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11월1일까지 피해 접수 후 신속하게 보상안 마련"
소상공인 일괄 지급도 검토키로 했지만, 전례 없고 피해 규모 산출도 쉽지않아
KT 2018년 아현화재 사고 당시 소상공인 일괄지급안 나오는데 4개월 소요
이해관계단체, 택시·대리운전업계와 관계부처 협의도 난항 예고

25일 오잔 9시 기준 소상공인연합회에 접수된 카카오톡 먹통 사태로 인한 소상공인 피해 건수는 1614건으로 집계됐다. (사진=소상공인연합회 홈페이지 캡쳐).
25일 오잔 9시 기준 소상공인연합회에 접수된 카카오톡 먹통 사태로 인한 소상공인 피해 건수는 1614건으로 집계됐다. (사진=소상공인연합회 홈페이지 캡쳐).

[정재원 기자] 카카오가 지난 주말 카카오 서비스 먹통 대란에 따른 피해 보상안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최종 보상 범위와 시기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카오는 내달 1일까지 먹통 사고로 인한 피해 사례를 접수한 뒤 소상공인 일괄 보상 지급 방안을 포함해 종합적인 피해 보상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워낙 전례가 없던 일인데다 적절한 보상기준을 세우는 것 자체가 만만치 않아 카카오가 최종 피해보상안을 내놓기까지 수개월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 나온다. 

25일 카카오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접수를 시작한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서비스 장애 피해 사례는 약 4만5,000건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피해 접수 신고는 내달 1일까지 총 2주간 진행된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전날 개최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내주 화요일(11월1일)까지 피해를 접수 받아 피해 유형과 피해 규모를 최대한 빨리 산정해 신속한 피해 보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유료 서비스에 대해서는 이용 약관에 따라 약관 이상으로 보상을 지급했거나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이미 카카오웹툰·페이지, 멜론, 카카오톡 이모티콘, 카카오톡 톡서랍 등 유료 서비스들은 이용 기간 연장, 캐시 지급 등 보상안을 발표했다. 카카오에 따르면 1차 유료 서비스 피해 보상액 규모는 약 400억 원으로 추산됐다.

관건은 카카오톡, 다음메일 등 무료 서비스 이용자에 대한 보상과 소상공인 등 이해관계자, 파트너들에 대한 피해 보상이다. 현재 카카오 생태계를 이용했던 소상공인, 자영업자, 택시 기사 등은 카카오 먹통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피해 배상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김 센터장은 KT 아현화재 사고 보상 사례를 참고해 소상공인에게도 일괄적인 지원금 지급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당초 카카오는 무료 서비스 이용자에 대해서는 선례가 없기 때문에 피해 사례를 접수한 뒤 보상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정치권의 압박과 카카오 생태계를 이용한 소상공인 등 파트너들의 집단소송 움직임이 강해지면서 보상을 해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국정감사장에서 과방위 소속 의원들은 "무료로 운영되는 카카오톡이 카카오 전체 서비스의 뿌리이고 출발점이다", "무료 서비스, 유료 서비스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지금 카카오가 이익을 얻는 구조에 반하는 이야기다"라며 카카오 무료 서비스 이용자에 대한 피해 보상 대책을 집중 추궁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도 2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약관에서 피해 보상 범위를 벗어나더라도 실질 피해에 대해선 사업자와 협의해 보상해야 한다"며 카카오가 무료 서비스 이용자에게도 보상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KT 아현국사 화재 사고처럼 소상공인 일괄 보상 검토…전례없어 피해 보상 기준 마련만 상당한 시일 소요될 듯

 다만 카카오가 소상공인 등 파트너, 이해 관계자를 포함한 포괄적인 무료 서비스 보상안을 내놓기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 2018년 아현 국사 화재사고가 난 KT의 경우 당시 소상공인 보상안을 최종 확정하기까지 4개월여 기간이 소요된 바 있다. 당시 KT는 지역 상점의 서비스 장애 복구 기간에 따라 1~2일 40만 원, 3~4일 80만 원, 5~6일 100만 원, 7일 이상은 120만 원의 보상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지급 대상은 여신전문금융법에 따라 영세한 중소신용카드가맹점에 해당하는 연매출 30억 원 이하 소상공인이 KT 유선 인터넷이나 전화 장애로 카드 결제나 주문 영업을 하지 못해 피해를 본 경우로 정했다. 편의점, 슈퍼마켓 등 일부 업종은 연매출 50억 원 미만도 포함했다.

지원금은 통계청의 자영업자 가구소득 통계자료와 국세청의 경제총조사 자료, 피해 소상공인이 제출한 피해 접수 신청서에 기재된 손실액을 바탕으로 했다.

그러나 카카오의 사례와 동일 비교할 수 없다. KT의 피해보상 대상은 모두 유료로 KT의 통신 서비스에 가입한 이용자들이고, 카카오는 보상 근거와 선례가 전무한 무료 이용자까지 포함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출 손해액을 산정하는 과정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약 4,500만 명이 이용하는 무료 메신저 카카오톡에 카카오 공동체의 서비스까지 포함하면 범위가 워낙 넓고 업종도 다양하다. 유무료 서비스 여부도 가려내야 한다. 이 때문에 피해 보상 대상을 설정하는 데만 적잖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택시기사 등 이해관계 단체과 정부 협의도 변수

 카카오 공동체가 소상인단체 등 이해관계 단체와 의견을 어떻게 좁힐 것인지도 변수로 남아있다. 이에 더해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부처와의 잠정협의 과정도 밟아야 한다.

카카오를 향한 피해 보상 요구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25일 오전 9시 기준 소상공인연합회에 접수된 카카오톡 먹통 사태로 인한 소상공인 피해 건수는 1,614건으로 집계됐다. 연합회는 접수된 피해 사례를 바탕으로 카카오에 대한 대응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피해 유형으로는 모빌리티 서비스인 '카카오T·카카오맵' 이용 피해가 50.54%(중복응답)로 가장 많았다. 이어 톡채널 서비스 예약·주문·상담(45.58%), 페이·기프티콘 결제( 42.06%), 주문·배송 알림(31.95%), 카카오 로그인(18.86%), 멜론 서비스(12.45%)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만 명의 기사를 보유한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피해 보상에 더욱 진통이 예상된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프로 멤버십'에 가입돼있던 택시 기사들을 대상으로 6일치 이용료 상당의 7,550원의 포인트를, 카카오 대리 프로 서비스에 가입한 기사들에게도 6일 상당 이용료 4,260원의 포인트를 지급하겠다고 우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노총전국연대노동조합 플랫폼운전자지부와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등 4개 단체는 전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리기사 4,260원 보상을 받지 않겠다고 반발하며 평균 피해액이 1인당 17만8,000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정신동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플랫폼 기업들이 무료 서비스를 통해 데이터를 마케팅 등에 활용하기 떄문에 금전적인 대가를 지불하지 않더라도 무료 서비스가 아닌 유상 계약으로 볼 수 있다"며 "어떤 손해가 구체적으로 발생했고 어떤 이익이 대상이 될지 등에 대해서는 합의의 문제가 될 것"이라며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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