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 7.7대 1로…당첨가점 급락
올해 아파트 청약 45.6% 미달…금리 인상에 주택 매수세 위축

서울 중구 남산에서 아파트와 주택가가 내려다보이고 있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아파트와 주택가가 내려다보이고 있다.

[정재원 기자] 잇단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최근 향후 집값을 가늠할 경매와 청약 등 대표적인 선행지표들이 '하락'을 가리키면서 집값 하락세가 더욱 가파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리 인상 여파가 기존 주택시장을 넘어 경매·청약시장 등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역대급 거래절벽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기존 주택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한 매물이 경매시장으로 쏟아지고 있다. 또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이 증가하면서 올해 전국 청약 경쟁률이 8년 만에 한 자릿수를 기록할 정도로 위축됐다. 

경매 시장이 약세다. 경매 물건이 쏟아지고 있지만, 낙찰률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법원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11월 전국 아파트 경매 건수는 1,904건으로 집계됐다. 전달(1,472건)보다 29.3% 증가했다. 또 올해 최저치인 지난 2월(1,206건)과 비교하면 57.9% 증가했다. 지난 2021년 3월(2,029건) 이후 1년 8개월 만에 매물이 가장 많이 늘었다. 

지난해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율)이 고공행진을 거듭했던 것과 달리 올해 들어 낙찰가율이 줄고 있다. 통상 경매 낙찰가율은 주택 시장의 선행지표로 여긴다. 낙찰가율이 떨어졌다는 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달 서울에서 진행된 아파트 경매 162건 중 23건만 낙찰됐다. 낙찰률이 14.2%로,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01년 1월 이후 21년 만에 역대 최저치다. 

특히 지난 6월 110.0%까지 급등했던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지난달 83.6%로 하락했다. 상대적으로 주택 수요가 많은 강남지역 단지들이 유찰되고 있다. 지난 13일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전용 84.98㎡)가 감정가 42억 원에 입찰에 나섰으나, 유찰됐다. 이 단지는 지난 2016년 준공 이후 처음 경매시장에 나왔다. 지난 4월 44억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고, 최근 호가는 39억~43억 원 수준이다. 또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면적 84.43㎡)도 두 번 연속 유찰되면서 내년 2월2일 세  번째 입찰이 예정됐다. 

청약 시장도 사정이 비슷하다. 민간분양 아파트의 절반 가까이에서 미달이 발생했고, 청약 경쟁률과 당첨가점도 뚝 떨어졌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연초부터 이달 14일까지 일반분양에 나선 전국 아파트 384개 단지 가운데 175곳(45.6%)에서 미달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달의 기준은 단지 내 여러 면적 중 특정 면적의 청약 경쟁률이 1대 1을 넘기지 못한 경우다.

청약 경쟁률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올해 민간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은 7.7대 1로, 지난해(19.8대 1)에 비해 급락했다. 지역별로 서울은 평균을 소폭 상회하는 10.1대 1, 경기는 평균 이하인 6.8대 1로 나타났다.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지역은 없었다. 

당첨자들의 가점 평균도 낮아졌다. 올해 전국 민간분양 아파트 평균 당첨가점은 21점으로, 지난해 34점에 비해 13점이 하락했다. 올해는 만점(84점) 당첨자가 단 한 곳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올해 최고 당첨가점은 79점이다.

전문가들은 추가 금리 인상 등 집값 하방 요인들이 맞물리면서 집값 하락 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 누적과 추가 금리 인상 등 집값 하방 요인들이 맞물리면서 주택 매수세가 위축됐다"며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앞으로 집값 하락 폭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증가하면서 경매 물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나, 주택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유찰되는 일이 빈번할 것"이라며 "금리가 높아지면 주택 구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관망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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