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은마아파트 정비안 수정 가결
33개동, 5,778세대로 건립…최고 층수는 35층 이하로

지난 9월7일 찾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 전경. 2022.10.19.
지난 9월7일 찾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 전경. 2022.10.19.

[정재원 기자] 서울 강남의 중층 재건축의 상징으로 꼽히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서울시 재건축 심의를 통과했다. 은마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차제에 잠실주공5단지처럼 49층 재건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어 향후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이날 제11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강남구 은마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경관심의안을 수정 가결했다.

이번 심의를 통해 은마아파트는 33개동, 5,778세대로 건립된다. 공공주택 678세대도 포함된다. 최고 층수는 35층 이하로 지어진다. 건폐율은 50% 이하, 상한 용적률은 250% 이하로 적용된다. 도계위는 공공기여계획으로 보차혼용 통로와 공원을 조성하고 주변 생활권과 조화로운 정비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은마아파트는 강남구 대치동 316번지 일대에 1979년 준공된 28개동, 4,424세대의 노후 아파트 단지로 강남 재건축 대어로 꼽혀왔다. 지난 1996년부터 재건축 사업을 추진했으나 사업이 번번이 무산되면서 26년째 답보 상태를 지속했다.

2003년 재건축추진위원회 설립 이후 안전진단에서 세 차례나 탈락했고, 2010년 네 차례의 도전 끝에 조건부 재건축이 가능한 D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2017년 아파트를 49층 높이로 지으려다 '35층 층고 제한'을 도입한 서울시의 반대로 사업이 가로막혔다. 이후 재건축 사업은 지지부진해졌고, 사업 방식을 놓고 주민 간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재건축 규제가 대폭 풀리면서 사업 재추진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비안은 소위원회 자문 등을 거쳐 5년 만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됐다.

은마아파트 정비안이 서울시 심의 문턱을 통과하면서 향후 강남구 일대 재건축 정비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은마 재건축 추진위는 내년 조합설립인가를 목표로 사업 추진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은마아파트는 잠실주공5단지처럼 최고 49층 재건축 계획을 추진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추진위는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인 '서울 2030'에 따라 단지와 인접한 곳에 학여울 지구중심 역세권이 있다는 점을 들어 49층 재건축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지금까지 서울시의 반대에 가로막힌 상태다. 이번에 허가된 최고 층수는 35층으로 기존 서울시 층수제한 방침에 맞춘 것이다. 

하지만 49층 재건축 계획안의 기사회생 변수가 등장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선 이후 35층 층수제한이 폐지된데다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고밀개발이 추진되고 있어서다. 서울시는 지난달 열린 도시계획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은마아파트 재건축사업에 대해 지하철 학여울역 앞 문화공원을 개발 밀도를 높여 주상복합으로 변경하고 동 수를 줄여 건물 간격을 더 넓히라는 검토 의견을 제시했다. 

추진위 측은 현행 서울시 조례로는 35층밖에 지을 수 없기 때문에 일단 35층으로 정비계획안을 세운 것이란 입장을 보이며 49층 정비계획안 수립을 예고한 상태다. 은마측은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재건축 단지인 인근 대치 미도아파트가 양재천 방면으로 49층 높이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을 사례로 들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해 서울시가 승인을 내줄 지는 미지수다. 49층 재건축이 허가된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해당 대지가 준주거지역이었기에 가능했다. 은마아파트 단지 내부엔 준주거지역 대지가 없다. 이에 따라 공공주택 추가 건립이 요구되는 신속통합기획에 합류하지 않으면 49층 재건축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자칫 고가 재건축주택인 은마아파트의 사업성을 높여줘 조합원들의 이익만 키워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어서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재건축 정비계획 변경안을 내는 것은 조합의 권한인 만큼 변경안이 제출된 뒤 계획 승인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비계획 결정을 받았으면 이대로 해도 되고, 층수를 높이고 싶다면 변경 제안을 할 수 있다"면서 "신속통합기획 단지 신청을 하게되면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시는 재건축 최대어 중 한 곳인 잠실주공5단지를 최고 50층까지 건립 가능토록 한 정비계획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최고 65층 높이로 재건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여의도 공작아파트도 최고 50층 높이로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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