리해서 사용하기는 어렵다.

투넘버 서비스는 신경써야 하는 부분도 많다. 기존 번호가 아닌 가상번호로 연락을 하기 위해서는 *281(SKT), *77(KT), *77#(LG유플러스) 선입력해야 한다. 또 문자의 경우 가상번호로 문자가 오면 'M1'(SKT), '듀'(KT) 등으로 구분되지만, 선입력 번호 없이 곧바로 답장을 해버리면 상대방에게 가상번호가 아닌 기존 번호로 문자가 가게 된다. 자칫하면 의도치 않게 기존 번호가 노출될 수도 있는 셈이다.

투넘버 서비스는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 중 어떤 운영체제(OS)의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지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인다. '카카오톡'과 같은 소셜미디어(SNS) 앱의 경우 안드로이드 폰에서는 '듀얼메신저' 기능을 통해 분리해서 이용할 수 있지만 아이폰에서는 불가능하다.

이외에도 투넘버 서비스는 이통사가 제공하는 부가서비스인 만큼 이통사를 옮길 경우에는 서비스가 중단되고 바꾼 곳에서 새로 가입해야만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9월 1일부터 e심 서비스 시작
9월 1일부터 e심 서비스 시작

◆듀얼심은 '회선 완전 분리'…더 편리하지만 비용 부담↑

그렇다면 e심을 통한 듀얼심은 투넘버 서비스와 어떤 점에서 다를까. 근본적인 차이는 투넘버 서비스가 '하나의 계약'에 가상번호를 포함한 2개의 번호를 부여하는 것이라면, 듀얼심은 하나의 휴대전화에 아예 '2개의 계약'을 가능케 한다는 점이다.

듀얼심은 가상번호가 부여되는 방식이 아니라 '진짜 번호 2개'를 한 휴대전화에서 개통할 수 있다. 회선 자체를 따로 개통하는 것이기에 투넘버 서비스와 달리 이통사의 제약도 받지 않고 입맛대로 선택할 수 있다. 기존 유심은 이통 3사, e심은 알뜰폰으로 가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진짜 번호인 만큼 두 번호 모두 본인 인증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듀얼 메신저 기능 등을 이용하지 않아도 SNS·메신저 앱을 손쉽게 분리해서 사용할 수 있는 것. 물론 투넘버 서비스처럼 전화·문자를 하기 전 특정 번호를 선입력할 필요도 없다.

유심과 e심의 회선이 완전히 분리됨에 따라 요금제도 자유자재로 선택할 수 있다. 2개 전화번호를 쓰는 주 목적이 업무상의 이유인 만큼 하나의 번호는 데이터 제공량이 많은 고가 요금제, 나머지 하나는 수신용 등으로만 활용하는 저가 요금제를 쓰는 식이다. 

듀얼심이 이처럼 투넘버 서비스보다 범용성과 편의성이 더 높긴 하지만 그만큼 더 많은 비용을 내야 한다. 투넘버 서비스는 매월 3,000원대의 요금만 내면 되지만, 듀얼심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2,700원의 e심 설치 비용을 낸 이후에도 매월 자신이 선택한 요금제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기 값까지 추가되는 투폰에 비하면 저렴하지만 투넘버 서비스보다는 부담이 더 큰 게 사실이다.

보조 번호에서 가장 저렴한 요금제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매월 최소 1만 원 가량의 통화 요금은 추가로 부과될 수밖에 없다. KT가 내달 출시하는 듀얼심 전용 요금제 '듀얼번호'(월 데이터 1GB+400Kbps)의 경우 요금이 월 8,800원이고, 알뜰폰 최저가 요금제도 비슷한 수준이다. 투넘버 서비스 요금과 비교하면 이용 요금제에 따라 약 2~3배 이상의 비용이 들 것으로 전망된다.

투넘버 서비스와 듀얼심을 고민 중이라면 본인의 사용 목적을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일상 번호와 분리되는 전화·문자용의 번호가 필요한 자영업자·택배업 종사자 등이라면 투넘버 서비스만 사용해도 충분할 것이고, 통신 요금을 좀더 부담하더라도 보다 메신저 앱 등까지 보다 확실한 회선 분리가 필요한 영업직 등이라면 듀얼심을 선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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