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기 진입…내후년까지 이어질 수도"

도봉구 창동 아파트 단지
도봉구 창동 아파트 단지

[정재원 기자] "작년 초까지 노도강 지역에 영끌족이 많이 몰렸었는데 그때 집 샀던 분들은 집값 떨어지고 금리는 올라 힘들어 한다. 한 손님은 80만 원 내던 이자가 140만 원으로 올랐다고 하소연 하더라."(도봉구 창동 D 공인 대표)  

 "지금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에 육박하는데 누가 집을 사겠나. 무주택자들은 80%까지 대출해 준다고 하는데 대출이 문제가 아니라 이자가 비싸니까 살 엄두를 못낸다. 작년 여름부터는 거래가 거의 없었다. 중개사 25년 하면서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이다."(노원구 월계동 H 공인 대표)

이렇듯 최근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심상치 않다.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규제로 아파트 매매 심리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집값 하락 전망이 우세해지며 거래절벽 현상도 나타났다. 집 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며 급매물 위주로만 거래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2030세대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은 사람)들이 몰렸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의 집값이 속수무책으로 떨어지고 있다. 

10일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9월 첫째주(5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한 주 전보다 0.15% 떨어졌다. 2013년 8월 5일 조사 이후 9년1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지난주 조사(-0.13%)와 비교해도 내림폭이 한 주 만에 0.02%포인트 커졌다. 

특히 노·도·강 지역은 서울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내 집 마련이 가능해 작년까지 2030세대의 '영끌'이 집중됐던 곳인데 올해 들어선 하락세가 서울에서 가장 가파르다. 이번주 조사에서도 노원구(-0.30%)와 도봉구(-0.30%)의 하락폭이 가장 컸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가중과 주택가격 추가 하락 우려로 거래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며 "매물 가격이 하향조정 되고 서울 아파트값 하락폭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노·도·강 지역에선 최고가 대비 2억~3억 원까지 떨어진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도봉구에선 1·4호선 더블역세권인 창동역 인근 아파트들의 시세가 가장 높은 편인데 최근 3~4년 동안 올랐던 속도가 빨랐던 만큼 최근 하락세도 가파르다. 

도봉구 창동 동아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작년 8월에는 11억 원(10층)에 팔리며 신고가를 기록했지만 지난달에는 이보다 2억2,000만 원 하락한 8억8,000만 원(13층)에 새로 계약서를 썼다.

인근에 있는 북한산아이파크 전용면적 84㎡ 역시 작년 10월 12억 원을 찍었으나 지난 7월에는 9억4,000만 원(10층)에 거래돼 2억6,000만 원 떨어졌다. 

노원구 월계동의 한진한화그랑빌 84㎡의 경우에도 작년 6월 10억5,000만 원(16층)까지 올랐으나 지난달에는 8억5,500만 원(14층)에 거래가 이뤄지며 2억 원 가까이 떨어졌다.

금리가 가파른 속도로 오르면서 영끌족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는 게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현재 주요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고 상단이 6%를 넘어선 상태다. 지난 8일 기준 4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의 주택담보대출 변동형 금리는 4.08~6.11%로 형성돼 있다. 

특히 기준금리 추가 인상 기조에 따라 올 연말에는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14년 만에 7%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중개업자들은 지난해 말부터 집값이 고점이라는 우려가 퍼진 가운데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대출 의존도가 높은 중저가 아파트의 실수요층 수요가 꺾였다고 분석한다. 

도봉구 창동의 S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매물은 많은데 찾는 사람이 없다"며 "급매물도 많이 나오고 호가도 계속 내려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책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시장은 누구도 예측을 못하지만 지금이 하락기라는 건 분명하다"며 "본격적으로 금리가 오르면서 매수세가 극도로 위축되고 있어 당분간은 하락 추세가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내후년까지 하락기가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시장에는 호가를 낮춘 급매물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매물이 쌓여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노·도·강 지역의 아파트 매물은 1만3,067건으로 6개월 전 1만848건에 비해 20.5% 증가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거래가 뚝 끊기면서 거래시장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노원구 월계동 H 공인중개 대표는 "거래가 안되는 정도가 아니라 최악"이라며 "전세는 4년으로 바뀌어서 대부분 재계약 되고 매매는 아예 없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