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쟁한 후보 제치고 발탁…여성 단독 MC 의미

김신영
김신영

[김승혜 기자]  1989년 6세 때 전국노래자랑 대구편에 아버지, 오빠와 함께 참가해 통편집 당한게 인연의 전부인 김신영은  30여년이 지난 3일 대구 두류공원 코오롱 야외음악당에서 전국노래자랑 2막을 열었다. 

 김신영은 첫 녹화인 만큼 사뭇 긴장한 모습을 보였지만, 제작진과 소통하며 관객들의 반응을 이끌었다. "송해 선생님 뜻을 이어받아서 이 한 몸 열심히 불사 지르겠다"며 "'신영아 잘해라~대구의 이름 한 번 알려라'는 마음으로 '노래자랑'을 외쳐달라"고 청했다. 김신영이 '전국~"을 외치자, 관객들은 "노래자랑"이라며 화답했고 실로폰 소리와 함께 전주가 흘러나왔다. 고인은 34년간 '일요일의 남자'로 불렸는데, 김신영은 '일요일의 막내딸'이 되고 싶다고 했다.

키 150㎝대의 작은 체구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뿜어져 나온다. 마이크를 잡으면 단숨에 무대를 휘어잡고, 어린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남녀노소 아우른다. 코미디언으로 인기를 누리고 가수, MC, 라디오 DJ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한 점도 비슷하다. MC 송해(송복희·1927~2022)와 개그우먼 김신영(39)이다. 이렇게 닮은 구석이 많지만, 지난 6월 송해가 세상을 떠났을 때 김신영을 KBS 1TV '전국 노래자랑' 후임으로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처음에는 의외의 선택이라며 놀란 이들이 많았지만, '신의 한 수' '최고의 캐스팅'이라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첫 녹화 직후 SNS에는 직캠 영상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이 유튜브에 올린 '김신영 MC 첫 데뷔 무대 전국노래자랑 대구 달서구편' 영상은 조회수 93만회를 기록했다. 댓글은 800여 개 달렸다. "예상치 못한 선택이었는데 신의 한수다" "김신영은 유머스럽고 순발력있고 송해 뒤를 이를 제자로 손색이 없다" "전주에 춤 추는데 소름 돋았다" 등의 호평이 주를 이뤘다.

김신영(사진=SNS) ​
김신영(사진=SNS) ​

김신영은 지난 9일 인스타그램에 전국노래자랑 MC 보는 사진을 올리고 "항상 배우는 마음으로 살 것"이라고 남겼다. 동료 개그우먼도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박슬기(36)는 "언니 너무 멋지고 벅차요"라며 "대안이 없을 줄 알았는데 김신영이었어요!!"라고 감격했다. 심진화(42)는 지난 6일 SNS에 김신영의 전국노래자랑 오프닝 영상을 공유하며 "소름...눈물...대박"이라고 썼다. 김미려(40)는 "저 멀리서 몸집 작은 신영이의 모습이 잘 보여서...진짜 울컥했음"이라고 댓글을 달았고, 김숙(47) 역시 "뭐지 이 느낌...내가 왜 울컥하지?"라고 했다.

송해가 세상을 떠나기 전부터 '전국노래자랑 후임이 누가 될 것인가?'는 모두의 관심사였다. 송해는 1998년부터 34년간 전국노래자랑 터줏대감으로 활약, 세계 최고령 MC로 영국 기네스에 등재됐다. 매주 일요일 "전국~노래자랑"을 목 놓아 외쳤고,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국민들과 울고 웃었던 만큼 그의 빈자리를 채우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생전 송해는 다수의 예능물에서 후임을 거명하기도 했다. 절친한 아나운서 이상벽(75)과 개그맨 엄영수(69), MC 이상용(78) 등이다. 이와 함께 개그맨 이수근(47), 트로트가수 이찬원(26) 등이 언급됐다.

엄영수는 지난 6월 뉴시스에 "송해 선생님이 '전국노래자랑은 이상벽씨가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면서도 "후임 MC는 방송국과 시청자가 결정할 문제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할 것 같다. (전국노래자랑 MC는) 천운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이상용 역시 "생전 (송해와) 전국노래자랑 후임 관련해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며 "후임은 시청자들이 결정하는 것"으로 돌렸다.

전국노래자랑은 KBS 장수 프로그램인 만큼, 김신영이 송해 뒤를 이어 오랫동안 진행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이다. 여성 단독 MC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김신영 캐스팅 소식을 듣고 무릎을 탁 쳤다. 왜 남자 MC들만 떠올렸을까?" "왜 내 머릿속에서 중년의 남성 MC만 떠올렸는지 반성하게 된다"고 하는 이유다. 제작진이 바뀌었을 뿐 아니라, 같은 여성인 김상미 CP가 총괄을 맡게 된 만큼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신영은 2003년 SBS 개그 콘테스트로 데뷔, 코미디쇼 '웃찾사' 코너 '행님아'로 인기몰이 했다. 이후 예능물 '무한걸스' '세바퀴' 등에서 활약했다. 2008~2010년 MBC 라디오 '심심타파'를 진행했고, 2012년부터 10년 넘게 '정오의 희망곡' DJ로 를 맡고 있다. 개그우먼들과 프로젝트그룹 '셀럽파이브'를 결성하고, 부캐인 '둘째 이모 김다비'로 가수 활동하며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최근 영화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에서 형사 '여연수'로 분해 연기력도 인정 받았다. 김 CP는 "김신영은 데뷔 20년 차의 베테랑 희극인이자 천재 방송인"라며 "대중들과 함께 하는 무대 경험이 풍부해 전국노래자랑 MC로 매우 적합하다. 송해 선생님 후임이라 어깨가 무겁겠지만 잘해 낼 것"이라고 힘을 실었다.

이어 "(송해 선생님이) 시청자와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한 분들, 모든 국민을 사랑한 마음을 배우고 싶다"며 "한바탕 노는 축제 느낌으로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한편 이날(3일) 녹화 방송은 다음달 16일 오후 12시10분 전파를 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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