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 사람마다 조금 다르겠지만 아마도 가장 많은 일을 하는 건 '손'일 것이다. 손은 다섯 개의 손가락을 항상 분주하게 움직인다. 

 '왼손에게'(사계절)는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오롯이 손의 움직임만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한지원 작가는 모두에게 친숙한 '손'을 통해 관계에 대해 말한다. 

오른손은 왼손을 향해 참았던 억울함을 와르르 쏟아낸다. 숟가락질, 양치질, 가위질, 빗질까지 전부 자신의 몫이었다는 오른손의 주장이 공감된다. 떠올려보면 어떤 행동이든 오른손이 먼저 움직이기 마련이다. 정교하고 어려운 일일수록 더 그렇다.

그렇다고 왼손이 먼저 움직이는 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두 손에게 어느 날 매니큐어라는 공평한 기회가 주어진다. 매니큐어를 발라본 사람이라면 양쪽에 똑같이 바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것이다. 깔끔하게 칠한 오른손과 달리 벌벌 떨면서 다가온 왼손의 솜씨는 엉망 그 자체.

작가는 줄곧 오른손을 바라보던 독자의 시선을 잠시 왼손에게 돌린다. 과연 왼손은 어땠을까? 그 단순한 질문이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한다. 오른손과 왼손을 떠나 '늘 혼자만 고생하며 섭섭하다가도 상대가 어려울 땐 가장 먼저 달려가는 나'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노력하지만 모든 일이 마음처럼 쉽지 않은 너'만 남기 때문이다. 

한 작가는 "무거운 짐은 항상 오른손으로 들었다"며 "화가 난 것처럼 빨개진 오른손을 보고 문득 이야기를 떠올렸다. 티 나게 고생하는 오른손과 묵묵히 애쓰는 왼손을 모두 응원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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