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씨의 20대 딸은 이태원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다쳐 깁스를 했다. 부친 제공.
장모씨의 20대 딸은 이태원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다쳐 깁스를 했다. 부친 제공.

[신소희 기자] “한쪽에선 시민들까지 나서 심폐소생술이 한창인데, 바로 옆에선 사람들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어요. 경찰이 뭐라고 소리를 지르니까 막 야유하고요.”

200명 넘는 사상자를 낸 최악의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에 있던 대학생 김모 씨(22)는 30일 한 언론과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씨의 말대로 전날 밤 서울 용산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는 자발적으로 구조 작업을 돕는 시민들과 “구조에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무시한 채 구조 현장에서 춤을 추며 환호하는 시민들의 ‘두 얼굴’이 공존했다도 했다.

시사플러스에서 어제 오늘 보도된 의인들의 모습을 모아봤다.

“딸 업고 1㎞ 넘게 달렸다” 이태원 생존자 부친 증언

경기 성남시에 사는 장모(62) 씨는 지난 29일 밤 서울 이태원에서 20대 딸을 잃을 뻔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눈앞이 캄캄하다.

그날 친구들과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이태원으로 놀러간 딸에게서 휴대전화로 전화가 왔다. 

딸은 수화기 너머 다급한 목소리로 “옆에 사람 다 죽었어”라고 장 씨에게 믿을 수 없는 얘기를 꺼냈다.

순간 귀를 의심한 그는 무슨 얘기인지 자초지종을 물었지만 계속 통화가 끊어지는 탓에 더 이상 딸과 길게 통화하지 못했다.

잠시 후 딸에게 도착한 문자메시지를 확인한 장 씨는 심상치 않은 상황임을 직감하고 곧장 택시를 잡아타고 딸을 보호하고 있는 이태원파출소로 향했다.

딸은 “나 죽다 살았는데 다리가 부러진 것 같다”며 “이태원에서 압사 사고났는데 집에 가려다 맨밑에 깔렸어”라고 장 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장 씨는 택시로 이동하면서 휴대전화로 딸이 얘기한 정보를 바탕으로 검색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태원에서 정확히 무슨 사고가 났는지 알려주는 뉴스가 나오지 않아 제대로 파악이 힘들었다.

장 씨는 “딸의 전화를 받고 이게 뭐지 싶었는데 밤 11시반쯤 ‘심정지 50명’이라는 뉴스가 떴다”며 “그때 택시를 타고 이태원 부근에 도착했는데 교통 통제로 인해 도로가 막혀 차에서 내려 1.5㎞ 가량을 뛰었다”고 말했다.

파출소에 도착한 장 씨는 우선 딸의 몸상태를 살폈다. “파출소 안에 우리 딸을 포함해 네 명 정도가 누워 있었는데 딸의 상태가 빨리 병원으로 이송돼야 할 정도로 안 좋았다”며 “그런데 사망자가 너무 많아 경찰과 소방이 그쪽을 먼저 대응하면서 딸 순번까지 오려면 최소 서너 시간은 걸릴 것으로 보였다”고 했다.

이어 “사망자 수습이 우선이라서 배정이 안 될 것 같다고 하는데 딸은 되게 고통스러워하고 완전히 도로는 통제돼 일반 차가 못 다니는 상황이었다”며 “결국 택시라도 탈 수 있는 쪽으로 나가려고 딸을 등에 업고 1㎞ 넘게 뛰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한참을 뛰었는데도 택시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장 씨는 도로를 통행하는 아무 차량이라도 얻어타려고 도움의 손길을 청해봤지만 이마저도 뜻대로 안 됐다.

그 순간 장 씨에게 30대로 보이는 남녀가 다가와 병원까지 태워주겠다고 먼저 제안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BMW 흰색 차량에 장 씨와 딸을 함께 태우고 여의도성모병원 응급실까지 데려다 줬다.

그런데 이곳도 앞서 실려온 사상자들로 이미 다른 환자를 받을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장 씨와 딸을 태워준 젊은 남녀는 처음 본 낯선 부녀를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도왔다. 장 씨에게 사는 곳을 물어본 뒤 집 근처에 위치한 분당차병원 응급실까지 무사히 태워줬다.

장 씨의 딸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끝에 고비를 넘겨 일반 병실로 옮겨진 상태다.

병원 측에서는 사고 당일 장 씨의 딸이 장시간 압력에 노출되면서 근육 손실로 인한 신장(콩팥) 손상을 입었다고 한다. 이번 사고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마비됐던 오른쪽 다리에는 깁스를 부착했다.

과거 경기도의원을 지낸 장 씨는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러한 내용을 올려 젊은 남녀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장 씨는 “병원 응급실에 도착해서도 우리를 데려다준 젊은 남녀가 휠체어까지 갖고 와서 딸을 태워 옮겨다주고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지금 입원한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서너 정도 시간이 걸렸다. 고마운 마음을 표시하기 위해 약소한 돈이라도 비용을 치르려고 했는데 한사코 안 받고 다시 건네주고 돌아갔다”고 했다.<뉴시스 11.1>

“책임감 느껴…” 경찰·소방관에만 문 연 이태원 빵집 ‘뭉클’

이태원 참사로 숨진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이태원 일대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휴업에 돌입한 가운데 한 빵집이 문을 열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빵집 또한 추모에 동참하기 위해 11월 5일까지 공식적으로 문을 닫기로 했지만 사고 수습에 나선 경찰과 소방관들에게 커피와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기 위해 문을 열었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은 “감동적”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31일 한겨레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현장과 불과 240m 떨어진 빵집 뚜레쥬르 이태원점은 소방관과 구급대원, 경찰들을 상대로 커피와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 가게 입구엔 국가애도기간인 11월 5일까지 휴점한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카운터 앞에는 “소방관, 구급대원, 경찰분들께 커피 및 음료 제공”이라는 안내가 붙어 있다.

점주 오은희(42)씨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 “사고 당일 손님 한 분이 커피를 사러 오셨는데 소방관분들 드린다고 했다. 그래서 그냥 가져가라고 했다”며 “그 이후로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음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씨는 이 같은 선행을 국가애도기간이 끝나는 11월 5일까지 계속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이태원에서 장사하는 업주 입장에서 이번 참사에 대해 큰 책임감을 느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가족분들의 마음을 다 헤아리기는 어렵겠지만 이태원 상인들도 노력하고 있으니 조금 더 힘을 내셨으면 좋겠다”고 위로했다.오 씨는 또 “사고가 난 시점에 경찰, 소방관분들이 출동하려 해도 사람들이 길을 안 비켜주니까 엄청 힘겨워했다”며 “노력을 많이 하셨는데 질책만 받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소식을 접한 많은 누리꾼은 찬사를 보냈다. “점주의 따뜻한 마음에 뭉클했다” “대단하다” “업주분들도 힘들텐데 감사하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 누리꾼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을 떠올리며 대조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30일 “통상과 달리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날 이태원 참사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도 이 장관은 “경찰‧소방 인력 배치 부족이 사고의 원인이었는지 의문이 든다”며 “운집 규모 대비 경찰 병력은 특이 동향은 없었다”고도 했다.

이후 정치권 안팎에선 재난 안전 주무 부처 수장으로서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비난 여론이 계속되자 행안부는 이날 오후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국민께서 염려하실 수도 있는 발언을 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지금 당장은 사고 수습에 전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본인의 발언이 정부의 공식 입장인지 수정할 계획은 없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국민일보 11.1>

“더 살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휴가 온 美 의사도 구조 안간힘 

“혹시라도 아직 숨이 붙어있을 수도 있다는 희망에 (사망자) 한 명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31일 서울의 한 소방대원 A씨는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를 떠올리며 괴로운 듯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쥐었다. 사고가 난 지 1시간도 안 돼서 현장에 도착한 A씨가 마주한 것은 숨이 멎은 채 거리에 누워 있던 희생자들이었다. 소방대원의 수에 비해 응급환자가 너무 많았기에 A씨와 동료들은 현장에 있는 시민들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알려줘가며 구조 작업을 벌였다.

 A씨는 “살아있는지, 돌아가셨는지 확인할 겨를도 없었다”며 “이미 되살리기엔 너무 늦어버린 환자들도 많았지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리고 싶었다. 대한민국에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지금도 믿겨지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참사 당일에는 소방대원과 경찰관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너나 할 것 없이 구조작업에 뛰어들었다. 참사 현장을 지킨 의인들은 하나같이 “더 살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자책하는 모습이었다.

이태원 압사 참사 당일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 B씨는 “출동한 경찰들뿐 아니라 지나가던 시민분들도 구조대원들을 도와 CPR를 하고 부상자의 손발을 주물렀다”며 “특히 정신을 잃은 사람들은 CPR를 하면서도 숨을 쉬게 해줘야 해서 너무 절박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내에서 지원을 온 C씨는 “현장 사망자들 시신이 아직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며 “눈앞에서 죽어간 사람들 한 분이라도 더 살리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살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먹먹한 심정을 전했다.

구조 인력이 부족해지자 지나가던 시민들도 걸음을 멈추고 적극적으로 구조 작업을 거들었다. CPR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있냐는 구조대원들의 질문에 수십 명이 손을 들고 자원했다고 한다.

30대 남성 인모 씨는 “처음에는 길거리에서 누군가 의료진이 없냐고 다급하게 묻길래 간호사인 여자친구와 같이 나가서 CPR를 했다”며 “이미 골든타임 4분이 지나서 살리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마지막 순간까지 멈출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도 환자를 옮기고, CPR를 실시하는 등 구조 작업에 동참하기도 했다. 참사 당시 한국에 휴가온 미국인 의사 소피아 아키야트(31)씨도 현장 구조 활동에 나섰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서울을 찾은 아키야트씨는 지난 29일 텍사스에서 온 친구와 함께 이태원을 방문했다가 사고 직후인 29일 오후 11시쯤 인파 속에서 사람들이 사고를 당해 축 늘어진 피해자를 골목을 가로질러 옮기려고 하는 것을 알아차렸다. 일반 의학을 전공한 피부과 의사인 아키야트씨는 현장으로 가서 쓰러진 한 남성의 맥박을 체크하고 CPR를 시행했다.

현장에 있던 경찰관은 아키야트씨가 의사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요청해 희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장소로 이동해 구조 활동을 했다고 WP는 전했다. 아키야트씨의 친구 역시 쓰러진 사람들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좀 더 넓은 장소로 옮겼다고 한다.

아키야트 씨는 WP에 “너무 많은 이들이 깔렸다”며 “(사고 당시) 우리가 거기 있었다면 우리도 죽었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세계일보 11.1>

“아이라도 구해달라던 어머니…” 시민들 구한 의인의 트라우마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위험에 빠진 이들을 도운 시민 의인(義人)이 트라우마로 일상생활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단국대학교 체육학과에 다니는 A씨는 참사 현장의 인근 가게에서 보안요원으로 일했다. 그는 건물 안으로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심폐소생술(CPR)을 하며 시민 여러 명을 구조했다.

A씨는 지난달 31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빼내려고 노력했다”며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양옆에서 사람들이 좁혀와 밑에 있던 분들은 어떻게 해도 뺄 수가 없었다. 일단 제 눈에 보이는 대로 최대한 빼냈다”고 말했다.

구한 이들 중에는 어린아이도 있었다. A씨는 “아이의 어머니가 ‘아이라도 가게 안으로 넣어달라’고 하셔서 제가 그 아이의 겨드랑이를 잡고, 제 뒤에서는 외국인분들이 제 허리를 잡았다. (힘을 합쳐) 있는 힘껏 빼냈다”며 “아이의 팔다리를 계속 주무르면서 어떻게든 말을 걸어줬다”고 했다.

심폐소생술을 한 이들은 너무 많아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CPR을 하는데 입과 코에서 계속 피가 나와서 보고 있기 좀 힘들었지만, 30분이고 1시간이고 계속했다”며 “나중에는 빼낸 사람들이 계속 몰려 들어와서 CPR을 계속했다. 지금은 그분들의 얼굴조차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많은 이들의 생명을 구했지만 A씨는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하지 못한 것 같은 마음에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A씨는 “그날 저는 집에 가서 어머니, 아버지 손을 붙잡고 계속 울었다”며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 이어 “화장실도 혼자 가면 무서웠고, 눈을 감거나 조금이라도 어두워지면 ‘살려달라’는 분들의 눈이 보이고, 제 발목을 붙잡는 것 같은 느낌이 계속 들어서 힘들다”고 했다.

정신적 외상인 트라우마는 불안, 공포, 공황, 우울, 무력감, 분노, 해리 증상(신체와 분리된 느낌)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이런 증상들은 재난을 겪은 후 나타나는 정상적인 반응이고 저절로 회복될 수 있지만, 고통이 심하면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고 했다.

"한 명이라도 더…" 의인들 구조활동 잔잔한 감동

이태원 참사 당시 긴박한 사고 현장에서 시민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앞장선 의인들의 선행이 뒤늦게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심정지 상태의 환자를 소생시키기 위해 직접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하는가 하면 곤경에 처한 시민에게 구조의 손길을 내민 인터넷 방송인의 모습이 온라인상에서 회자되면서 격려 메시지가 답지했다.

31일 인터넷 방송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종합하면 ‘아프리카TV’에서 방송을 진행하는 BJ(아프리카TV의 인터넷 방송인을 부르는 표현) ‘배지터’는 29일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지터는 핼러윈 축제를 맞아 당시 이태원 상황을 전하는 방송을 진행하던 중 사고가 벌어졌던 좁은 골목길에 갇혀 큰 곤경에 빠졌다. 그가 촬영한 영상에는 많은 이들이 인파에 밀리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혀 있다. 다행히 배지터는 골목 옆 해밀톤쇼핑센터 난간 위에 올라가 있던 사람에게 구조 요청을 해 간신히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이후 그는 자신을 구출한 이들과 함께 5명 이상의 사람을 구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은 아프리카TV에서 삭제됐지만 해당 영상 일부분이 온라인을 통해 공유되고 있다.

배지터 외에도 이름 없는 의인들이 당시 사고 현장에서 시민들의 목숨을 구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진 다른 영상에는 참사 발생 2시간 전으로 추정되는 시간에 여성 A 씨가 혼란한 상황을 수습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A 씨는 참사 당시와 비슷한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자 근처 난간 위로 올라가 “여기 못 올라오니까 앞으로 전달하세요. 올라올 분은 대기해주시고, 내려가실 분부터 이동합니다”라고 소리쳤다. 현장에 있는 목격자들은 A 씨가 기지를 발휘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A 씨 외에도 수많은 이름 없는 의인이 가던 길을 멈추고 구조 활동에 적극 나섰다. 이들은 쓰러진 시민들을 향해 달려가 CPR을 시행하고 구급 대원을 도와 쓰러진 시민들을 들것으로 옮긴 것으로 파악됐다.

정치인들도 여야를 떠나 부상자 치료에 힘을 보탰다. 의사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참사 소식을 접한 후 각각 순천향대 서울병원과 이태원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 환자 치료와 응급 구조 활동에 힘을 보탰다. <서울경제 10.31>

사고 몇시간 전 “앞으로 전달, 잠시 대기”…우렁찬 진두지휘 女 덕 살았다

이태원 압사 참사 발생 몇 시간 전 같은 장소, 똑같은 상황에서 시민들을 통제해 안전하게 이동시킨 여성이 화제다.

30일 사고 당일 이태원을 찾았던 한 시민은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한 여성분 덕분에 집 갔어요. 감사해요”라는 글과 함께 현장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은 사고 발생 전 같은 현장 오르막길 윗부분에서 찍은 것으로, 수많은 인파가 좁은 길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는 모습이 보인다.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던 때, 갑자기 해밀턴호텔 측면 계단 쪽에 서있던 한 여성의 우렁찬 목소리가 골목을 울렸다.

여성은 사람들 머리 위로 손을 뻗어 흔들며 “앞으로 전달해 주세요! 여기 뒤에 꽉 막혀있으니까 못 올라온다고! 올라오실 분 잠시 대기해 주시고, 내려가실 분 이동해요. 앞으로 전달해 주세요”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여성의 큰 목소리에 떠들썩한 골목은 잠시 조용해졌고, 여성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람들은 “내려가! 내려가!”를 합창했다.

그러자 올라오려던 사람들이 발걸음을 돌리며 막혀있던 사람들이 아래쪽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오오오 내려가지는데?”, “와 진짜 내려가진다”라며 감탄했다.

여성은 다시 한번 “올라오실 분 올라오시지 말고 기다리세요. 내려가는 거 먼저예요!”라며 큰 목소리로 침착하게 골목을 통제했다.

영상 말미에는 인파 한가운데에 어린 아기를 높이 들쳐안고 있는 사람도 보여 영상을 본 사람들은 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영상은 화제를 모으며 5만 개에 가까운 ‘좋아요’와 1,100여 개의 댓글을 받았다.

누리꾼들은 “꽉 찬 골목에 침착한 통솔로 큰 사고를 미리 예방한 시민. 의인입니다”, “아기도 보이는데 정말 다행이다”, “벽 쪽에서 완장 잡아주신 여성분 없었으면 진짜 큰일 날 뻔”, “사람들이 이렇게만 했어도 불상사가 없었을 텐데. 안타깝다” 등의 반응을 남겼다.

한편 지난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사고로 최소 154명이 사망했다. 인명피해 사고로는 2014년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동아일보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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