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종-서울 영상으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종-서울 영상으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심일보 대기자] 지난 2019년 11월 13일 개봉한 ‘블랙머니’는 정지영(73) 감독이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매각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다. 영화 ‘블랙머니’는 수사를 위해서라면 거침없이 막 가는 ‘막프로’ 양민혁 검사가 자신이 조사를 담당한 피의자의 자살로 인해 곤경에 처하게 되고, 누명을 벗기 위해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다 거대한 금융 비리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물론 주인공 양민혁(조진웅)과 김나리(이하늬) 등도 허구 캐릭터다. 그런데도 현실을 환기시키는 고유명사(CK로펌, 뉴스탐사 등)가 잇따라 등장하고 엔딩과 함께 “단 한명도 구속되지 않은 사건”이라는 자막이 나온다. 픽션과 실제 사이 ‘팩트’가 궁금해질 법하다.

31일 대한민국 정부가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2,800억 원대 배상금을 주는 것으로 10년 동안 이어진 국제 투자 분쟁(ISD) 소송이 마무리됐다. 국제 중재재판부가 인정한 2억1,650만 달러는 당초 론스타가 청구한 46억7,950만 달러(6조3,000억 원) 손해배상금의 4.6% 수준이라 우리 정부가 선방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동훈, 주가조작 수사 배상금 깎았다"

이날 중앙일보에 따르면 그간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시점을 지연시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ICSID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외환은행 매각 가격이 낮아진 이유가 우리 정부의 승인 지연 탓이 아닌 주가조작 사건의 영향이었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사들이고 2006년 되팔려는 움직임을 시작할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했었다. 유회원 전 론스타 대표는 론스타가 외환카드를 헐값에 인수합병하기 위해 '허위 감자(減資)설'을 퍼트려 주가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기소됐고 2012년 징역 3년을 확정받았다. 론스타 펀드 역시 벌금 250억원 유죄가 확정됐다.

당시 수사팀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여했다.

한 장관은 오늘 출근길에서 ICSID 중재판정부가 우리 정부에 론스타가 청구한 손해배상금의 4.6%인 2억1,650만 달러를 지급하라고 판정한 것에 대해 "액수 등을 잘 보고 이의신청 등 필요한 절차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10여 년 진행된 사건의 1차 결과물이기 때문에 정부는 준비되는대로 잘 대처할 것"이라면서 "오직 국익에 맞춰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영화 '블랙머니'의 현실에서의 결말이 어떨게 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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