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드샌티스 주지사가 8일(현지시간) 재선에 성공해 그의 아내와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론 드샌티스 주지사가 8일(현지시간) 재선에 성공해 그의 아내와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정재원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월 16일 자신이 지지할 수 있는 2024년 미국 대선 후보로 공화당 소속 론 디샌티스 (44) 플로리다 주지사를 꼽았다. 머스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차기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를 찍을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면서도 자신의 표심이 누구에게 기울고 있느냐는 한 네티즌의 질문에 “디샌티스”라고 답했다. 

8일(현지 시각) 치러진 미 중간선거에서 2024년 대선에 출마가 유력시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공화당 내 ‘경쟁자’인 론 디샌티스(44) 플로리다 주지사는  재선에 성공했다. 

9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8일(현지시각) 밤 개표율 98% 기준으로 디샌티스가 59.4%를 득표해 민주당 후보인 찰리 크리스트 전 주지사(39.9%)를 꺾었다고 전했다. 디샌티스는 승리 확정 뒤 “‘워크’(woke·깨었다)와의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보수들은 민주당원과 진보파를 비아냥댈 때 ‘정치적 올바름’과 ‘사회적 정의’ 등에 대한 감수성을 뜻하는 이 단어를 자주 쓴다. 그는 연설 마지막엔 “이제 싸움을 시작했을 뿐”이라며 자신이 더 큰 정치적 포부를 가졌음을 감추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견제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그는 선거 전날인 7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그가(대선에) 출마하면, 아주 심하게 다칠 수 있다”며 “나는 그에 대해 아첨하는 얘기는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누구보다, 아마 그의 아내보다 그에 대해 많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샌티스의 거대한 약점을 자신이 알고 있고, 이를 폭로할 수 있을 것처럼 위협한 것이다. 

중간선거 직후인 15일 ‘중대 발표’를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경우, 차기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현직 대통령 간 재격돌’이 성사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와 함께 ‘공화당의 떠오르는 스타’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 주지사가 이날 재선에서 압도적 차이로 승리, 그를 ‘트럼프의 대안’으로 고려하는 공화당 내 여론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한 듯 트럼프는 최근 연일 디샌티스를 겨냥한 ‘견제 발언’을 내놓고 있다. CNN은 “중간선거 당일에 공화당 대선 경쟁도 본격 시작됐다”며 “트럼프와 디샌티스 간 다툼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디샌티스 주지사는 당선이 확정된 후 탬파 컨벤션센터에서 축하 파티를 열었다.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수천 명의 지지자가 디샌티스의 승리를 축하했다”며 “이날 파티는 당선 축하라기보다 2024년 대선 출마 ‘미리 보기’에 가까웠다”고 했다. 그는 대선 출마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침묵하고 있는데, 미 의회 매체 더힐은 “대선 출마를 조용히 노리는 디샌티스가 (대선 출마의) 타이밍을 탐색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재선 도전 꿈에 부푼 트럼프의 행보엔 제동이 걸리게 됐다. 미 언론 매체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은 물론, 상원과 주요 주지사까지 압승, ‘레드 웨이브(red wave·공화당을 뜻하는 빨간색 물결)’가 미 전역을 뒤덮을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계기로 대선 출마를 선언할 계획이었다. 그는 7일 연설 말미에서도 자신이 공개 지지했던 공화당 상원의원 및 주지사 후보 등 50여 명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면서 승리를 공언했다. 그러나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 예상 외로 선전하면서 그의 예측은 빗나갔다. 블룸버그는 “트럼프와 그의 극단주의 정치 지지자들이 이번 선거의 패배자”라고 했다.

이와 함께 최대 스윙스테이트(경합 주)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그가 공개 지지했던 메흐멧 오즈 상원의원 후보와 더그 마스트리아노 주지사 후보가 동시에 패배하면서 공화당 내에서 후보 공천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개인 사업체 탈세 및 금융 사기 혐의, 2021년 1·6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를 둘러싼 내란 선동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것도 그에게는 큰 부담이다.

‘트럼프 대안’으로 떠오른 디샌티스 

플로리다 잭슨빌 태생으로 예일대와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뒤 해군 복무와 검사 생활을 거쳐 지난 2013년 연방하원의원이 됐다. 정치 경력이 짧았던 디샌티스가 지난 2018년 플로리다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지지였다. 디샌티스는 공화당 경선에서 “장벽을 건설하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같은 트럼프의 캐치프레이즈를 그대로 반복했다. 자신에게 절대 충성하는 디샌티스를 트럼프는 적극 밀어줘 주지사로 만들었다. 

디샌티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노선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리틀 트럼프’로도 불린다. “트럼프의 백악관 시절 4년 동안 계속된 혼란에 질린 일부 공화당원들에게 디샌티스는 트럼프의 시각을 많이 공유하면서도 덜 선동적인 대통령 후보처럼 보인다”는 것이 그에 대한 미국 언론의 일치된 견해다. 트럼프의 ‘선거 사기론’ 등에 지친 공화당원들이 디샌티스를 찾는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