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비행거리 350㎞·고도 90㎞"… SLBM은 아닌 듯

6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6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정재원 기자] 북한이 노동당 창건 제77주년 기념일, 이른바 '쌍십절'(10월10일)을 하루 앞두고 9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했다. 지난달 25일 이후 보름 새 일곱 번째 무력도발이다.

합동참모본부는 9일 북한이 오전 1시48분경부터 1시58분경까지 북한 강원도 문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 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350㎞, 고도는 약 90㎞, 속도는 약 마하 5(음속의 5배)로 탐지됐다.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다.

강원도 문천 일대는 원산 북방 지역으로 북한의 해군기지가 위치한 지역이다. 북한은 지난 2020년 4월에도 해당 지역에서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바 있다.

우리 군은 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의 비행거리 및 고도 등을 감안할 때 SLBM보다는 SRBM, 특히 '초대형 방사포'(탄도미사일 기술을 적용한 다연장로켓) KN-25를 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 소식통 또한 북한이 작년 10월과 올 5월 함경남도 신포 인근 해상에서 시험 발사한 '소형 SLBM'의 비행거리가 약 590~600㎞, 정점고도가 약 60㎞로 탐지됐단 점에서 "북한이 오늘(9일) 쏜 미사일이 SLBM이라면 더 작은 미사일을 개발했단 얘기가 된다"며 "북한은 SLBM을 2발 연달아 쏜 전례가 없다"고 전했다.

NHK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북한에서 탄도미사일 가능성이 있는 발사체 2발을 발사했으며, 2발 모두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에 이미 낙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방위성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가능성을 포함해 정보 수집과 분석을 진행 중이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이날 포함 최근 15일 동안 7차례 진행됐다. 이틀에 한 번꼴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다.

지난달 25일 지대지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1발을 평북 태천 일대에서 발사했고, 28일에는 평양 순안 일대에서 SRBM 2발을 발사했다. 29일에는 평안남도 순천 일대에서 SRBM 2발을 발사한 바 있다. 이달 1일에도 평양 순안 일대에서 2발을 발사했고, 4일에는 북한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쪽 방향으로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1발을 발사했다.

지난 6일에는 평양 삼석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했다. 당시 발사된 미사일 2발은 서로 다른 종류이며, 이동식 발사대(TEL)를 통해 발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총 25차례(탄도미사일 23회, 순항미사일 2회) 이어졌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미사일 발사로만 보면 11번째다.

김승겸 합참의장은 라캐머라 연합사령관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공조회의를 통해 상황을 긴밀히 공유했다.

합참은 "최근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해치는 중대한 도발 행위이며, '유엔안보리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며 "이를 강력히 규탄하며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군은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한미간 긴밀한 공조하에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면서,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노동당 창건일(10월10일)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가 북한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주년(5·10년 단위의 해)은 아니지만 주요 기념일인 만큼, 미사일 능력을 과시해 치적 홍보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다양한 장소에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있는 만큼 '언제 어디서든 미사일 타격이 가능하다'는 것을 뽐내려는 의도라는 평가다.

한미일 3국이 동해상에서 연합훈련을 실시한 것에 대한 반발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강습단이 5년 만에 동해로 전개해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한만큼 북한에게는 큰 위협이 됐다는 분석이다.

전날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레이건호 동해 재진입을 두고 "미국과 남조선의 극히 도발적이고 위협적인 합동군사연습에 우리 군대가 보인 정당한 반응을 보인데 대하여 소위 경고를 보내려는 군사적 허세"라고 비방한 바 있다.

북한 국가항공총국 대변인도 "우리의 미사일 시험 발사는 반세기 이상 지속된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들로부터 나라의 안전과 지역의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정상적이고 계획적인 자위적 조치"라고 밝혔다.

미국의 레이건 항모강습단은 지난달 23일에 부산항에 입항해 26~29일 한미 연합훈련, 30일 한미일 3국 연합 대잠전 훈련을 실시했다.

이후 동해를 빠져나갔던 레이건 항모강습단은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도발로 일주일만인 6일 다시 동해로 재전개했다.

레이건 항모강습단은 한국, 일본과 함께 동해 공해상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상황을 상정한 훈련을 실시했다. 이번 훈련에서는 표적정보 공유를 통한 탐지·추적·요격 절차를 숙달하는 데 중점을 뒀다.

군 관계자는 해당 훈련에 대해 "(미국 항모강습단이) 동해 해역에 들어온 것 자체가 확장억제력 실행력 제고를 위한 전략자산 전개라는 측면"이라며 "이지스 구축함들이 미사일 방어훈련을 하는 것은 (전략자산) 전개의 일환으로 그 자체만으로도 훈련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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