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프로젝트 이후 50여 년 만에 달탐사 계획 재개

아르테미스 1호 (출처=미국 항공우주국(NASA) 홈페이지서 캡처)
아르테미스 1호 (출처=미국 항공우주국(NASA) 홈페이지서 캡처)

[정재원 기자] 한국시간 29일 밤 9시33분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가 50년 만에 달 탐사선을 발사한다. 50년 전부터 이번 발사까지 나사는 달 탐사에 모두 1,000억 달러(약 134조1,500억 원)을 투입해 왔다. 이처럼 막대한 돈을 투입해 달을 탐사하는 이유가 뭘까?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이번 달 탐사가 미래에 화성에 유인 탐사선을 보내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삼고 있다고 보도했다. 

빌 넬슨 나사 국장은 "이번에 처음으로 여성 및 유색인 우주인이 달에 첫 발을 내딛는다"며 "복잡한 임무 수행을 통해 우주인들이 먼 우주에서 생활하고 일할 수 있게 될 것이며 화상에 첫 인류를 보내는데 필요한 과학과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성 탐사 계획이 처음 시작된 것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0년 나사가 달을 넘어 소행성과 화성 등 보다 야심적인 우주 탐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다. 

나사의 이번 달 탐사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아르테미스(Artemis; 그리스 달과 사냥의 여신) 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로(그리스 신화에서 태양신 아폴론의 로마신화식 표기)의 쌍둥이다. 

아르테미스 계획의 첫 단계는 달 탐사 우주선을 탑재하는 로켓인 우주발사시스템(Space Launch System)과 우주인이 탑승하는 오리온 캡슐(Orion capsule)의 검증이다. 이번 발사에는 우주인 대신 마네킹을 실은 오리온 캡슐이 달 주위를 선회한 뒤 지구로 귀환하게 된다. 우주인이 탑승하기 전 우주선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모두 점검하기 위한 것이다. 

나사는 날씨 등 문제로 오늘 밤 발사가 불가능하면 오는 2일이나 5일 다시 발사할 예정이다. 일기예보에 따른 오늘 발사 성공가능성은 70%에 달한다. 

나사는 아르테미스 계획으로 화성 탐사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달에 과학장비 등을 지속적으로 이동하는 회사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또 과학과 공학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진작하는 것도 목적이다. 

최근 몇 년 새 각국의 달 탐사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은 이미 3대의 로봇을 달에 착륙시켰다. 인도와 이스라엘도 2019년 탐사선을 발사했고 한국은 달 궤도 탐사선 다누리호를 발사했다. 

넬슨 국장은 중국이 오는 2030년 달에 기자를 설치하려는 야심적인 우주계획이 아르테미스 계획 추진의 배경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달은 우리 것이다. 건드리지 말라'고 말할 것을 걱정해야 한다"고 했다. 

과학자들은 새 탐사계획으로 새로운 데이터들이 쏟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아폴로 우주선이 채집해 온 달 암석은 태양계 혹성에 대한 이해를 크게 높였다. 암석에 대한 방사성 동위원소 측정을 통해 달 여러 곳의 연대를 정확히 파악했다. 또 달의 생성 과정에 대한 이해도 높아졌다. 달은 45억 년 전 화성 크기의 물체가 지구와 충돌하면서 떨어져 나간 파편인 것으로 추정된다. 

나사는 아폴로 유인탐사선 발사 이후 달이 황폐하고 건조하며 대기가 없다고 판단해 더이상 관심을 보이지 않았었다. 대신 태양계의 화성과 목성 및 토성의 위성들에 대한 탐사에 집중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달에 대한 연구를 지속했다. 사실 달의 삭막한 자연은 암석이 수십억 년 전 상태를 거의 그대로 보존하고 있음을 뜻한다. 

달 및 혹성연구소 데이비드 크링 박사는 "과학자들은 달을 일종의 로제타 스톤(Rosetta Stone; 고대 이집트어가 기록된 돌로 고대어 해석작업이 처음 이뤄졌다)으로 본다. 태양계 혹성의 형성과 진화를 연구하는 태양계 내 최적으로 연구대상"이라고 말했다. 

달은 또 당초와 달리 완전히 건조하진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 

달의 극지방 어두운 곳에 존재하는 얼음은 소중한 자원이 될 수 있다. 달에 체류하는 우주인의 식수로 사용할 수 있고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면 호흡할 수 있는 공기로, 또 로켓의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얼음의 존재가 달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자극했다. 나사가 다시 달 궤도 탐사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2000년대 초 나사의 혹성과학자 앤서니 콜라프리트가 달분화구 관찰 및 추적 위성(LCROSS)으로 얼음의 존재를 확인하자고 제안했다. 로켓의 맨 윗부분을 달의 극지방 분화구에 시속 9,000km로 충돌시키고 튀어 오르는 물체를 위성이 확인하자는 제안이었다.

나사가 2009년 6월 LCROSS를 발사했고 10월 달 남극 캐비우스(Cabeus) 분화구에 충돌했다. 한달 뒤 콜라프리트 박사가 캐비우스 분화구 지하에 상당량의 얼음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인도가 발사한 찬드라얀-1호 달 궤도선도 물의 존재를 확인했으며 과학자들이 아폴로 15호와 17호가 채취한 달 암석의 광물질에 물이 함유돼 있음을 밝혀냈다. 

그러나 달에 대해 아직 풀지 못한 과제들도 많다. 달에는 얼음이 존재하는 추운 지역이 있는 반면 마찬가지로 춥지만 얼음이 없는 지역도 있다. 얼음이 지표면에만 있는 곳과 지하에 있는 곳이 각각 따로 존재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달에 존재하는 물의 양이 얼마나 되고 달 토양과 암석에서 물을 쉽게 추출해낼 수 있을지도 아직 알지 못한다. 

한국시간으로 29일 밤 9시33분에 발사하는 달 유인 탐사선 비행 과정. 2022.08.29.
한국시간으로 29일 밤 9시33분에 발사하는 달 유인 탐사선 비행 과정. 2022.08.29.

콜라프리트 박사는 "지난 20여 년 동안 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달극지방휘발물질탐사선(VPER)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2024년 달 극지방에 탐사선을 착륙시켜 지하 1m까지 시추해보는 계획이다. 달에 있는 물이 어떻게 형성됐고 어떤 모양으로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아레테미스는 길이 98m, 연료 충전시 추진력이 2,495t에 달하는 초대형 SLS로켓에 오리온 캡슐을 탑재해 발사한다. SLS 로켓은 1970년대 왕복우주선인 스페이스셔틀의 디자인을 많이 채용했다. 4인의 우주인이 탑승할 수 있는 오리온 캡슐은 이후 달 저궤도를 몇 주 동안 선회한 뒤 귀환한다. 이 과정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음이 확인되면 실제 우주인이 탑승하는 아르테미스 II 계획이 진행된다. 

SLS가 발사되면 2분 동안 보조연료탱크 2개가 연소한 뒤 떨어져 대서양으로 낙하한다. 이후 8분 동안 4개의 분출구가 있는 주엔진이 연소된 뒤 떨어져 나가며 2단계 엔진과 오리온 캡슐만이 남는다. 

발사 후 1시간30분 정도 지나서 2단계 엔진이 점화돼 18분 동안 연소하면서 오리온 캡슐을 달궤도로 추진한다. 2단계 엔진이 소진되면 오리온 캡슐과 분리된다. 

최초 발사 6일 차에 오리온 캡슐이 달 궤도에 오르게 된다.

오리온 캡슐은 24일차에 지구로 귀환한다. 29일 아르테미스 I이 발사에 성공하면 오리온 캡슐은 42일간의 임무를 마치고 10월10일 귀환한다. 

오리온 캡슐에는 헬가, 조하르, 무니킨 캄포스 사령관으로 명명된 마네킹 3개가 탑재된다. 헬가와 조하르에는 방사능 감지 플라스틱으로 만든 자궁과 허파 등 장기가 내장돼 있어 방사능이 우주인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게 된다. 

아르테미스 II 계획은 오는 2025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과 유색인이 포함된 4인의 우주인을 태우고 발사돼 달을 탐사한 뒤 지구로 귀환한다. 우주인들은 달 남극 7,400km 상공에 체류한다. 임무 중 달의 위치에 따라 이들 우주인은 인류 역사상 지구에서 가장 먼 곳까지 여행하는 셈이 된다. 

아르테미스 III계획은 우주인들이 스페이스X 스타십 탐사선을 타고 달 남극 지역에 착륙한다. 이곳은 수십 억 년 동안 햇빛이 비치지 않은 미지의 지역이다. 오리온 캡슐은 달 궤도를 돌면서 귀환하는 우주인을 태우고 지구로 돌아온다. 

나사는 아르테미스 3단계 계획이 모두 성공하면 달에 정기적으로 우주인을 보낸 예정이다. 달에 전진기지를 설치하고 달 궤도에 게이트웨이(Gateway; 관문)라는 이름의 우주정거장도 설치한다.

여성 우주비행사가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임무 수행 상상도 {출처: 미국 항공우주국(NASA),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여성 우주비행사가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임무 수행 상상도 {출처: 미국 항공우주국(NASA),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에 깃발꽂기식 NO, 이젠 머물러 간다"…아르테미스 프로젝트란?

1972년 이후 50년 만에 재개하는 미국의 유인 달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가 현지시각 29일 예정된 첫 발사의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국도 참여한 이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무엇일까.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유인 우주탐사 프로젝트로, 그리스 신화 속 태양의 신 아폴로의 쌍둥이 누이이자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이름을 따 명명했다.  

과거 미국은 1972년 12월 11일 아폴로 17호를 끝으로 인간이 달을 직접 밟는 아폴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러시아와의 우주경쟁에서 승리, 우주패권을 손에 넣은 바 있다. 

하지만 우주경쟁이 미·러 양자 구도에서 2000년대 들어 중국을 위시로, 인도, 유럽, 일본 등까지 참전하며 다자 구도가 되자 우주패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 2017년 약 50년간 중단됐던 유인 달 탐사를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시절인 2020년 10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공식 출범시켰으며 미국, 영국, 일본, 캐나다, 호주,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아랍에미리트(UAE) 등 8개국이 창설 멤버다. 이후 한국(2021년 5월 10번째로 가입), 브라질, 이스라엘, 프랑스 등이 잇따라 합류하면서 현재는 21개국 체제로 확대됐다. 협정 참여국은 주로 미국의 우방이고, 독자적으로 달 탐사를 추진하고 러시아와 중국은 끼지 않았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아르테미스 1호를 현지시각으로 29일 오전 8시 33분(한국시각 오후 9시 33분)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한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첫 비행 임무를 수행하는 아르테미스 1호는 화성 유인 탐사까지 염두에 둔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로켓인 '우주발사시스템'(SLS)과 그 위에 실리는 다목적 유인우주선 '오리온'으로 구성됐다. 

첫 비행에 따르는 위험을 고려해 아르테미스 1호에는 사람 대신 마네킹 3명을 태운다. 발사 뒤 달 주변 궤도를 총 42일간 비행한 후 10월 10일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핵심인 로켓과 유인캡슐의 첫 시험이 성공할지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이번 무인비행이 성공해야 아르테미스 2호(유인 비행), 3호(유인 착륙)를 추진할 수 있다. 

다음 단계로는 2024년에 아르테미스 2호 로켓에 실제 우주비행사 4명이 탑승해 달 궤도를 돌고 돌아오게 한다는 목표다.

이어 다음해인 2025년에는 아르테미스 3호 로켓발사로 달 착륙을 시도한다. 총 4명의 우주비행사가 지구를 떠나며 이중 여성과 유색인종 2명이 달에 내린다. 달의 여신이라는 프로젝트 이름에 걸맞게 세계 최초로 여성 우주비행사가 달 위를 걷는 것이다. 앞서 아폴로 프로그램을 통해 달에 발을 내디딘 12명의 우주비행사는 모두 백인 남자였다. 

여성과 유색인종 비행사 2명은 총 1주일(6.5일) 동안 달 표면에서 임무를 수행한 뒤 발사 30일째에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 

유인 착륙이 다가 아니다. 오는 2028년에는 달에 영구 탐사기지를 건설해 화성 탐사의 전초기지로 삼을 예정이다. 2030년대부터는 달 기지 건설이 본격화되고, 화성 유인 탐사도 진행한다는 비전이다. 

50여 년 만에 유인 달 탐사를 시도하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아폴로 프로젝트와 임무와 목표가 크게 달라져 눈에 띈다. 단지 발자국과 깃발을 남기려고 달에 가는 것이 아니라 달에 머물기 위해 가는 것이다. 더 나아가 달을 전초 기지로 삼아 화성 등 심우주까지 우주탐사를 확대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또한 아폴로 프로젝트 때와 달리 민간 우주업체들이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점이다. 

아폴로 때는 일부 민간 업체들이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정부기관인 NASA가 대부분 주도했다. 이와 달리 아르테미스 계획은 첨단 기술을 보유한 민간 기업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NASA는 달 착륙선 개발 사업자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를 낙점했다. 또 우주비행사를 태운 오리온 우주선 개발에는 록히드마틴, 달 궤도까지 보낼 차세대 로켓 '우주발사시스템(SLS) 개발에는 보잉이 함께했다. 정부 주도가 아니라 민간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 흐름에 발맞춘 것이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