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희 작가
조세희 작가

[김승혜 기자]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조세희 소설가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가운데 26일 각계 각층의 애도가 잇따랐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 작가가 1970년대 연작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으로 도시빈민의 실상을 세상에 알리며, 사람들의 눈을 뜨게 해줬다. 서울 어느 곳 무허가 주택에 사는 난쟁이 가족의 삶을 젊은 시절의 저도 아픔으로, 분노로 읽던 기억이 새롭다. 세상을 향한 고뇌는 후대에 남기시고, 부디 안식하소서"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작가님의 책을 읽고 시대의 불평등과 깜깜함을 밝히는 빛이 되겠다고 다짐했던 때가 엊그제 같다"며 "여전히 우리 사회는 약자가 아무리 공을 쏘아올려도 되돌아오기만 하는 깜깜한 어둠 속에 있다. 깜깜한 대한민국을 밝히는 일에 더 이상 절망만 반복되게 하지 않겠다"고 애도했다.

천호선 노무현재단 이사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난쏘공'이라고.. 그렇게 불렸고 우리가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궁극적으로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 이정표를 세워줬다. 아직도 그렇다. 선생님의 명복을 빈다"고 애도했다.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도 이날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70년대 후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으로 한국사회의 빈부격차와 노사문제를 리얼하게 그린 조세희 작가가 오늘 저녁 삶을 마쳤다. 내가 80년대 초창기 환경운동을 할 때 많은 격려를 해주셨는데 81세로 하늘의 별이 되셨다. 선배님, 편히 잠드소서"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문학인들의 추모도 이어졌다. 권성우 숙명여대 교수(문학평론가)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사회와 문단의 큰 별이 졌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슬픈 마음이다. 고인의 안식을 마음 깊이 빈다"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권 교수는 조세희 작가의 과거 발언도 전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그는 "2008년 열린 '침묵과 사랑: 난쏘공 30주년 기념문집' 헌정식 및 낭독회에서 청중에게 '나는 여러분 젊은 세대에 희망을 걸고 있다', '절대 냉소주의에 빠지지 말고 희망을 지니며 절망하지 말라', '여러분이 싸우지 않으면 내가 죽어서 귀신이 되어 다시 싸우러 이 세상에 오게 될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하시며, '제발 그렇게 되지 않게 해 달라'고 간곡하게 호소하시던 장면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회상했다. 

이어 "조세희 작가의 이 발언은 한국사회의 젊은 세대를 향한 깊은 애정이자 한국사회의 미래를 향한 절절한 부탁의 말이 아니었나 싶다. 지금 이 어지러운 시대, 짙은 냉소와 환멸, 정치적 퇴행이 판치는 이 시대에 깊은 울림을 지닌 예언적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강기희 소설가는 25일 본인 페이스북에서 "수줍은 듯 미소를 지으시며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현장으로 걸음하시던 모습이 아른하다. 부디, 평화롭고 따뜻한 나라로 가시길"이라며 고인을 기렸다.

정우영 시인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선생님은 잔잔하셨지만 단호하셨다"며 "불의와는 전혀 타협하지 않으셨다. 깐깐하셨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하지만 후배들에게는 참으로 따뜻하셨다"고 회고했다. "오래전 혜화동 언덕배기 '담아'라는 밥집에서 저녁 드실 때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며 "후배들 밥 먹는 모습을 마치 자식 먹이는 어머니처럼 바라보셨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정 시인은 "당신 수저는 멈추인 채로. 어여 먹어. 맛있게들 먹으니 좋다 하시며. 글과 사진, 그리고 삶. 그 버거운 무게를 지고도 무엇 하나 소홀하지 않게 살고자 했던 분. 그이가 저물었다. 시대의 난장이여, 노동자여, 굴뚝이여, 한국문학이여, 흐느껴라"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연작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으로 유명한 조세희 소설가는 지난 25일 80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조 작가는 지난 4월 코로나19에 걸리며 의식을 잃었고 최근 지병이 악화되면서 끝내 세상을 떠났다.

1942년 경기도 가평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와 경희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6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서 단편 '돛대 없는 장선(葬船)'이 당선돼 등단했으나 10년간 일절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1975년 '칼날'을 발표하며 다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고인은 '뫼비우스의 띠',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 단편 12편을 묶어 1978년 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출간했다. 

난장이네 가족을 통해 도시 빈민의 삶과 계급 갈등을 다룬 이 작품은 조 작가의 대표작이다. 2000년대에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출제되는 등 대중에게 친근한 작품으로 자리잡았다. 올해 7월까지 320쇄를 돌파했으며, 누적 발행 부수는 약 148만 부에 이른다. 

빈소는 서울 강동경희대병원 장례식장 12호실에 마련됐다. 유족으로는 부인 최영애 씨와 아들 중협, 중헌 씨가 있다. 발인은 28일 오전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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