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전세 대출 금리 8%대 육박…대출 이자보다 월세가 저렴
서울 전세 매물 가파르게 증가…9월 전셋값 전월 대비 1.03%↓
내달 수도권 신규 입주 물량 2만 가구…"전셋값 하락 가속화"

급증한 서울 지역 아파트 전세 매물
급증한 서울 지역 아파트 전세 매물

[정재원 기자]  최근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전세 매물이 가파르게 쌓이고 있는 가운데 내달 2만 가구에 달하는 입주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역전세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신규 입주 물량이 집중된 수도권 지역의 전셋값 하락세가 가속할 전망이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전세대출 금리도 오르면서 전세 매물이 적체가 가중되고, 전셋값 하락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은행 전세 대출 금리가 8%대 육박하고 있다. 은행 변동금리 대출 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전월 대비 0.58%p(포인트) 오른 3.98%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현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전세 대출 금리는 전세대출 5.21~7.32%이다. 

월세가 전세 대출 이자보다 저렴한 역전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돌릴 때 적용하는 전월세 전환율은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기준 4.3%다. 예를 들어 2억 원을 대출받는 대신 이 전환율대로 월세로 전환하면 매달 72만 원을 내면 된다. 대출이자 87만 원보다 저렴하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9월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전월 대비 1.03% 하락했다. 2009년 1월(-1.92%)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서울은 전월 대비 0.75%, 경기와 인천은 각각 1.15%, 1.34%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금리인상에 따른 월세전환 및 갱신계약 영향으로 신규 전세 수요가 감소하고 매물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며 "경기는 매물적체가 계속되는 수원·화성시 위주로, 인천은 신규 입주물량 영향이 있는 연수·중구 위주로 하락하며 하락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전세 매물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5만1,478건으로, 전달(4만5,990건)보다 11.9%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 역시 6만7,429건으로 8.3%, 인천은 1만5,131건으로 9.3% 늘었다. 

내달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3만5,211가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많은 물량으로, 아파트 전세값 하락 속도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12월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3만5,211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2,924가구)보다 54%(1만2,287가구)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4만7,386가구 이후 가장 많은 물량이다. 특히 수도권은 2만492가구로, 지난 2021년 2월 이후로 2만 가구를 넘은 것은 2년 만이다. 지역별로 경기도가 1만6,246가구로 가장 많고, 12월 아파트 입주 물량 중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전세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입주 물량이 늘어나면서 전셋값 하락세가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잇단 금리 인상으로 전세 대출 부담이 늘면서 전세 대신 월세를 택하는 세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금리 상승기가 이어지면서 전세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전셋값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전세 세대출 금리가 더 오르면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월세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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