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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일보 대기자/편집국장
심일보 대기자/편집국장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다."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 팔려서 어떡하나"

윤석열 대통령의 이 발언을 놓고 온통 세상이 시끄럽다. 저속한 표현 논란에 국익 논란까지 겹쳐지면서 주말 술자리에서 다들 한마디씩, 갑론을박을 벌였다.

24일 SBS는 "실제 녹화된 영상을 열 번 정도 들어봤다. 다섯 번은 해당 발언에 대한 자막이 나와 있는 영상을 눈 뜨고 봤고, 다른 다섯 번은 눈을 감고 '날리면'이라는 단어가 들리는지에 집중했다. 다섯 번은 '바이든'으로 들렸고, 나머지 다섯 번은 '날리면'으로 들렸다. 최대한의 '국뽕'을 발휘하면 이건 그대로 대통령실의 해명을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XX'는 괜찮은 것인가?

방송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점잖아 보이는 외모와 달리 욱하는 성질도 있고, 평소 욕도 많이 하는 걸로 알려졌다. 그런 성정 탓에 '말실수'도 많았다. 마이크가 켜진 걸 모르고 폭스 뉴스 기자에게 '멍청한 XXX'라고 원색적인 욕을 한 적도 있고, 미러 정상회담을 끝낸 뒤 열린 기자회견 자리에서 자신에게 우호적인 CNN 기자가 푸틴을 믿느냐고 꼬치꼬치 따져 묻자 "그걸 이해 못 하는 걸 보니 당신은 직업을 잘못 선택했다"고 발끈하며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도 고스란히 영상으로 잡혔다. '말실수' 수위를 놓고 보면 바이든이 한 수 위다"라고 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위에 언급한 두 번의 '말실수' 이후 곧바로 사과했다. 폭스 뉴스 기자에겐 직접 전화를 걸어 사과했고, CNN 기자에게는 문제의 발언을 한 뒤 전용기에 올랐다가 곧 다시 내려와 "내가 당신에게 잘난 척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사과하는 장면이 영상에 잡혔다. 평소 바이든에 대한 평가는 인색한 편이지만, 이 두 장면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에게 '사과할 용기'를 주문했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미국, 캐나다 3개국 순방외교는 빠듯한 일정에 변수가 많은 현지 사정, 굵직한 다수의 현안으로 쉽지 않은 여정이 예성됐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작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30분간의 약심회담이었지만 2년9개월 만의 한일 정상회담은 역대 최악 상황인 한일 관계복원의 단초를 마련했다. 한미 정상회담은 바이든 대통령의 국내 정치일정 때문에 무산됐지만 세 번의 환담을 통해 인플레이션감축법, 통화스와프 등 현안에 대해 우리의 우려를 전달하고 긴밀한 협의를 하기로 했다. 한·캐나다 정상회담에서는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리튬·니켈 등 2차전지 핵심 광물 공급망 확보의 기틀을 마련했다.

전날 헤럴드경제는 사설을 통해 "그러나 윤 대통령이 순방외교를 떠나기 전 국민에게 발표했던 정상회담과는 판이한 모습으로 국격 훼손 논란을 낳은 점은 이 같은 성과마저 퇴색시킨다. 통상 정상회담이 두 나라 사이 일정, 형식, 의제 등을 모두 조율한 뒤 발표하는 걸 고려하면 일주일 전에 약속했던 한미 정상회담이 취소된 것은 이례적이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대신 조 바이든 대통령의 행사장인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로 달려갔고 48초의 스탠딩 환담을 했다. ‘조우’ 같은 만남을 회담이라 하고 여기서 통약을 포함한 48초 동안 인플레감축법 같은 복잡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니 헛웃음이 나오는 것이다. 환담을 마치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에게 툭 던진 비속어는 외신을 타고 미 의회 폄하 논란으로 증폭되고 말았다. 처음에는 사적 발언을 문제 삼는 것을 유감이라 하더니 15시간 뒤에는 미 의회가 아니고 한국 국회를 지칭한 것이라 해명했다. 누가 봐도 억지스럽고, 백번 양보해 한국 국회라 해도 대통령이 자국 국회에 욕설을 해도 되는 건지 의문이다"라고 썼다.

같은 날 한겨레는 "유엔 총회 참석을 계기로 추진된 윤석열 대통령의 한-미·한-일 정상외교 결과는 ‘참사’라 할 수밖에 없다. 한-미 정상회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논란 끝에 21일(현지시각) 한·일 정상이 2년9개월 만에 만났지만 일본 정부는 회담이 아닌 ‘간담’이라고 규정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한국 전기차 차별, 일본과의 강제동원 피해 해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진전은 보이지도 않았다. 순방 전 대통령실이 일찌감치 홍보했던 ‘흔쾌한 회담’ ‘그랜드 바겐’과는 거리가 멀다. 과정·형식·내용이 총체적으로 부실한 외교 무능에 국민들은 참담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총체적 외교 참사에 대해 국가안보실의 김성한 실장과 김태효 1차장은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은 외교안보라인을 전면 쇄신하는 동시에 무엇보다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외교와 국정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국제정세 격변기에 한국은 ‘사면초가’ 정도가 아니라 낭떠러지에 몰리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오늘 급기야 홍준표 대구시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욕설 논란을 두고 사과를 촉구했다.

홍 시장은 페이스북에 "뒤늦게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수습해야지, 계속 끌면 국민적 신뢰만 상실한다"며 “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언제나 정면돌파 해야 한다. 곤란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하면 거짓이 거짓을 낳고, 일은 점점 커진다”라고 해명만 하는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을 직격했다. 

한국갤럽이 2022년 9월 넷째 주(20~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윤석열 대통령이 현재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물은 결과, 28%가 긍정 평가했다. (유무선 병행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

7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 20%대에 머물다 추석 직후인 지난주 33%까지 올랐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직무 긍정률이 한 주 만에 다시 20%대로 내려앉았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0.4%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 참조)

초보운전자는 앞만 보고 달리다 사고가 난다. 좌우를 살피기 힘들기 때문이다. '先사과'와 後조언청취'가 필요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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