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일보 대기자/편집국장
심일보 대기자/편집국장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는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를 향해 조국의 길 걷는 중이라며 "민주당이나 이준석과의 갈등에서 보자면, 둘은 바둑으로 치면 하수"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하수는)눈앞에 보이는 수만을 생각하며 돌을 놓는다. 상대인 윤 대통령은 천천히 기다리며 조금 더 몇 수 앞까지도 생각한다. 누가 이 바둑에서 이기겠는가"라고 물었다.

역대 최연소(36세)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소위 '한국판 스키피오'에 비유하는 이들이 있다. 고대 로마 시절 최연소 집정관(37세)을 지낸 '푸블리우스 코르넬리우스 스키피오'는 카르타고 명장 한니발을 물리치고 포에니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원로원들의 견제로 정계에서 배제됐다. 

스키피오는 한니발의 전술을 배우고 이해하고 이를 응용하며 창조하는 능력을 가졌던 인물이다. 하지만 스키피오는 뇌물 사건에 휘말려 정적들에게 공격을 당해 큰 배신감을 갖고 로마를 떠난다. 나중에 병으로 사망한 스키피오는 자신의 장례식이 로마에서 치르지 못하게 '로마여 그대는 나의 뼈를 갖지 못할 것이다.'란 유언을 남긴다. 아이러니하게도 한니발과 스키피오는 같은 날 죽는다.

노나라의 유력한 정치인 계강자가 공자에게 정치를 물었다. 계강자의 질문이 직설적이었기에 공자의 대답도 간단했다. 공자는 망설임 없이 "정치는 바르게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정치는 타인을 통치하는 행위가 아니라 나부터 먼저 바르게 수양하고 경영해야 한다는 자기성찰, 자신도 제대로 바르게 통솔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타인을 인도하여 바르게 만들 수 있느냐는 것이 공자의 정치철학이다.

자신을 먼저 바르게 경영하고, 가족을 제대로 이끌고, 지역사회의 신뢰를 얻어야 비로소 정치에 참여하여 타인를 바르게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자신도 제대로 바르게 통솔하지 못하는데 누가 그 정치인의 지시와 통솔을 따르겠냐는 역설이다.

신 변호사가 이준석을 향해 지적한 '하수'의 의미는 공자가 지적한 '바른 정치가 아니다'라는 뜻도 내표돼 있지 않나 싶다. 반면 이 전 대표를 옹호하는 이들은 '스키피오 뇌물 사건'에 휘말린 것을 두고 '미진(微塵)'이라고 한다. 또 작금의 사태를 '윤핵관들의 견제' '꼰대문화'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작금의 '여당 내란'에 이 전 대표가 "네 탓"으로 돌리기에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갈등을 잠재우기 보다 부각시키고 더욱 부채질했고 조용히 해결해도 될 일을 엄청난 일인 양 '소란'을 피운 것 역시 사실이기 때문이다.

'집안에서 어떤 물건을 내다버렸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 물건은 쓰레기다'라는 어느 블로거의 탄식이 와 닫는 오늘, 새삼  '정치란 무엇인가'란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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