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오른쪽부터) 등이 차담회를 통해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출처 spanews 인스타그램
17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오른쪽부터) 등이 차담회를 통해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출처 spanews 인스타그램

[정재원 기자] 17일 오후 4시 30분,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속속 도착했다. 이날 새벽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당초 삼성그룹이 중심이 돼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까지 4개 그룹 오너만 만나기로 했는데, 이재현 CJ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해욱 DL그룹 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사장도 뒤늦게 초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저녁 참석 요청을 받은 총수들은 “명색이 20대 그룹 총수인데 하루 전날 부르다니 놀랍다. 그래도 안 갈 수 있느냐”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K·현대차·한화·현대중공업·CJ·두산·DL그룹의 자산 총액은 1,277조 원(올 4월 공정위 발표 기준). 빈 살만 왕세자의 추정 재산은 2조 달러(약 2,688조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조선일보>는 "국내 주요 그룹 총수와 빈 살만 왕세자의 차담회는 당초 예상했던 오후 6시를 훌쩍 넘긴 오후 7시쯤 끝났다."며 대기업 오너 8인에 “무슨 사업 하고 싶나” 일일이 질문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매체 SPA는 17일 빈 살만 왕세자와 국내 재계 총수들과의 면담 장면을 사진으로 공개했다. 사진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등이 나온다.

SPA는 "사우디 왕세자가 한국 기업 대표들과 만나 다양한 분야의 유망한 투자 기회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재계에 따르면 이날 간담회는 2시간가량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스마트시티 건설 프로젝트 '네옴(NEOM)' 시티 사업 관련 논의가 있었다는 전언이다.

한편 조선일보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는 이 자리에서 “비전 2030 실현을 위해 한국 기업과 협력을 강화해나가고 싶다”며 에너지, 방위산업, 인프라·건설 세 분야를 특히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 살만 왕세자는 2017년 집권 이후 석유에 의존해온 사우디 경제를 문화·첨단기술·제조업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비전 2030′ 전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수소에너지 개발, 탄소 포집 기술,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과 원전 인력 양성에 관심이 많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우디 국방 역량 강화를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협력에 대해서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 살만 왕세자는 또 네옴시티 사업에 여러 기업이 적극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다. 네옴시티는 비전2030의 핵심 프로젝트로, 공식 사업비만 5,000억 달러(약 671조 원)에 달하는 스마트시티 사업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2019년 6월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5대 그룹 총수를 만났을 때도 네옴시티 사업에 대해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 살만 왕세자와 한국 대기업 회장들의 회동에 앞서, 한국과 사우디 양국은 에쓰오일 2단계 석유화학 프로젝트, 네옴 신도시 철도 협력을 포함한 26개 투자 협약(MOU), 계약을 맺었다. 특히 사우디 국영 아람코 자회사인 에쓰오일은 9조2,580억 원 규모 ‘샤힌(Shaheen·매라는 뜻)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샤힌 프로젝트는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롯데건설과 함께 내년부터 3년여에 걸쳐 울산에 대규모 석유화학 공장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국내 단일 사업으로는 역대 최대 외국인 투자 프로젝트다. 건설 기간 하루 최대 일자리 1만7,000개를 창출하고 울산 지역 건설 업계에 끼치는 효과는 3조 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 계열 현대로템은 사우디가 건설 중인 네옴시티 내 총 245㎞에 달하는 철도에 투입될 고속철 480량, 메트로 전동차(지하철) 160량, 전기 기관차 120량 공급을 추진하는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내년 6월 최종 낙찰자로 선정되면 최대 수주 규모는 고속철(2조5,000억 원), 전동차(4,800억 원), 기관차(6,500억 원) 등 총 3조6,3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삼성물산과 한국전력 등 5사는 사우디국부펀드(PIF)에서 자금을 조달, 그린수소·암모니아 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사우디 현지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연 120만t 규모 그린수소·암모니아를 생산하는 것으로 사업 규모가 65억 달러(약 8조7,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