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2022 한국 부자 보고서' 발간
금융자산 10억~20억 원 3040 신흥부자 7.8만 명
근로소득으로 종잣돈 7억 원 모아 주식투자

[정재원 기자] 우리나라에서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자산층이 40만 명을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지난해 급등한 부동산을 통해 재산이 크게 불어났다.

금융자산 10억 이상 42만명…부동산으로 재산증식

4일 KB금융그룹이 발간한 '2022 한국 富者(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개인인 한국 부자 수는 42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한국 총인구의 0.82%에 해당한다. 전년 39만3,000명 대비로는 3만1,000명(8.0%)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한국 부자가 보유한 총금융자산은 2,883조 원으로 나타났다. 가계 총금융자산 4,924조 원의 58.5%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이번 보고서는 한국 부자를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100억 원 미만을 보유한 개인 자산가 ▲금융자산 100억 원이상 300억 원미만을 보유한 개인 고자산가 ▲금융자산 300억 원이상을 보유한 개인 초고자산가로 분류했다.

지난해 한국 부자 중 90.7%인 38만5,000명이 자산가에 해당했다. 7.3%인 3만1,000명은 고자산가에 속했다. 초고자산가는 8,600명으로 한국 부자의 2.0%, 전체 인구의 0.02%로 나타났다.

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 규모는 자산가 991조원, 고자산가 544조 원, 초고자산 1,348조 원을 기록했다. 각각 가계 총 금융자산의 20.1%, 11.0%, 27.4%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한국 부자의 1인당 평균 금융자산은 67.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억3,000만 원 증가했다. 1인당 평균 증가액은 자산가 25.7억 원, 고자산가 176.7억원, 초고자산가 1,568.5억 원 규모로 조사됐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과 경기,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에 70.3%인 29만8,000명의 한국 부자가 거주했다. 지난 1년간 수도권에서 2만2,000명이 증가해 전국에서 3만1,000명이 늘어난 것에 비해 큰 비중을 기록했다.

서울에서는 서초, 강남, 송파 등 강남3구에 45.3%가 집중됐다. 지난 1년간 5,100명 증가했다.

전국에서는 서울시와 세종시가 부집중도 지수 1.0 초과로 가장 높았다. 이어 부산, 광주, 대구, 제주, 강원 순이었다. 세종과 강원 지역은 2020년 대비 부집중도 지수가 상승한 반면 경기도는 하락했다.

부집중도는 광역시도별 금융자산 비중을 부자 수 비중으로 나눈 값이다. 부집중도 지수가 1 이상이면 부자 수 대비 금융자산이 많아 부가 상대적으로 더 집중돼 있고 고자산가 비중이 더 높은 것을 의미한다.

서울에서는 강남, 서초, 종로, 용산의 4개 자치구가 부집중도가 높았다. 송파구의 경우 강남 3구임에도 부집중도 지수가 1.0 이하로 전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한국 부자가 보유한 부동산자산은 2,361조 원으로 전년 대비 14.7% 증가했다. 2020년에 전년 대비 18.6% 증가한데 이어 2년 연속 높은 부동산자산 증가율을 기록했다.

자산가의 부동산자산은 2021년에 전년 대비 19.2% 늘어나며 최근 4년간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고자산가 이상 부자(고자산가+초고자산가)는 2020년 대비 2021년 10.1% 증가했다. 이전 년도인 2020년에는 전년 대비 33.5% 증가하며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한 바 있다.

2021년 자산가의 부동산자산 비중은 59.7%, 고자산가 이상의 경우 46.7%로 나타났다. 이는 고자산가 이상 부자가 자산가에 비해 금융자산을 더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번에 발행된 2022 한국 부자 보고서는 지난 6월1일부터 7주간 10억 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한국 부자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와, 별도 패널을 대상으로 한 1대 1 심층 인터뷰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식 손실에도 부동산 수익…지금은 예적금 비축

우리나라 자산가들은 지난 1년간 주식과 펀드 투자에서 손실을 보고 부동산 투자로 수익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는 고금리 시기를 맞아 예적금을 쌓아두는데 주력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개인인 한국 부자의 총자산 포트폴리오는 부동산자산 56.5%, 금융자산 38.5%로 구성됐다. 한국 부자의 부동산자산 비중은 지난해 대비 소폭 감소했고, 금융자산 비중은 증가했다.

일반 가구의 총자산이 부동산자산 79.5%와 금융자산 16.1%로 구성된 것과 비교하면, 부자의 금융자산 비중은 일반 가구의 2.4배 수준이다. 금융자산이 많을수록 부동산자산보다 금융자산 비중이 높았다. 금융자산 30억 원 이상 부자는 금융자산 49.8%, 부동산자산 44.9%로 분배했다.

올해 한국 부자는 지난해에 비해 유동성 금융자산과 예적금의 비중을 늘렸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금리 인상과 주택경기 냉각, 주식시장 침체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유동성 금융자산(+1.6%p)과 예적금(+1.4%p) 비중을 높였다. 거주용 부동산(-1.6%p)과 주식·리츠·ETF(-0.9%p), 보험(-0.5%p) 비중은 줄였다.

한국 부자는 지난 1년간 채권과 보험에서는 수익을, 주식과 펀드에서는 손실을 경험했다. 금융투자에서 전반적으로 손실을 겪었다. 수익을 경험한 부자 17.0%, 손실을 경험한 부자 18.8%로 손실 경험이 1.8%포인트(p) 높았다.

채권과 만기환급형 보험에서는 수익을 경험한 경우가 각각 3.2%p, 8.0%p 많았다. 주식과 펀드에서는 손실을 경험한 경우가 각각 14.7%p, 6.7%p 높았다.

부동산의 경우 모든 유형의 투자처에서 수익을 경험했다. 거주용 부동산에서 수익을 경험한 경우가 42.5%, 손실을 경험한 경우가 1.5%로 차이를 보였다. 또 거주용 외 부동산에서 수익을 경험한 경우가 34.0%, 손실을 경험한 경우가 1.5%로 나타났다.

거주용 외 부동산 중 아파트에서 수익이 발생한 경우가 23.8%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토지·임야(14.3%), 상가(10.8%) 순이었다. 아파트를 제외한 재건축아파트, 오피스텔, 단독·다가구 등 주거용 부동산에 투자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늘면서 투자처로 관심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타자산 중에서는 금·보석, 회원권, 예술품에서 수익을 경험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디지털자산 투자에서는 손실을 경험했다.

한국 부자가 꼽은 자산운용 과정에서 향후 가장 큰 위험요인은 금리 인상(47.0%)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인플레이션(39.8%), 부동산 규제(35.8%),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35.0%), 세금 인상(32.5%) 등 순이었다.

향후 1년간 단기 투자로 예적금을 늘리겠다는 응답은 29.0%를 차지했다. 이는 금리 인상과 주식시장 침체에 따른 대응 전략이란 분석이다.

향후 3년간 중장기 투자처로는 거주용 외 주택(43.0%)을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으로 거주용 부동산(39.5%), 빌딩·상가(38.0%), 토지·임야(35.8%), 주식(31.0%) 순이었다. 중장기 투자처로 각광받은 부동산 중에서는 토지·임야의 선호도가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

이번에 발행된 2022 한국 부자 보고서는 지난 6월1일부터 7주간 10억 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한국 부자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와, 별도 패널을 대상으로 한 1대 1 심층 인터뷰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팬데믹 시기 금융자산 줄이고 부동산은 늘려

코로나19로 어려웠던 팬데믹 시기에도 한국 부자의 수는 늘어나고 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자들은 금융자산은 줄이고 부동산자산은 늘리며 자산을 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부자는 2020년 39만3,000명, 지난해 42만4,000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35만4,000명에서 계속 증가했다. 

부자의 수뿐만 아니라 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도 2019년 2154조원, 2020년 2618조원, 2021년 2883조원으로 늘었다. 

팬데믹 시기 부자들은 금융자산은 줄이고 부동산자산은 늘렸다. 금융자산 비중은 2019년 41.2%에서 2020년 39.9%, 2021년 36.6%로 점차 감소했다. 부동산자산 비중은 2019년 54.3%에서 2020년 56.0%, 2021년 59.0%로 증가했다. 

2020년에는 금융자산운용으로 42.0%가 수익을 경험했다. 이는 2019년(19.3%)의 약 두 배 수준이다. 그러나 2021년에는 수익을 경험한 부자는 17.0%로 줄고 손실을 경험한 부자는 늘였다. 

반면 팬데믹 시기에도 '거주용 부동산'과 '거주용 외 부동산'에서는 수익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거주용 부동산에서 '수익이 발생했다'는 비율은 2019년 31.3%에서 2020년 41.3%, 2021년 42.5%로 증가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부자들은 코로나19 이전보다 보수적으로 부채를 관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과 2021년에 한국 부자의 43.8%가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등의 금융부채를 보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56.5%에 비해 부채 보유율이 낮아진 것이다. 

보고서는 "한국 부자는 종잣돈을 마련하고 부동산을 매입할 때까지는 부채보다 예적금 등의 금융상품을 활용해 자산을 모으며 이후 부동산을 매입하면서 금융부채를 활용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부동산 매입 후에는 현금자산을 모아 부채를 우선 상환했다"고 덧붙였다.

2022 한국 부자 보고서는 6월1일부터 7주간 10억 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한국 부자'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와 별도 패널을 대상으로 한 일대일 심층 인터뷰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신흥부자', 주식·예적금으로 종잣돈 불렸다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20억 원 미만을 보유한 3040 '신흥부자'는 주식과 예적금으로 종잣돈을 불려 부를 축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10억 원 이상 20억원 미만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30~49세 개인을 '신흥부자'로 정의했다. 또 이들을 금융자산 20억 원 이상인 50대 이상의 '전통부자'와 비교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신흥부자'는 7만8,000명으로 전체 부자의 약 18.4% 수준이다. 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 규모는 99조5,000억 원으로 부자의 총금융자산 중 3.5%를 차지했다. 

신흥부자가 금융자산 10억원을 넘기며 부자가 되는데 기여한 주된 부의 원천은 '사업소득'이 32.2%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부동산투자' 26.4%, '상속·증여' 20.7% 순이었다. 

이들은 전통부자에 비해 근로소득(0.04%포인트), 부동산투자(1.0%포인트), 상속·증여(5.2%포인트)를 부의 원천으로 꼽은 경우가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 

종잣돈 규모에 대해 신흥부자는 최소 7억 원이라 응답했다. 종잣돈을 모은 방법으로는 '근로소득을 모아서', '부모로부터의 지원·증여·상속으로' 모았다는 응답이 전통부자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많았다.

신흥부자는 7억 원의 종잣돈을 마련한 후 현재 부를 이루기까지 주식투자를 활용한 경우가 54.0%로 가장 많았다. 이어 '거주용 외 일반 아파트(36.8%)', '예적금(31.0%)', '거주용 부동산(24.1%)', '토지·임야(17.2%)' 등의 순이었다.

신흥부자는 향후 자산 증식을 위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투자처로 금융상품보다 부동산을 꼽았다. '거주용 부동산(42.5%)'과 '거주용 외 주택(42.5%)' 그리고 '주식(34.5%)'을 선택했다. 

보고서는 "전통부자가 '빌딩·상가'에 대한 기대감이 큰 반면 신흥부자는 '거주용 부동산'과 '거주용 외 주택'인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며 "이는 자금력 차이를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2022 한국 부자 보고서는 6월1일부터 7주간 10억 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한국 부자'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와 별도 패널을 대상으로 한 일대일 심층 인터뷰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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