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반값' 치킨·피자·탕수육 잇따라 선봬…"물가안정 역할" 의지

2일 롯데마트 서울역점에 반값으로 판매하는 '한통가득 탕수육'을 사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2일 롯데마트 서울역점에 반값으로 판매하는 '한통가득 탕수육'을 사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정재원 기자] 지난 2일 오전 9시 40분 롯데마트 서울역점. 점포 오픈을 20분이나 남긴 시간이었지만 전단지를 손에 든 고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오픈 시간(오전 10시)가 점점 다가오자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이 '오픈런'(문을 열자마자 뛰어가서 구매하는 것)을 위해 대기하며 긴장감마저 불러일으켰다. 7,800원 짜리 '반값 탕수육'을 먼저 사기 위한 경쟁이었다.

오전 9시 58분 문이 열리자마자 인파가 몰린 곳은 델리 코너. 기자도 빠르게 뛰어가 봤지만 매대 위에 올라있던 반값 탕수육 상품 10여 개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곧바로 동이 나자 고객들은 "탕수육 상품이 또 언제 나오냐", "도대체 몇 개씩 파는 것이냐", "저기에 (인당 판매 한도를 넘어) 2개씩 가져간 사람도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롯데마트는 이달 1일부터 '반값' 수준으로 판매하는 품목을 치킨과 피자에 이어 탕수육 등 중식으로 확대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대형마트 3사의 반값 전쟁이 본격 확전하는 양상이다.

중식 중 첫 번째 가성비 품목은 '한통가득 탕수육'이다. 이달 1일부터 7일까지 엘포인트(L.Point) 회원을 대상으로 2,000원 할인 혜택을 제공, 시중 탕수육 판매가의 절반 수준인 7800원에 판매한다.

'한통가득 탕수육'은 튀김옷이 입혀진 돼지고기 상품을 매장에서 튀겨 파는 먹거리다. 롯데마트는 파트너사와 협의해 돼지고기 물량을 기존 대비 3배 이상 사전 기획해 저렴한 가격에 선보일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한통가득 탕수육'은 기존 정상가로 판매 됐을 때 매장당 하루 평균 판매량이 10개 미만이었지만, 이번 반값 이벤트로 수요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당초 하루 판매 수량이나 1인당 구매 수량 제한 없이 판매할 예정이었지만, 행사 시작 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가 치솟자 2일부터 1인 1개씩, 하루 50개로 수량을 제한하고 나섰다.

이날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오픈 전 튀겨놓은 탕수육을 포장해 10여 개를 먼저 꺼내 놨지만 금세 매진됐고, 이후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다음 차례를 기다렸다.  2~3분에 걸쳐 2~3개씩 새 제품이 나오면 하나씩 받아갔다. 

50대 여성 A씨는 “직장이 근처인데 전단지를 보고 일부러 사러 나왔다"며 "오픈 시간에 맞춰 빨리 왔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나온 탕수육은 이미 다 팔려서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오픈 시간 1시간 전부터 롯데마트에 도착해 대기했다는 30대 여성 B씨는 "어떤 사람은 오전 7시부터 왔다고 하더라"며 "번호표라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판매 시작 25분쯤 지나자 직원이 "이 분 까지만 구매할 수 있다"고 줄을 끊었다. 하루 50개 한정 수량으로만 판매하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반값 전쟁에 소비자는 미소 짓는다. 1일 행사를 시작한 롯데마트 '한통가득 탕수육'의 전날 판매량은 전월 동기 대비 6배 신장했다. 같은 기간 정상가 1만800원에서 엘포인트 회원을 대상으로 3000원 할인해 7800원에 파는 '7분 한 마리 치킨'의 판매량도 전월 동기 대비 13배 늘었다.

급격한 물가 상승에 소비자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면서 대형마트 3사의 '반값 경쟁'는 더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홈플러스의 ‘당당치킨’(6,990원)이 쏘아올린 반값 경쟁으로 롯데마트는 ‘뉴 한통 가아아득 치킨(1.5마리, 1만5,800원)’을 부활시켜 행사 카드 결제 시 반값에 판매했고, 이마트까지 '5분 치킨'을 9,980원에 한시적으로 판매했다.

이후 피자까지 반값에 속속 출시됐다. 홈플러스는 자체브랜드(PB) 상품인 ‘시그니처 피자’를 정상가 4,990원에서 2,490원으로 할인 판매했고, 이마트는 매장에서 직접 만든 ‘소시지 피자’를 1인 1판 한정으로 5,980원에 판매했다. 이 뒤를 이어 롯데마트는 1일부터 14일까지 치즈앤도우의 '오리지널피자'를 9,800원에 판매한다. 

대형마트들은 '물가 안정의 첨병'이란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경쟁사보다 10원이라도 더 저렴하게 팔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30대 직장인 D 씨는 "요즘 워낙 물가가 비싸 부담이 컸는데 반값 치킨·피자·탕수육처럼 저렴한 먹거리가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며 "다음엔 어떤 먹거리가 반값으로 나올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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