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NN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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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원 기자] 멕시코의 마약왕 '엘 차포'의 아들이자 중독성 높은 마약 '펜타닐' 밀매 조직의 두목을 체포하는 과정은 '범죄와의 전쟁' 영화, 그 자체였다.

루이스 크레센시오 산도발 멕시코 국방 장관은 6일 멕시코시티 대통령궁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불행하게도, 오비디오 구스만 체포 작전 중 국가방위대원과 군인 10명, 범죄 혐의자 19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군경 부상자 수는 최소 35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국방 장관은 "갱단과의 충돌로 민간인 사상자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MBN 캡쳐)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MBN 캡쳐)

'엘 차포' 호아킨 구스만은 누구?

이번에 체포된  오비디오 구스만은 '멕시코 시날로아 주에 소재하고 있는 마약 카르텔 시날로아 카르텔의 보스 호아킨 아르치발도 구스만 로에라(64)의 아들이다. 호아킨 구스만의 별명은 키가 작다는 뜻의 '엘 차포(El Chapo)로 불린다. 

2001년 9월 11일부터 2011년 5월 2일까지 FBI가 지정한 현상수배범 1위 오사마 빈 라덴 다음으로 2위의 자리를 지켜왔고 2014년 2월 22일까지 1위로 군림했다.

구스만은 콜롬비아의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뒤를 이은 세계 최대 마약 공급자였으며, 미국에 공급되는 마약의 65%는 이 인물의 손을 거친다고 한다. 즉, 미국 뒷세계에선 카이저 소제급 인물. 미국 전문 수사기관 관련자의 설명에 따르면 금주법 시절 미국 시카고의 뒷 세계를 장악했던, 알 카포네조차도 이 사람한텐 게임이 안된다고 한다.

구스만은 범죄로 자수성가한 인물 가운데 가장 성공했던 인물 중 하나다. 마약은 세계 최고의 수익사업이다. 우선 불법이라 세금이 떼일 염려도 없고, 양 대비 수익이 어마어마해서 잠수함으로 화물을 나르고 잠수함을 버려도 돈이 남는다고 할 정도다. 그런 상황에서 구스만은 미국내 마약의 65%를 공급했다.

그가 이끄는 시날로아 조직은 멕시코 정부가 '마약범죄와의 전쟁'을 펼치던 2000년도 중반 미국 텍사스 접경 시우다드 후아레스라는 도시에서 '로스 세타스'라는 조직과 마약밀매를 둘러싸고 피비린내나는 유혈 다툼을 벌였다. 

이 사람이 수장으로 있는 시날로아 카르텔의 공식적인 자산 규모는 전 세계 범죄 조직 중 5번째로 높다. 아마 비공식적으로 추산하면 세계 최대 마약 밀매 집단이기에 가장 클 것으로 본다. 미국이 해상루트를 막아, 콜롬비아 카르텔과 온두라스 카르텔이 무너졌을때 자신의 보스였던 미겔 앙헬 펠릭스 가야르도가 개척한 미국-멕시코 육로루트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켰다. 가야르도가 만든 루트는 흔히 생각하는 일반적인 육로루트다. 곧 공권력에 뇌물을 주고 자동차나 기차 등을 이용해 통과시키는 일반적인 밀수 루트였다. 

이 방법은 아무래도 밀수 도중 사고 혹은 분실의 확률이 높을 수 밖에 없었지만, 구스만은 그 전까지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대규모의 지하 터널로 미국-멕시코 국경을 넘는 밀수 루트를 개척하여 기존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빠르고, 정확하며 많은 양의 마약을 밀수시킬 수 있었고, 덕분에 마약 시장의 규모를 어마어마하게 키워낼 수 있었다. 구스만은 이 미국-멕시코 육로 루트로 대규모로 마약밀수를 하여 쌓인 자산이 포브스에서 선정한 1,000대 부자에 들어갈 정도였다. 정확히 701위인데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황금 권총에도 이걸 새겨놓을 정도면 자부심이 상당했던걸로 보인다. 

참고로 나무위키에 따르면 정확한 비교는 곤란하지만 정의선 현대기아차 부회장의 포브스 순위가 대충 700위 안팎이다. 최종순위는 2012년에 측정된 1,153위지만 이정도만 해도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비슷한 수준이다. 범죄 조직 보스의 비공식적인 추정 자산이 아닌 실제 측정된 자산의 규모가 그 정도였다는 것이다. 더구나 세계 영향력 순위는 무려 41위에 달한다.

호아킨 구스만(64)이 2001년 교도소를 탈옥했다가 2014년 검거된 지 17개월 만에 영화 '쇼생크 탈출'을 연상시키는 수법으로 다시 탈옥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당시 언론에 따르면 구스만이 독방에 샤워하러 들어간 뒤 감시카메라에서 사라져 교도관이 방을 수색한 결과 샤워실에서 땅속으로 이어지는 굴을 발견했다. 지하 10m 깊이의 굴에는 사다리가 놓여 있었고 길이는 1.5㎞로 건축공사를 하는 멕시코 주의 한 건물과 연결돼 있었다. 특히 높이가 1.7m, 폭이 80㎝ 규모인 땅굴 내부에는 환풍구와 조명이 설치돼 있었을 뿐 아니라 바닥에는 레일이 깔려져 있었고 땅굴을 파낸 뒤 토사를 옮긴 것으로 추정되는 오토바이까지 발견됐다. 

군경은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수색에 나서는 한편, 일대 도로의 검문을 강화하고 인근 공항의 항공기 운항도 통제했다. 

멕시코 최대 마약조직의 두목 '엘차포' 호아킨 구스만의 아들 오비디오가ㅣ 2019년 10월 17일 경찰에 체포될 때의 모습. (CNN 캡쳐}
멕시코 최대 마약조직의 두목 '엘차포' 호아킨 구스만의 아들 오비디오가ㅣ 2019년 10월 17일 경찰에 체포될 때의 모습. (CNN 캡쳐}

전쟁 같았던 '생쥐 체포작전'...오비디오 구스만, 누구?

지난 5일 멕시코 국가방위대와 군은 6개월간의 첩보 수집 끝에 북부 시날로아주의 주도인 쿨리아칸 외곽 헤수스 마리아에서 악명 높은 마약범죄 조직 '시날로아 카르텔'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오비디오 구스만을 붙잡아 검찰에 넘겼다. 이 과정에 마약조직 시날로아 카르텔은 군경에 대항해 시내에서 총격을 퍼붓는 등 격하게 저항했다. 

시날로아 카르텔은 총격을 퍼부으며 강하게 저항했고, 검거 과정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차량 250대가 불에 타거나 도난 당했고, 상점 4곳이 약탈 피해를 봤다. 주요 도로는 카르텔 조직원 등에 의해 폐쇄됐고, 조직원들은 오비디오 구스만의 압송을 막기 위해 공항 건물을 폭파하기도 했다. 쿨리아칸 공항에 있던 항공기와 군용기도 카르텔 조직원이 쏜 기관총에 맞아 급히 착륙하는 아찔한 상황도 이어졌다.

군은 무장화기를 실은 수십대의 카르텔 차량에 맞대응하기 위해 블랙호크 헬기를 띄웠다. 이 과정에서 주요 도로는 카르텔 단원을 비롯한 무장 괴한들에 의해 폐쇄되거나 차단됐고, 쿨리아칸 공항에 있던 멕시코시티행 아에로멕시코 항공기도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달리다 총탄에 맞아 급히 멈춰 섰다. 

'생쥐'라는 별명을 가진 오비디오 구스만은 종신형을 받고 미국에서 수감 생활 중인 마약왕 '엘 차포' 호아킨 구스만의 아들로, 강력한 마약 밀매 조직인 시날로아 카르텔을 아버지를 대신해 다른 형제와 함께 이끌어왔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구스만과 그의 형제가 시날로아 주의 약 11개의 필로폰 시설에서 매달 약 1,300~2,200kg의 마약을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시날로아 카르텔은 미국에서 연간 1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펜타닐의 주요 공급처 중 한 곳이어서, 미국 정부에서도 요주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다음 주로 예정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멕시코 방문과 이번 체포와의 연관성은 없다고 강조하며 "이번 조처에 미국 기관의 개입은 없었다"고 부연했습니다. 

체포 직후 군 항공기를 통해 멕시코시티로 압송된 오비디오 구스만은 멕시코주 '알몰로야 데 후아레스'에 있는 멕시코 최고 보안 시설인 알티플라노 교도소에 수감됐다. 

이에 따라 미국으로의 즉각적인 범죄인 인도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앞서 전날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부 장관은 "2019년부터 미국으로부터 (오비디오 구스만에 대한) 인도 요청이 있던 것은 맞다"라면서도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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