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에 현금 부자도 '관망'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시민들이 아파트 등 주택이 밀집한 도심을 바라보고 있다.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시민들이 아파트 등 주택이 밀집한 도심을 바라보고 있다.

[정재원 기자]  "지금은 현금 부자들도 관망세로 돌아섰어요."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고 판단하는 매수 대기자들이 많아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올해 초만 하더라도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많았는데, 금리가 꾸준히 오르면서 매수세가 사실상 끊겼고, 집값도 하락하고 있다"며 "집값이 더 오르겠지 하면서 배짱 부리던 집주인들도 이제는 가격 협의가 가능하다고 연락이 온다"고 전했다. 

지난해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초고가 아파트 단지들의 몸값이 낮아지고 있다. 

실제 강남권 내 똘똘한 한 채로 꼽히는 대장주 단지들의 하락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7차(전용면적 157㎡) 지난달 9일 55억 원에 거래됐다. 앞서 전달 19일 거래된 현대아파트 6차 같은 면적의 신고가 58억 원보다 3억 원 낮아졌다. 또 도곡동 타워팰리스(전용면적 164㎡)는 지난달 6일 43억5,000만 원 거래되 신고가를 경신했지만, 같은 달 29일 42억5,000만 원에 거래되며 3주 만에 1억 원 떨어졌다.

경매시장에서 똘똘한 한 채는 찬밥신세다. 지난해 부동산 규제를 피해 똘똘한 한 채에 수요자 관심이 집중되면서 뜨겁게 달아오른 것과 달리, 최근에는 유찰이 이어지고 있다. 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낙찰률(경매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은 26.6%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12월(22.5%) 이후 최저치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시장의 아파트 매수 심리가 갈수록 얼어붙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공급은 넘치고 수요는 없는 상황이 심화하고 있다.

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8월29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1.8로 지난주(82.9)보다 1.1포인트(p) 떨어졌다. 이는 지난 2019년 7월1일 조사(80.3) 이후 약 3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올해 5월9일 이후 17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매매수급지수는 기준선인 100보다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준선인 100 밑으로 처음 내려간 것은 지난해 11월15일(99.6)로 이번주까지 32주 연속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전반적으로 하락 분위기가 뚜렷한 가운데 5개 권역 중 노원·도봉·강북 등이 포함된 동북권이 74.9로 가장 낮았다. 지난주 76.7에 비해 1.8포인트 떨어졌다. 

마포·은평·서대문구가 들어가 있는 서북권(76.6→75.7)을 비롯해 도심권(78.4→77.2), 서남권(88.0→87.3), 동남권(89.4→88.7)도 줄줄이 지난주보다 하락했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83.7로 지난주 84.3에 비해 0.6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2019년 6월24일 83.0 이후 3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매수심리 위축 속에 시장에는 매물이 점점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대기 물량은 6만1,670건으로 6개월 전 4만8,099건에 비해 28.2% 늘어났다. 

주택 거래가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위축된 것은 잇따른 금리인상과 대출 규제, 경기 침체 등의 영향이 크다. 대출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는데다 당분간 집값이 추가 하락할 것이란 예상이 늘면서 수요자들의 매수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부동산 시장 전반에 걸쳐 매수심리 위축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추가 금리인상과 주택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로 거래 심리가 위축되며 급매물 위주로 간헐적 거래가 시세로 인식되는 상황이 지속되며 아파트값 하락폭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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