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935명 중 50.9%가 선정해 1위
"한국 지도층의 정형화된 언행 잘 보여줘"
'욕개미창' 2위…"덮으려면 더 드러난다"

(자료=교수신문 제공).
(자료=교수신문 제공).

[신소희 기자] 대학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를 뽑았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11일 교수신문과 온라인 조사 전문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교수 935명을 대상으로 올해의 사자성어를 추천받은 결과, '과이불개'가 50.9% 득표율을 얻어 1위로 선정됐다.

교수신문에 따르면 과이불개는 논어 '위령공편'에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 한다"는 뜻으로 처음 등장한다. 조선왕조실록 '연산군일기' 3년에도 "연산군이 소인을 쓰는 것에 대해 신료들이 반대했지만 과실 고치기를 꺼려 고치지 않음을 비판했다"고 쓰였다.

박현모 여주대 교수(세종리더십연구소장)는 과이불개를 추천한 이유에 대해 "하나는 우리나라 지도층 인사들의 정형화된 언행을 이 말이 잘 보여주기 때문"이라며 "여당이나 야당할 것 없이 잘못이 드러나면 '이전 정부는 더 잘못했다' 혹은 '야당 탄압'이라고 말하고 도무지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교수신문은 교수 12명으로 구성된 추천위원단에서 22개의 사자성어를 뽑은 뒤 예비심사단 회의를 거쳐 상위 5개를 선정했으며, 지난달 23일부터 30일까지 이메일 조사를 통해 1~5순위 사자성어를 최종 결정했다.

조사에 참여한 교수들의 연령대는 50대가 404명(43.2%)으로 가장 많았고, 60대(343명·36.7%), 40대(125명·13.3%) 등이 뒤를 이었다.

과이불개에 이은 2~5위 사자성어로는 "덮으려고 하면 더욱 드러난다"는 뜻의 욕개미창(欲蓋彌彰, 14.7%), "여러 알을 쌓아 놓는 듯한 위태로움"을 의미하는 누란지위(累卵之危, 13.8%), "과오를 그럴 듯하게 꾸며대고 잘못된 행위에 순응한다"는 뜻의 문과수비(文過遂非, 13.3%), "자기의 좁은 소견과 주관으로 사물을 그릇 판단하다"는 의미의 군맹무상(群盲撫象, 7.4%)이 선정됐다.

지난해는 "도둑 잡을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됐다"는 뜻의 묘서동처(猫鼠同處), 2년 전엔 '내로남불'을 뜻하는 아시타비(我是他非)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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