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내달 7일부터 제품가 9.7% 인상
수출 위주 삼양식품 인상 자제해 왔지만, 국내 사업 고전 영향
농심·오뚜기·팔도 이어 삼양까지 라면 빅4 모두 가격 인상

[정재원 기자] 농심과 오뚜기·팔도에 이어 삼양식품까지 라면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이로써 국내 주요 라면 제조업체 4사 모두 올 하반기 가격을 올리게 됐다. 

삼양식품은 다음 달 7일부로 불닭볶음면·삼양라면 등 13개 브랜드 제품 가격을 평균 9.7% 인상한다고 21일 밝혔다. 봉지면 기준 불닭볶음면과 삼양라면은 각각 8.7%, 9.3% 오른다.

불닭볶음면 1봉지당 대형마트 판매가격은 936원에서 1,020원으로 84원, 삼양라면은 700원에서 768원으로 68원 인상된다. 실제 판매 가격은 유통 채널별로 다를 수 있다. 

올 추석 연휴 이후 국내 주요 라면 업체들은 소맥·팜유 등 원부자재 가격 인상을 사유로 제품 가격을 올렸다. 농심은 지난달 15일부터 신라면 등 주요 제품 출고 가격을 평균 11.3% 올렸고, 오뚜기는 지난 10일부터 라면 제품 가격을 11.0% 인상했다. 팔도의 제품가도 지난 1일부터 평균 9.8% 뛰었다.

이런 가운데 삼양식품만 '나홀로' 가격 인상을 서두르지 않아 관심을 모아왔다. 이런 배경에는 수출에 특화된 사업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삼양식품은 올 상반기 내수와 수출액으로 각각 1,413억 원, 3,162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16.9%, 89.8% 증가한 수치다. 해외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약 70%에 이른다.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커지며 2019년 해외 시장 매출이 내수 시장을 뛰어넘었다. 

이에 더해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환차익으로 인한 수익도 커진 상황이다. 환율이 오르면 원자재 수입 비용이 증가해 원가에 압박이 되기도 하지만, 국내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해외에 판매할 때 환차익이 발생해 추가 이익을 주기도 한다.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일 수록 고환율에 따른 혜택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삼양식품은 해외에 생산 공장이 없고, 국내에서 직접 수출하는 구조로 고환율 수혜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양식품은 라면 대신 이달 1일부터 사또밥·짱구·별뽀빠이 등 주요 과자 제품의 편의점 가격을 15.3% 올렸다. 지난달부터 정부와 국회의 가공식품가격 줄인상에 대한 공개 경고도 있었다.

하지만 원부자재 가격 급등이 지속으로 국내 라면 사업 실적이 고전하면서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국내 여러 식품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밀가루·팜유 등 주요 수입 원자재 뿐 아니라 물류비·유틸리티 등 생산 비용 급증으로 원가 부담이 가중됐지만 그동안 수출 확대를 통해 이를 감내해왔다"며 "하지만 국내 사업의 적자 규모가 누적되고 하반기 상황이 더 악화되면서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고객들의 장바구니 물가에 부담을 드리게 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더 좋은 품질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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