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대구시 중구 대봉동 김광석 거리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대구 시민들을 만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9.04
4일 오후 대구시 중구 대봉동 김광석 거리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대구 시민들을 만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9.04

[심일보 대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18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엔 인권규범 제19조’ 영어 원문을 올리며 "유엔에서 인권 관련 활동을 평생 해오신 (이양희) 위원장에게 바칩니다.”라고 썼다. 

이 대표는 “‘양두구육’ 표현을 썼다고 (윤리위가) 징계 절차를 개시한다는 것”이라며 자신이 윤석열 대통령 등을 비판하며 썼던 ‘양두구육’ ‘개고기’ 등의 발언을 윤리위가 문제 삼은 것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하지만 해당 글에 한 네티즌은 "정신차리려면 아직 멀었구먼. 양두구육, 신군부 발언이 지금도 욕인지도 모르는거여??? 머리 좋고 똑똑한 사람보다 인성이 바른 사람이 되야 혀~!!! 인성이 삐뚤어졌다면 머리 좋은 것이 더 큰 패악이라네~ 사과부터 하세요~~~ㅠㅠ"라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표현의 자유 속에도 책임은 뒤따른다. 이제는 니가 한 말에 책임을 질 때다"라고 썼다.

이 전 대표의 발언에 동조하는 글도 뒤섞인 가운데 19일 오전 8시 현재 2,500개의 '좋아요'와 1,670개의 댓글이 달렸다. 

이 전 대표는 앞서 이날 페이스북에 “오늘도 다시 한 번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이익을 위하여. 그들이 무리수를 둘 겁니다. 역시나”라고 쓰기도 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긴급회의에서 이준석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 절차를 개시하기로 한 것은 당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의 거친 언행에 대해 추가 징계를 요구한 데 따른 것으로, 사실상 ‘이준석 제명’ 수순에 들어갔다는 관측이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준석 당원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한다”면서 “징계 심의는 추후 일정을 조율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징계 착수 이유로 이 위원장은 “(이 대표가) 당원, 당 소속 의원, 당 기구에 대해 객관적인 근거 없이 모욕적 표현을 사용했다”며 “법 위반 의혹 등으로 당의 통합을 저해하고 당의 위신을 훼손하는 등 당에 유해한 행위를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어떤 표현이 문제가 됐느냐는 질문에 이 위원장은 “그건 언론에서 많이 쓰셨다”며 “꼭 그렇게 (개고기, 신군부 등을) 규정해서 말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징계 수위에 대해서도 그는 “당헌·당규상 모든 것을 근거해서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이 대표는 ‘성 상납 증거 인멸 교사’ 의혹 등으로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국민의힘 규정은 징계 상태인 당원을 추가 징계할 경우, 이전보다 무거운 조치를 내리도록 돼 있다. 당원권 정지보다 무거운 징계는 ‘탈당 권유’와 ‘제명’밖에 없다. 탈당 권유는 징계 대상자가 10일 안에 자진 탈당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제명된다. 따라서 이 대표에게 추가 징계를 내린다면 사실상 제명 절차에 들어가는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9일 오전 페이스북에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추가 징계가 개시된 이준석 전 대표를 향해 "그토록 자중하라고 했건만 사태를 이 지경까지 오게 만든 점에 많은 유감을 표한다"며 "세상은 언제나 본인 중심으로만 돌아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표현의 자유도 그 내재적 한계를 벗어나면 보호받지 못한다. 정치 판에는 표현의 자유도 있지만 징계의 자유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이같이 적었다.

홍 시장은 그러면서 "표현의 자유라고 하더라도 그 내재적 한계를 넘어서면 해당행위를 이유로 징계 제명된 전례도 있고, 제명의 합법성과 정당성을 인정한 법원 판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홍 시장은 사태 초기 이 전 대표와 '윤핵관' 양측을 모두 비판했는데, 법원이 첫 가처분을 인용하고 내홍이 갈수록 격화되면서 이 전 대표를 향해 "바른미래당 시절 손학교 대표에게 얼마나 모진 말씀을 쏟아내셨나" "자신이 살려고 동료집단을 매도하는 비열한 짓을 막시무스는 하지 않았다"고 자제를 촉구했다.

당 안팎에서는 “무리한 찍어내기는 역풍(逆風)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와 “이 대표와 함께 간다는 것은 이미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순방에 나선 오늘, 이준석 전 대표가 쏘아 올인 '양두구육'에 여당이 배가 산으로 가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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