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같은 밤이면' 등으로 1990년대 인기 누린 발라드 1세대

박정운 3집 커버. 2022.09.18. (사진 = 음반사 제공)
박정운 3집 커버. 2022.09.18. (사진 = 음반사 제공)

[김승혜 기자]  1990년대 초반 '오늘 같은 밤이면'(1991), '먼 훗날에'(1992), '그대만을 위한 사랑'(1994) 등으로 인기를 누린 가수 박정운이 별세했다. 향년 57세.

18일 대중음악계에 따르면, 박정운은 전날 오후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서 눈을 감았다. 고인은 최근 간경화와 당뇨 등으로 인해 몸 상태가 악화돼 입원 중이었다.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간 박정운은 홀로 귀국해 연세대 신문방송학과에 다녔다. 재학 중이던 1987년 당대 싱어송라이터 배출 통로로 통한 MBC '강변가요제'에 출전했다. 

시원한 고음의 샤우팅 창법이 인상적이었던 박정운은 1989년 1집 '후, 미(WHO, ME?)'로 데뷔했다. 이 앨범은 주목 받지 못했으나 같은 해 가수 장필순, 오석준과 함께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오장박'의 '내일이 찾아오면'을 통해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오늘 같은 밤이면'을 비롯해 '먼 훗날에' 등의 히트곡을 냈다. 자신의 히트곡을 직접 작사·작곡하면서 싱어송라이터로서도 인정받았다. 짧은 머리에 선글라스가 그의 상징이었다. MBC '10대 가수 가요제' 10대 가수상(1992), KBS '가요대상' 올해의 가수상(1992·1993·1995) 등 1990년대 중반까지 권위 있는 가요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었다. 

'사랑일 뿐야' '입영열차 안에서'의 김민우, '그 아픔까지 사랑한거야' '슬픈 바다'의 조정현, '너를 처음 만난 그때'의 박준하 등과 함께 1990년대 초 대중음악계 발라드붐을 주도한 발라드 1세대로 통한다. 이들은 2002년 합동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박정운은 그 해 정규 7집 '생 큐(Thank you)'를 발매한 뒤에는 가수 활동을 하지 않았다. 2017년 2월 KBS 2TV '불후의 명곡'이 '박정운과 김민우 편'을 내보내기도 했다. 

2010년대 중후반엔 불미스런 일에 휘말렸다. 2,700억 원대 가상화폐 사기에 연루돼 이듬에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박정운은 주변 동료들에게 지속적으로 억울함을 토로했다는 전언이다. 

박정운은 몇 년 전부터 신곡 작업을 하며 복귀를 준비했다. 그러다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고, 간경화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정운과 절친한 박준하가 박정운을 기리는 신곡을 작업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으로는 미국에 거주 중인 아내와 딸이 있다. 유족들은 이날 밤 입국할 것으로 보인다. 빈소는 조만간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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