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의원이 29일 오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에서 ‘무능한 정치를 바꾸려면’을 주제로 특강하고 있다. 2022.09.29.
유승민 전 의원이 29일 오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에서 ‘무능한 정치를 바꾸려면’을 주제로 특강하고 있다. 2022.09.29.

[심일보 대기자] '치졸(稚拙)하다'는 말이 있다. 사람이나 그의 생각 또는 언행이 유치하고 졸렬하다는 뜻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19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MBC와 관련해 '말실수는 깨끗하게 사과하고 지나가면 됐을 일'이라며 '왜 자꾸 논란을 키우냐'고 했다. 그러면서"국익을 위해 순방을 나간다면서 MBC를 탑승 배제한 일이 해외 언론에 어떻게 보도가 됐나. 그게 대한민국 국익과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됐나"며 윤석열 대통령에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김행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아직도 대선·경선 불복 중인가. 이재명 대표나 민주당, 촛불세력의 대선불복보다 더 지독하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의 발언이 치졸(稚拙)하다는 뜻이다.

김 비대위원은 “미국도 에어포스원에 동승기자를 태울 때, 백악관 나름의 원칙에 따라 뽑는다. NSC의 언론담당부서에서 기자들의 취재요청서를 검토해 결정하는 경우도 있고, 지명하는 경우도 있다. 국익 때문이다”라며 이같이 적었다.

이어 “우리 당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유 전 의원이 이를 모를 리 없으니, 대체 왜 ‘대통령이 논란을 키우는지 안타깝다’며 말리는 밉상 시누이 노릇을 하는가. 비난을 하더라도 팩트에 입각해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 비대위원은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보도에 대해 “MBC의 미국 순방 동행 기자는 풀(pool)기자의 기본 원칙을 파괴했다”며 “공개 발언이 아닌 경우, 특히 이번처럼 전문가들도 판단할 수 없는 경우 대통령 발언을 홍보수석실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자는 ‘질문의 자유’는 있지만 ‘시비의 자유’는 없다”며 “대통령은 기자 질문 시 ‘지명의 자유’도 있고 ‘대답하지 않을 자유’도 있다. 슬리퍼를 신고 대통령의 등 뒤에서 대놓고 소리 지르는 기자는 처음 봤다”고 했다.

끝으로 2003년 한겨레 기사를 공유한 뒤 “미국도 에어포스원에 태울 기자를 ‘선택’한다”며 “미국 부시 전 대통령이 이라크 전장을 방문했을 당시 가장 권위 있다는 뉴욕타임스와 CBS·ABC 등 방송사도 풀기자에서 제외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당권 후보인 김기현 의원 역시 "유 전 의원이 이제는 동지가 아니라 적인 것 같다"고 작심 비판했다.

김기현 의원은 20일 자신의 SNS를 통해 "정치인은 소신 발언을 할 수 있지만, 유 전 의원의 관심사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비리의혹과 국회 전횡이 아니라 '기승전 윤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김 의원은 "과거 우리가 집권여당일 때 원내대표를 지내셨던 분으로서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 반면교사적 체감으로 아시는 분이 그 오류를 다시 되풀이하자는 것 같아, 유감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야당은 작은 것도 '침소봉대'해 정권 강판용으로 악용하려 하고 없는 일도 있다고 우기고 조작해대는 마당에 그 야권에 편승해 돌팔매를 던져댄다면 당을 같이 해야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닐까"라며 아무리 생각해도 동지가 아닌 듯하니 당을 떠날 것을 에둘러 요구했다.

작금에 국민의힘이 대통령 지키기에만 여념 없는 태도로 민심과 동떨어진 정당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하지만 김행 비대위원이 유승민을 향해 "말리는 밉상 시누이 노릇"하는 말이 더 와 닿는 이유는 윤 대통령 당선 이후 그의 생각 또는 언행이 유치하고 졸렬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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