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일보 대기자/편집국장
심일보 대기자/편집국장

'천하흥망 필부유책(天下興亡 匹夫有責)' 

중국 명나라 말기 사상가 고염무(顧炎武)가 즐겨 했던 말로 천하가 흥하고 망하는 데는 정치인뿐 아니라 평범한 백성(필부)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사상가 양계초(梁啓超)는 '천하흥망 필부유책'을 정리하면서 나라를 보전하는 일은 왕후장상(王侯將相)들이 생각할 일이지만, 천하를 보전하는 일은 미천한 필부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세상에 윤리와 염치가 없어지면, 이는 천하 즉 인간세계가 망함을 뜻한다. 이런 중차대한 문제는 필부들이 책임져야 하고, 정말 소중히 지켜야 할 것은 인간의 세상이고, 그것은 필부들에게 달려 있다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적으로 큰 사고가 알어나면 책임 논쟁이 벌어진다. 국가적 재앙과 참사는 사건과 직접 관련된 사람이 법적 책임을 지면 된다. 특히 인명과 관련된 사고는 신중하고 엄격한 잣대를 대야 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정부와 여당은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 때처럼 명시적으로 거부한 것은 아니지만 ‘선 진상규명 후 문책’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야당은 “대통령이 거부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해임이 안 되면 탄핵소추를 발의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여권 이야기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야당의 정치공세에 휘둘릴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다수 여론조사에서 이 장관 사퇴에 찬성하는 여론이 60%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민 158명이 목숨을 잃은 이태원 참사는 국가의 직무유기로 발생했다는데 있다. 이상민 장관은 주무장관임에도 참사 당일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고, 이후 책임회피성 망언으로 국민을 분노케 했다. 

하지만 지금의 이태원 사태에 법적 책임을 묻는 잣대는 어떠한가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상황을 보면 이 장관에게 책임을 묻기는커녕 ‘면죄부’를 줄 공산이 크다. 오늘자 <동아일보>는 "장관도 책임지지 않고 차관도 책임지지 않고 경찰청장도 책임지지 않고 서울경찰청장도 책임지지 않으니 결국 일종의 문지기인 일선의 경찰서장과 소방서장이 책임지는 사태에 이르렀다."고 했다.

필자 역시 필부유책(匹夫有責)의 한사람이기에 윤석열 대통령에게 '울면서 마속의 목을 베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을 기대해 본다.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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