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원 기자] 급락하고 있는 엔화 가치로 일본 명목 국내총생산(GDP)가 30년 만에 4조 달러를 밑돌 것이라고 19일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이 분석했다. 

신문은 1달러 당 엔화 가치를 140엔으로 상정했을 때, 이 같은 전망이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일본의 올해 명목 GDP는 553조 엔(약 5,377조  원)으로 추산됐다. 달러 당 140엔으로 계산하면 약 3조9,000억 달러로 1992년 이후 30년 만에 4조 달러를 밑돌게 된다. 

이미 달러 당 엔화 가치가 140엔대를 뚫고 급락했다. 19일 오후 3시3분기준 달러 당 엔화는 143.23~143.25엔에 거래되고 있다. 당국은 145엔을 넘을지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다만 GDP를 달러로 환산할 경우 사용되는 평균 환율은 아직 127엔 정도다. 엔화 약세가 계속 진행돼 평균 환율까지 140엔으로 추락할 경우 명목 GDP가 "올해와 내년 4조달러 붕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신문은 짚었다. 

특히 신문은 "달러로 본 (일본의) 경제 규모는 버블 경제 붕괴 직후로 되돌아 간 점을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세계 GDP는 그간 4배가 넘게 성장한 반면, 세계에서의 일본의 GDP 점유율은 15% 이상에서 약 4%까지 줄었기 때문이다. 

세계 GDP 3위 국가인 일본이 4위인 독일과의 차이도 좁혀진다. 

2012년에는 GDP가 6조 달러를 넘으며 독일에 비해 80%나 많은 규모였으나, 올해는 거의 비슷한 수준이 될 전망이다. 

경제 성장, 체감 경기는 엔 기반인 GDP와 연동한다. 올해 달러 기반 GDP가 전년 대비 20% 줄어든다 하더라도 ‘대불황’이라고 할 수 없으나, 달러 표시 국제 비교에서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력’의 지표가 된다. 

이와 관련 히토쓰바시(一橋) 대학의 노구치 유키오(野口悠紀雄) 명예교수는 "통화 약세는 국력을 저하시킨다. 외국에서 인재를 끌어들일 수 없게 돼 성장을 방해한다"고 엔화 약세를 비판했다. 

달러 당 140엔일 경우 평균임금을 연 3만 달러가 된다. "1990년으로 되돌아가는 계산"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게다가 "올해 달러화 하락률은 엔화가 한국 원화를 웃돌고 있어, 달러화 평균임금은 한국과 거의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2011년에는 2배 차이가 났으나 거의 차이가 없게 된 것이다. 

또한 "물가 차이를 포함한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는 이미 역전됐다"며 "시장 환율도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과거 엔화 가치가 떨어졌을 때 특징으로서 나타나던 외국인들의 도쿄증시 유입 움직임도 이번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올해 1~8월 외국인의 일본 주식 순매도는 2조7,000억 엔이었다. 마찬가지로 엔저 국면이었던 2013년 1~8월 순매수가 9조1,000억 엔에 달했던 것과 비교된다. 

외국인이 운용 성적 평가에 사용하는 닛케이225지수(닛케이평균주가)도 올해 들어 23%나 하락했다. 2008년 금융위기 42% 하락 이후 가장 낙폭이 컸다. “외국에서 봤을 때 일본의 자산은 가치가 급락했다”고 신문은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