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2023.01.08. (사진=AFF컵 누리집 갈무리)
박항서. 2023.01.08. (사진=AFF컵 누리집 갈무리)

[김승혜 기자]  '동남아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2022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일렉트릭컵(미쓰비시컵) 준결승에서 펼쳐진 한국인 사령탑 맞대결에서 베트남의 '쌀딩크' 박항서 감독이 웃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9일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미쓰비시컵 준결승 2차전 홈 경기에서 신태용 감독이 지휘하는 인도네시아를 2-0으로 제압했다.

앞서 준결승 1차전 원정 경기에서 0-0으로 비겼던 베트남은 1, 2차전 합계 전적 1승1무로 인도네시아를 누르고 5년 만에 다시 결승 무대를 밟았다.

2018년 박항서 감독의 지휘 아래 이 대회에서 10년 만에 정상에 올랐던 베트남은 통산 세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베트남 대표팀과 계약이 만료되는 박 감독은 라스트댄스를 꿈꾼다.

박 감독은 베트남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며 베트남의 주산물인 쌀과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쓴 거스 히딩크 감독의 이름을 따서 '쌀딩크'라는 별명을 얻었다.

반면 직전 대회에서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던 신 감독과 인도네시아는 베트남에 막혀 사상 첫 우승을 다음으로 미뤘다.

인도네시아는 이 대회에서 준우승만 6차례 기록하고 있다.

한국인 사령탑인 박 감독과 신 감독은 이번 준결승에서 불꽃 튀는 신경전으로 주목받았다.

4강 1차전을 앞두고 악수하지 않아 논란이 됐던 두 감독은 첫 경기에서 득점 없이 0-0으로 비긴 뒤 충돌했다.

신 감독이 인도네시아가 베트남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하자 박 감독이 발끈하며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내가 지면 인정하겠지만, 만약 내가 이긴다면 신 감독은 그런 말을 그만해야 한다"고 강하게 받아쳤다.

이에 신 감독도 "베트남이 더 강한 데 왜 이기지 못했냐"고 박 감독을 자극했다.

두 사령탑의 신경전은 준결승 2차전에서도 계속됐다.

특히 전반 34분 K리그2 안산 그리너스에서 뛰는 아스나위의 거친 태클에 베트남 도안 반 하우가 넘어지자 박 감독이 터치라인까지 뛰쳐나가 격하게 항의했다.

신 감독도 여러 차례 판정에 불만을 드러내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결과는 베트남의 승리였다.

베트남은 이날 멀티골을 터트린 응우옌 띠엔 린의 활약으로 인도네시아를 눌렀다. 전반 3분과 후반 2분에 두 골이 터졌다.

이날 승리로 박 감독은 베트남 감독 부임 후 동남아에서 치른 신 감독과의 맞대결에서 2승2무로 우위를 이어갔다.

23세 이하(U-23) 대표팀 간 맞대결까지 포함하면 3승2무다.

 '라스트댄스'까지 앞으로 2경기를 남겨둔 박 감독의 최종 상대는 말레이시아와 태국 중 한 팀이 된다.

김판곤 감독의 말레이시아가 1차전에서 태국을 1-0으로 눌러 결승 진출이 유력하다.

그러면 결승에서 또 한국인 사령탑 맞대결이 성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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