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이자 1년새 44→81만 두 배로 깡충

[정재원 기자]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김 과장은 기준금리 인상 전인 지난해 8월 2.65%의 금리에 2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원리금균등상환으로 2억 원 빌렸다. 김 과장은 최근 은행으로부터 이번달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4.90%로 오른다는 소식을 듣고 밤 잠을 설쳤다. 1년 전만 해도 매달 내야 하는 이자가 44만 원에 불과했으나, 갑자기 81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기 때문이다. 연간 부담해야할 이자만 444만 원 늘었다. 김 과장은 도통 이해가 안된다. 기준금리가 아직 2.50%인데 대출금리는 5.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으로 올해 초부터 시장금리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대출자들의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잔액기준) 전월(78.1%)보다 0.4%포인트 늘어난 78.4%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 3월(78.6%) 이후 8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신규취급액 기준으로도 전월(81.6%)보다 0.6%포인트 늘어난 82.2%로 나타났다.

한은이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2.0%포인트 인상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씨의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인상 속도보다도 더 빠르게 상승한 것이다. 한은은 지난해 8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에서 연 0.75%로 0.25%포인트 인상한 후 지난 8월까지 8번에 걸쳐 2.0%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김씨의 대출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더 큰 폭 오른 것은 주담대 대출의 기준이 되는 지표금리(코픽스, 금융채 등)가 빠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대출금리는 지표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정해지는 데 지난 1년간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인상 속도보다 더 빠르게 상승해 왔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매년 갱신 시점의 금융채 1년물 금리나 매달 공시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에 따라 재산정 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금융채 1년물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 전달인 7월 말 1.192%에서  8월 말 3.769%로 2.577%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준금리 인상폭(2.0%포인트) 보다 더 가파르다. 코픽스도 오르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7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90%로, 전달(2.38%) 대비 0.52%포인트 급등했다. 이는 2013년 2월(2.93%) 이후 9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예·적금, 은행채 등으로 조달한 자금의 가중 평균 금리다.

김씨의 경우에는 1년 전인 지난해 8월 17일 금융채 1년 기준금리 1.210%에 가산금리 1.440%가 더해진 2.650%로 대출을 받았으나, 올해 갱신 시점인 지난달 17일 금융채 1년 기준금리 3.460%에 가산금리 1.440%가 더해진 4.90% 금리가 적용됐다.  

김씨는 "대출 받을 당시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1.0%포인트 가량이나 저렴했고 기준금리 인상이 연말(지난해 말)까지만 지속될 것으로 생각하고 주담대출을 변동금리로 받았는데 지금은 후회되고 있다"며 "연간 내는 이자만 400만 원이 넘게 늘어나니 밤에 잠도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만약 기준금리가 현재 연 2.50%에서 연말 3.0%로 0.50%포인트 더 오르고,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폭 만큼만 올라도 내년 8월 17일 금리 갱신 시점에 김씨가 월 갚아야 할 이자는 94만원(주담대 5.65% 적용)으로 불어난다. 금리 인상 전과 비교하면 연간 이자만 600만원이 늘어나는 셈이다. 

한은이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어 대출금리 인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은행채 등 지표금리 상승으로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도 대부분 오르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변동 금리는 3.82~6.11%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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