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소환 통보를 하면서, 이 대표 측근의 뇌물 혐의 등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의 이 대표 소환 가능성도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유민종)는 이 대표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검찰이 통보한 소환 시점은 오는 28일 오전 10시로 알려졌다.

수원지검은 성남시가 기업들로부터 프로축구단 성남FC 후원금 명목으로 160억 원을 받은 것과 관련, 기업들이 성남시 관내 사업에서 특혜를 받기로 기대하고 후원금을 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수사팀은 이 사건과 관련해 성남시 전 전략추진팀장 등을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이 대표,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공모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사실상 이 대표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일찌감치 정했던 것이다.

이 대표가 제1야당 대표인데다 더불어민주당이 당 인사 수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반발하는 상황을 감안해 실제 소환까지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었지만, 검찰이 이날 소환 통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대표 직접 조사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대장동 사건을 가지고 몇 년 가까이 탈탈 털더니 이제 무혐의 났던 성남FC 광고한 것 가지고 저를 소환하겠다고 한다"며 "(저는) 십수 년 동안 탈탈 털려왔다. 없는 먼지를 만들어내려고 십수 년 노력했지만 아직도 못 만든 모양"이라는 입장을 냈다. 

이에 따라 정 전 실장이나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 이 대표 측근들을 잇달아 기소한 서울중앙지검에서도 이 대표를 부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정 전 실장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이 대표를 81회 언급했다.

사건 배경사실을 설명하거나 정 전 실장이 이 대표 지위를 범죄의 활용했다는 취지이지만,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와 정 전 실장 관계를 부각해 이 대표를 향한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 전 실장 혐의 중에는 이 대표의 측근들이 민간사업자들로부터 대장동 개발 이익 중 428억 원을 나눠 받기로 했다는 내용도 있는데, 민간사업자 중 한 명인 남욱 변호사가 법정에서 이와 관련해 '시장실 몫', '이 대표의 선거·노후 자금' 등의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서울중앙지검은 이 대표 소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 대표 소환 조사 필요성과 관련해 "향후 조사 대상자나 일정에 대해서는 답변할 수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 대표와 관련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나 백현동 개발 관련 사건 등의 조사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수원지검에서 맡고 있는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2018년 쌍방울그룹이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 과정에서 거액의 변호사비를 대신 내줬다는 내용이다. 

성남시 대장동 아파트와 비슷한 시기에 사업이 진행된 백현동 아파트는 성남시가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를 4단계 상향해준 데다, 분양 아파트로 전환해 민간업자가 3,000억 원 이상의 분양이익을 봤다며 특혜 논란이 일었다. 현재 이 의혹은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수사 중이다.

한편 한동훈 법무장관은 이날 해당 사건과 관련해 “통상적인 지자체 토착 비리 수사”라며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했다. 한 언론은 민주당이 이 대표가 소환에 불응할 것이라 하자, 법조계의 말을 인용해 “계속 불응하면 검찰이 구속 영장을 청구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왔다고 전했다.

검찰, 두산건설 이어 네이버·차병원도 ‘제3자 뇌물’ 포착

23일 <조선일보>는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측근인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통해 성남FC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기업들에서 불법 후원금을 받게 하는 과정을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이재명 대표에게 소환 통보를 보낸 지난 21일 정진상(구속 기소)씨를 구치소에서 불러내 조사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이 대표는 2015년 2~3월 곽선우 당시 성남FC 대표에게 “성남FC 운영을 정진상에게 맡겨뒀다. 정진상과 상의해서 결정해라”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후 정 씨는 곽 대표를 건너뛰고 실장들에게 예산, 홍보 등을 직접 보고받고 지시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FC 운영 자금이 부족하자, 기업들의 용도 변경 현안 등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기부채납을 받을 수 없는 영리 법인인 성남FC에 후원금을 내게 했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는 2015년 2월 언론 인터뷰에서 “‘이재명이 성남 구단을 잘 운영하는 걸 보니 능력 있는 사람이구나! 더 큰 역할을 맡겨도 되겠다’는 말을 듣는 게 궁극적으로 내가 노리는 정치적 이득”이라고 했다.

검찰은 성남시가 두산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5개 기업 중 네이버와 차병원에 대해서도 제3자 뇌물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네이버가 후원금을 성남FC에 직접 내는 것을 부담스러워하자, 이 대표 측근인 제윤경 전 의원이 상임이사로 있던 ‘희망살림(현 주빌리은행)’을 거쳐 39억 원을 내게 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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