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일보 대기자/편집국장
심일보 대기자/편집국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어제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했다. 이날 이재명 대표는 “협치를 내세우면서 권력기관을 동원한 야당 파괴, 정적 죽이기에 골몰했다”며 윤석열 정부와 검찰 수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사법 리스크에 대해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는 언급이 없었다.

자신과 측근의 사법리스크에 대해 소명이나 사과 한마디 없이 검찰 탓으로 돌렸다. 질의응답에서도 이 대표는 성남FC 관련 소환조사를 받은 것에 대해 “매우 부당하고 옳지 않은 처사”라고 검찰을 비판했다. “검찰 자체가 권력이 되면서 수사·기소권을 남용하고, 수사가 아닌 정치를 하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오늘 한 신문은 "야당 인사에게 집중된 검찰 수사도 문제는 있지만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기소됐고 자신도 기소를 앞둔 마당에 그렇게 큰소리칠 일인가. 이 대표가 국민에게 사과하고 의혹을 해소해야 마땅하다. 심지어 구속영장 청구를 “경찰복 입고 강도 행각”이라 빗대며 불응할 뜻까지 비쳤다. 지지층에게는 호소력이 있을지 몰라도 다수 국민에게는 불신만 높아질 뿐"이라고 비판했다. 

소위 야당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은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야당 탄압’, ‘정적 죽이기’로 규정하면서 화살을 윤석열정부에 돌린 것이 골자다. 공허한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오늘 한 사설을 인용하면 "이 대표는 취임 후 5개월 내내 ‘첫째도 둘째도 마지막도 민생’이라고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정반대 행보로 일관했다. 그가 대표로서 진두지휘한 지난해 9월 첫 정기국회를 돌아보면 잘 드러난다. ‘민생입법 총력전을 펼치겠다’더니 정치적 셈법에 치우쳐 중소기업들이 절실하게 요구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와 안전운임제의 합리적 개정을 무산시켰다. 대신 쌀 수매 의무화 등 반시장적 포퓰리즘 법안을 밀어붙였다."고 했다.

이어 "돌아보면 이 대표의 ‘민생’은 언제나 ‘방탄’에 불과했다. ‘민생 속으로’를 앞세운 경청 투어를 핑계로 지방으로 내려가서 한 일도 서민 고단함을 듣겠다는 취지와 적잖은 괴리를 보였다. 자신을 수사하는 검찰을 ‘권력 하수인’이라고 비난하고 변명하는 일에 몰두하는 모습이었다. 불체포특권 뒤로 숨기 위한 방탄용 임시국회를 릴레이로 개최하면서 민생을 명분으로 앞세우는 일도 끝없이 반복되고 있다. ‘방탄용 침대축구를 멈추라’는 비아냥 가득한 여당 논평이 나올 정도"라고 했다.

결국 이날 회견은 사법 리스크로 쏠린 국민적 관심을 희석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됐다는 느낌이다. 적반하장 격으로 국민을 현혹하는 야당 대표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싶다.

전날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규명의 '키맨'으로 불리는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예상과 달리 '자진귀국'을 결정하면서 수사기관에 협조하겠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이 이 대표의 과거 선거법 위반 재판을 위한 변호사 비용 20여 억원을 대신 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작년 9월 “쌍방울 전환사채 일부에서 편법 발행·유통, 횡령·배임, 자금 세탁이 의심되는 정황이 확인됐다”면서 “이 대표 등과 쌍방울그룹의 관계에 비추어 전환사채 관련 이익이 변호사비로 대납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는 “쌍방울과 인연은 내복 하나 사 입은 것밖에 없다”고 일축한 바가 있다. 과연 그런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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