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일보 대기자/편집국장
심일보 대기자/편집국장

더불어민주당의 김의겸 의원이 그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감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장관이 지난 7월 19~20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술집에서 김앤장 변호사 30명,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 등과 술자리를 갖지 않았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한 장관에게 질문하면서 “경호원도 있었고 3시간 동안 노래 부르고 노는데 ‘동백 아가씨’는 윤석열(대통령)이 했다”는 제보 녹취 파일도 틀었다.

김 의원은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며 더탐사라는 유튜브 채널과 이 전 총재가 나눈 전화통화 내용 등을 공개하고 이 매체와 협업했다고도 했다. 이 채널은 한 장관이 자신을 스토킹한다며 고소해 현재 경찰에 입건된 상태다.

이 유튜브는 정작 그 술집이 어디인지도 대지 못했다. 이를 처음 제보했다는 여성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못했다고 했다. 당시 술자리에 있었다는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권한대행과 통화한 내용이라며 공개한 녹음엔 마치 그런 자리가 있었던 것처럼 해석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씨는 대통령과 이런 식으로 만날 사이도 아니라고 한다. 그는 지금 “허무맹랑한 소리이며 소설”이라 했다.

국회의원이라면 이 유튜브처럼 상식에 맞지 않아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주장에 대해선 철저히 확인한 뒤 국회에서 질의하는 것이 옳다. 더구나 이 유튜브는 최근 한 장관을 한 달가량 미행하다 적발돼 수사받고 있다. 그 전신인 열린공감TV는 근거 없이 ‘김건희 여사는 접대부’라는 이야기를 만들어 퍼뜨렸다. 이런 전력의 유튜브라면 김 의원은 더 확인해야 마땅했다. 하지만 유튜브 내용을 그대로 받아 폭로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이날 구체적인 증거 하나 없이 ‘카더라’ 식으로 의혹을 제기하고는 ‘아니면 말고’ 식으로 빠졌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오늘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김 의원이 일종의 지라시 정치인이 된 것 같다"며 "기자 출신인데 팩트 체크 능력이 너무 떨어지고 가짜 지라시에 놀아나는 정도가 너무 과하다"고 비판했다. 

하 의원은 "이런 치명적인 실수를 하면 최소한 사과라도 하든지 해야하는데 사과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면서 "정치인으로서 이런 지라시 정치에 대해 깊은 반성을 할 필요가 있다. 본인 이미지가 너무 나빠지지 않나"라고 말했다.

같은당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시정잡배들의 술주정만 못한 상습적인 거짓말에도 불구하고 창피한 줄 모르고 여전히 국회의원으로서 할 말을 했다는 김 의원의 무지함과 뻔뻔함에 기가 찰 노릇"이라며 "똥불을 차도 아주 심하게 찼다"고 비판했다.

당 밖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의 일부 정치세력은 미국 이야기만 나오면 벌떡 일어나고, 김앤장이라고 하면 뭔가 큰 악마 같은 세력이라고 생각한다"며 "윤 대통령과 한 장관에 대해 큰 타격을 주는 것으로 이 문제를 끌어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은 "이런 식으로 국정감사를 검증되지 않은 폭로의 장으로 만든 것은 국가의 미래 정치 발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책임 추궁이 있어야 한다"며 "김 의원이 기자 시절에도 과연 올바른 기사를 썼느냐에 이제 많은 회의를 갖게 됐다"고 전했다.

한 장관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명백한 허위사실을 유튜브 등으로 유포한 '더탐사'와 관계자들, 이에 '협업'했다고 스스로 인정한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에 대해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얼마 전에도 한 장관이 야당 여성 의원을 집요하게 쫓아가 악수하는 장면을 연출했다고 비판했지만 사실과 전혀 달랐다. 이번엔 진위를 명확히 가려 어느 쪽이든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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