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 이바이 첸과 전국 투어

첼리스트 최하영. (사진=Kumho Cultural Foundation)
첼리스트 최하영. (사진=Kumho Cultural Foundation)

[김승혜 기자] 한국 투어는 이번이 처음이에요. 관객들을 만날 생각에 정말 기뻐요. 특히 부산과 철원은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라 마음이 더 설렙니다."

올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첼로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 우승한 첼리스트 최하영이 오는 9월 한국 무대에 선다.

최하영은 9월14일 부산문화회관을 시작으로 제주, 철원, 광주 등을 거쳐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까지 6차례 공연에 나선다. 21일에는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리는 이화 추계음악회에 오른다.

콩쿠르에서 2위를 한 중국 첼리스트 이바이 첸도 9월18일 공연까지 총 5회 무대를 함께한다. 콩쿠르에서 연주된 곡들로 구성된 듀오 리사이틀, 오케스트라 협연 프로그램 등을 선보인다. 

최하영은 클래식 공연기획사 에스비유를 통해 "콩쿠르에서 입상한 후 꼭 해보고 싶었던 프로젝트들을 실현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 가장 감사하다. 바흐 무반주 프로그램부터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작곡가들과의 교류까지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어서 참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축제 같았던 콩쿠르의 순간들도 다시 떠올렸다. 그는 "경연이라는 사실을 거의 잊고 지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작년 피아노 부문이 관중 없이 진행됐기에 라이브 콘서트에 목말라 있던 관중들이 많았다. 매 라운드 결과 발표도 거의 만석인 홀에서 진행됐고 벨기에 국영방송을 비롯해 미디어 관심도 정말 많았다. 모든 연주가 생중계됐고 인터뷰까지 계속 방송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하영은 브뤼셀 도착 첫날,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일주일간 격리하기도 했다. 그는 "콩쿠르 기간이 한 달 가량 됐고, 콩쿠르 직후 입상자 연주 투어가 한 달 반이나 이어졌다. 그래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모두 제겐 큰 도전이었다"며 "네 번에 걸친 큰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큰일이었다. 콩쿠르 기간에는 체력을 아끼고, 또 정신적으로 긍정적인 마음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신경썼다"고 밝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호스트 패밀리 가족의 열정을 꼽았다. "제가 모르는 사이에 대형 플래카드를 만들어 파이널 결과 발표 때 제 이름이 불리자 관중석에서 내걸었는데, 그 모습이 방송에 중계됐다. 한국어, 프랑스어, 네덜란드어로 '축하한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전후무후한 일이라서 현장에 있던 왕비도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어렸을 적 어린이 중창단과 뮤지컬 아역으로도 활동했던 최하영은 유치원 시절, 어머니가 취미로 첼로를 배우는 모습을 보고 처음 첼로를 접했다. "그 뒤로 첼로의 매력에 빠져서 전공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항상 듣는 질문이 음악이 아니었으면 무엇을 했겠냐는 거예요.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저는 음악가로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지 새삼 깨닫죠. 독일에서 공부한 8년 동안 제 음악적 목소리와 개성을 발전시키기 위해 연구를 많이 했어요. 앞으로도 저는 첼리스트로서 해야 할 일을 찾고 음악을 통해 세계에 기여할 수 있는 저의 길을 찾고자 해요."

이바이 첸도 이번이 한국 첫 방문이다. 그는 "신선한 음악적 해석을 통해 한국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콩쿠르 이후 제 음악적 경험에 더 많은 기회가 생겨났다. 중요한 건 인생에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생겼다는 것이다. 모든 추억은 제가 음악을 하는데 영감을 주는 가장 귀중한 요소"라며 "음악은 사랑이다. 정서적인 느낌은 예술이 담고 있는 가장 큰 가치다. 저는 곡 위에 흐르는 감정적인 흐름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공연엔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주인공 강마에의 실제 모델인 지휘자 서희태가 이끄는 KNN 방송교향악단과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 지휘자 아드리엘 김이 이끄는 오케스트라 디 오리지널, 전주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성기선이 이끄는 이화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협연으로 참여한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협력 피아니스트이자 콩쿠르 역대 수상자인 리브레히트 반베케부르트가 반주자로 함께한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쇼팽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손꼽힌다. 매년 5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콩쿠르는 바이올린, 피아노, 첼로, 성악 등 4개 부문 경연을 매해 번갈아 개최한다. 벨기에 여왕이 직접 주최해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첼로 부문은 2017년에 신설돼 두 번째로 개최됐다.

올해 콩쿠르에는 12명의 파이널리스트가 올랐고 최하영이 1위, 이바이 첸이 2위, 에스토니아의 마르셀 요하네스 키츠가 3위를 차지했다. 결선에는 최하영을 비롯해 문태국, 정우찬, 윤설까지 4명의 한국인 첼리스트가 올라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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