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최종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 한국 선수들이 포르투갈에 2-1로 승리하며 16강 진출을 확정 지은 뒤 기뻐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최종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 한국 선수들이 포르투갈에 2-1로 승리하며 16강 진출을 확정 지은 뒤 기뻐하고 있다.

[심일보 대기자] 역시 '기적'은 없었다. 월드컵 최다 우승(5회), FIFA 랭킹 1위에 빛나는 브라질은 역시 강했다. 8강 진출의 기적을 일궈보겠다는 '파이팅'도' 벤투호의 '빌드업 축구'도 브라질의 압도적인 개인 기량 앞에선 소용없었다. 

한국은 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스타디움 974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브라질에 1-4로 패했다. 한국은 경기 시작 7분 만에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에게 실점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이어 전반 13분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에게 페널티킥 추가골을 내줬고, 전반 29분과 36분 각각 히샬리송(토트넘), 루카스 파케타(웨스트햄)에게 연속 실점했다.

교체로 들어간 백승호(전북)가 후반 31분 왼발 슈팅으로 브라질의 골망을 흔들었지만 추가골 사냥에 실패하며 고개를 떨궜다.

하지만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2010 남아공 대회 이후 12년 만이자 통산 세 번째 16강 무대를 밟았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강팀을 상대로 더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24일 대회 첫 경기를 치렀다. 대표팀은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우루과이와 대회 H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전후반 90분 동안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우루과이에는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인 레알마드리드에서 세계 최고 수준 미드필더로 성장한 페데리코 발베르데가 버티고 있었다. 이적료 1,300억여 원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 리버풀에 합류한 다윈 누녜스도 있었다.

여기에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을 16강에서 떨어뜨렸던 수아레스와 카바니 등 노련한 공격수들까지 포진해 있어 한국이 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럼에도 한국은 4년 간 갈고닦은 실력을 바탕으로 우루과이를 압도했다. 한국은 패스를 이어가고 세컨드볼을 탈취하면서 공 소유권을 놓지 않았다. 우루과이 감독이 한국 공을 뺏기 쉽지 않았다고 인정할 정도였다. 벤투 감독이 주창해온 빌드업 축구가 실체를 드러낸 순간이었다.

우루과이전은 무승부로 끝났다. 상대가 골대를 여러 번 맞히는 등 위기가 있었지만 대체로 한국이 경기를 주도해 이길 만했다는 평이 많았다. 아쉬운 점은 골을 넣지 못해 승리를 놓쳤다는 점이었다.

벤투호의 실력을 목격한 축구팬들의 기대가 고조되는 가운데 조별리그 2차전 가나전이 지난 28일 열렸다.

대표팀은 경기 초반부터 가나를 몰아붙였다. 우루과이전 초반처럼 일방적인 경기가 펼쳐질 듯 한 분위기에 한국 축구팬들은 들떴다. 방심은 금물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미드필더 조던 아예우가 날카로운 크로스로 2골을 만들었다. 조던 아예우가 문전으로 띄운 공은 모하메드 살리수와 모하메드 쿠두스를 통해 한국 골문을 뚫었다.

경기를 포기할 법도 했지만 한국은 물러서지 않았다. 조규성이 헤더로 잇달아 2골을 터뜨리며 기적적으로 동점이 됐다. 승리의 여신이 한국 쪽을 향해 웃음을 짓는 듯 했지만 상황은 곧 바뀌었다. 가나는 한국 측면을 돌파한 뒤 문전으로 공을 연결했고 쿠두스가 또 다시 골망을 흔들었다.

가나전 패배로 1무1패가 된 한국은 좌절할 것으로 보였지만 대표팀은 이번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포르투갈을 이기고 가나가 우루과이에 적은 점수를 내주면서 질 경우 한국이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실낱같은 희망이 있었다.

포르투갈은 역시 강했다. 지난 3일 열린 조별리그 3차전에서 포르투갈은 한국 측면을 뚫으며 경기 초반 손쉽게 선제골을 넣었다. 포르투갈은 16강전에 대비해 주전을 대거 빼고도 후보들끼리 매끄러운 공격 작업을 수행하며 골을 넣었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었다. 한국은 계속해서 포르투갈 진영으로 전진하며 공격을 이어갔고 김영권이 코너킥에서 동점골을 터뜨렸다.

조별리그의 대미는 주장 손흥민이 장식했다. 후반 들어 무리한 드리블로 득점 기회를 날렸던 손흥민은 후반 추가 시간 단독 질주 후 절묘한 침투 패스를 황희찬에게 전달했다. 허벅지 부상을 안고도 출전한 황희찬은 교체 투입 후 극적인 역전 결승골을 터뜨렸다.

한국 입장에서 16강전은 보너스였다. 우승 후보 브라질과 상대하게 됐지만 벤투 감독도 선수들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떤 팀이든 이길 수 있다는 정신무장이 된 한국은 맹렬하게 맞섰다. 체력적인 열세 속에 1-4로 대패했지만 한국은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공수 조직을 유지하며 자신들의 축구를 하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브라질과 16강전 완패 후 한국 축구 국가대표 주장 손흥민(30·토트넘)은 “응원해주신 것에, 기대에 못 미쳐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못 드릴 것 같다”며 “저희도 최선을 다했지만 너무 어려운 경기를 한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손흥민은 이강인, 백승호, 조규성 등 이번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후배 선수들에 대해 “꾸준히 잘 해줘야 하고, 앞으로 책임감을 느끼고 잘해야 한다”며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실력을 펼칠 수 있어 자랑스럽고, 이게 끝이 아니고 앞으로 더 잘하는 선수가 되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극적인 경기로 온 국민을 감동시켰던 대표팀은 이제 4년 후를 기약한다. 손흥민의  '이게 끝이 아니'라는 말처럼 '그들'이 있어 행복했고 자랑스러웠던 카타르 월드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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