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만규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인터뷰
약물·주사요법 시도 후 경과보고 수술결정
심한 통증·발목처짐·근력약화는 수술해야
허리디스크 재발 잦아 생활습관 개선 중요
척추치료 완치보다 통증개선 초점 맞춰야
척추재수술 연구 지속 삶의질 더 높이고파

최만규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사진= 경희대병원 제공)
최만규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사진= 경희대병원 제공)

[김승혜 기자] 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은 요통 환자 중 절반 이상이 앓는 질환이다. 노화로 인해 척추뼈와 뼈 사이에 있는 추간판(디스크)의 가장자리를 둘러싸고 있는 섬유륜이 약화돼 균열이 생기고, 추간판 내부 수핵이 척추뼈의 경계를 넘어 탈출하면 발생한다.

하지만 최근 허리디스크 환자는 중장년층 뿐 아니라 장시간 책상에 앉아 있거나 허리를 자주 사용하는 젊은층으로 확산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병원을 찾은 전체 허리디스크 환자(197만5,853명) 중 40세 미만이 약 18.5%(36만5,007명)를 차지했다.

허리디스크 환자의 가장 큰 고민은 수술을 해야할지 여부다. 하지만 보통 발병 후 1~2달 정도는 약물치료, 주사요법 같은 비수술적 치료를 먼저 시도한다. 대부분의 환자는 수술 없이 통증이 호전되기 때문이다. 최만규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약물치료와 스테로이드 약물을 디스크 탈출 부위에 주사하는 주사치료 같은 보존적 치료(비수술적 치료)를 1~2달 정도 병행한 후 경과를 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리디스크는 수술을 받아 증상이 좋아지더라도 다시 재발하는 경우가 잦다. 최 교수는 "평소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과격한 운동을 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드는 등의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리디스크 진단을 꼭 받아야 하는 증상이 있다면요. 

 "허리통증과 함께 다리가 저리거나, 전기가 다리를 타고 내려오는 것 같은 날카로운 통증이 동반된다면 한번쯤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엑스레이를 촬영해 의심되는 부위에 적합한 약물 치료를 하면서 경과를 지켜보고요. 계속 효과가 없고 경과가 나빠진다면 자기공명영상(MRI)를 촬영해 어느 부위가 좋지 않은지 확인하게 됩니다."

-허리디스크의 원인은 무엇이고, 치료법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허리디스크 원인으로는 퇴행성 변화가 80~90% 가량을 차지하고요. 나머지 10% 정도는 외상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보통 소염진통제와 근육이완제 같은 약물치료와 주사치료 같은 보존적 치료를 병행합니다.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을 제거하고 유착된 신경을 풀어주는 신경 성형술도 보존적 치료의 일종으로 시도해 볼만하고요. 일반적으로 이런 치료를 한다고 해서 디스크 병변 자체가 없어지진 않지만, 신경통증을 경감시켜 일생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외상으로 인해 허리디스크가 생겼다 하더라도 마비가 동반되지 않은 통증만 있을 경우 보존적 치료 경과를 본 후 수술 여부를 결정합니다. 예를 들면 외상으로 뼈에 골절이 생겼고 척추가 불안정하다면 바로 수술해야 하지만, 추간판만 탈출했을 경우 퇴행성 변화로 인한 허리디스크 치료법과 다르지 않습니다."

-수술은 언제 고려해야 할까요?

 "보존치료를 최소 1~2달 정도 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심하거나, 간혹 디스크 파열이 너무 심해 족하수(발목 처짐)와 같은 운동신경 마비가 생긴다거나 근력이 약화된다면 지체 없이 수술해야 합니다. 척추에 염증이 생겼다든지, 종양이 있는 경우도 진단 즉시 수술이 필요합니다."

-허리디스크 수술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나요?

 "미세디스크 절제술이 많이 시행되는데요. 2~3cm 가량을 절개한 후 척추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뼈에 작은 구멍을 내고 미세 현미경을 통해 수술 시야를 확보한 다음 파열된 디스크 절편을 제거하는 방법이죠. 척추협착증이 심한 환자에서는 뼈를 크게 절제하고 나사못을 고정해 척추관절을 안정화하는 척추유합술이 시행됩니다."

-하이엔드경추수술(비유합적 상부 경추접합술) 권위자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상부 경추 수술은 질환 자체가 많지 않고 뇌에 가까워 더 까다롭다고 하던데요. 어떤 수술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기존 상부 경추 수술은 경추 1번과 2번을 하나로 유합시키는 방식이었는데요. 수술 후 환자가 목을 자유롭게 돌리지 못하게 되는 등의 단점이 있었습니다. 반면 비유합적 상부 경추접합술은 1번과 2번 경추를 각각의 골절 단위로 붙이는 방식이여서 수술 후에도 목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 수술이 까다로운 것은 추골동맥, 신경관, 척수신경으로 구성된 뇌척수의 구조 때문인데요. 이 구조의 틈과 틈 사이는 3~4mm로 아주 협소한데, 이 틈으로 나사를 넣을 때 자칫 잘못하면 혈관이 터질 위험이 있죠. 신경으로 나사가 들어가면 마비가 올 수도 있고요. 그래서 얼마나 정교하게 수술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허리디스크 수술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고령 환자들이 많은데요.

 "연세가 많다고 무조건 수술을 기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건강하고 골다공증이 없다면 70~80대라도 간단한 척추 수술의 경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통증으로 고통이 너무 심해 일상생활이 어려울 경우 신장이나 폐, 심장 등이 나쁘지 않다면 수술을 고려해도 괜찮습니다. 다만 80대 후반이면 대형 허리수술이나 교정수술은 아무래도 시도하기 어렵죠."

-고령 환자를 수술할 때 가장 고민스러우신 부분이 있다면요.

 "85세 이상이신데 골다공증이 심해서 디스크 절제술이 아닌 척추유합술을 해야 할 때입니다. 절개 부위도 커질 수 있고, 뼈가 너무 약하면 나사못이 헐거워지거나, 안에 넣은 인공디스크가 침강될 수 있거든요. 고령이시라면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는 전신마취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고요."

-허리디스크는 완치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우리 몸의 디스크 23개 중 1개만 탈이 난 환자는 많지 않습니다. 보통 3~4개 마디가 좋지 않은데 이중 가장 상태가 좋지 않은 것만 수술한다든지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 완치는 어렵습니다. 저는 아픈 디스크가 10개라면 수술 후 7~8개 정도는 통증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씀드립니다. 신경을 다 풀어놔도 신경이 하루 이틀 눌린 것이 아니여서 오랫동안 눌려왔던 신경으로 인해 전달되는 통증이 있을 수 있거든요. 척추 치료는 완치보다 통증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로 접근해야 합니다."

-허리통증이 70~80% 정도 줄면 삶의 질이 어떻게 달라지나요?

 "허리를 제대로 못 펴고 걸음도 잘 못 걷던 환자가 일상생활에 빠르게 적응하게 됩니다. 다만 환자별로 개인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허리디스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증상이 심해지는 20~30대도 있습니다.

 "젊은층에서 디스크를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은 흡연입니다. 흡연은 말초혈관을 수축시켜 디스크의 퇴행성 변화가 촉진되기 때문인데요. 금연과 함께 척추 뒤를 받치는 후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는 운동이나 허리를 쓰는 일도 피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디스크가 퇴행되는 속도를 많이 늦출 수 있습니다."

-허리수술이 대중화되다 보니 수술을 하는 것이 좋은지, 나쁜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데요.

 "척추수술에 대해 그릇된 인식부터 개선됐으면 좋겠습니다. 칼을 댈만한 병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수술을 원하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경추디스크가 척수 신경을 심하게 눌러서 마비가 올 가능성이 있어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상당히 위험한데 몸에 칼은 절대로 대지 않겠다는 분들도 있거든요. 전문의의 진단을 따르시는 것이 좋습니다. 의료계에서 디스크 수술이 남발되는 경향도 함께 개선돼야 하겠죠." 

-허리디스크 재발로 인한 재수술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평소 의자에 바르게 앉는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무리한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운동은 통증이 없을 때 자신에게 맞는 강도로 하는 것이 좋겠죠."

-개인적인 목표가 있으시다면요.

 "고등학교 시절 어머니께서 디스크로 많이 불편해 하셨고 수술을 받으시면서 의사를 꿈꾸게 됐습니다. 환자 중 척추수술 후 퇴행성 변화, 잘못된 생활습관 등으로 재수술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재수술은 그만큼 힘들긴 하지만, 앞으로도 이 분야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해서 환자들의 삶의질을 더욱 높이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