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30일 새벽 구급대원이 시신을 이송하고 있다.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30일 새벽 구급대원이 시신을 이송하고 있다.

[신소희 기자]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당시 해밀톤호텔 옆 좁은 골목에서 위험에 빠진 수십 명을 구조한 뒤 사라진 '영웅'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충북 청주시에 사는 20대 남성 A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6시쯤 친구들 5명과 핼러윈 행사를 즐기기 위해 이태원을 찾았다. 그러던 중 참사가 발생하기 직전 해밀톤호텔 옆 계단으로 진입했다.

A씨는 이내 위쪽에서 내려오는 사람들과 아래서 밀고 올라오는 사람들 사이에 끼여 갇혀버렸다. 그는 오도 가도 못하다 결국 무게를 버티지 못해 왼쪽으로 넘어지며 4명의 다른 남성들에게 깔렸다.

A씨는 15분가량 깔려 꼼짝도 못하고 “이대로 죽는구나”라고 생각하며 빠져나가는 걸 포기했다는 것. 그때 건장한 체격의 흑인 남성이 팔과 겨드랑이를 잡더니 인파 속에서 자신을 구조했다고 했다.

키 182cm, 몸무게 96kg인 A씨를 들어 올린 흑인 남성은 A씨를 골목 옆 한 술집에 데려다 놓고 다른 외국인 2명과 함께 계속 압사 위기의 사람들을 구출했다고 한다.

A씨는 “이들 외국인 3명은 술집이나 클럽 직원이 아닌 듯했는데 무려 30명가량을 구조했고, 119구급대원들이 출동한 후 조용히 사라졌다”며 “은인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A씨는 “그들을 찾기 위해 사고 이후 유튜브와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다 뒤졌지만 허사였다”며 “만나서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3일 기준 사망자는 156명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오는 5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을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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