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일보 대기자/편집국장
심일보 대기자/편집국장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이는 ‘윤심’ 논란이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민심도 당심도 아닌 오직 '윤심' 경쟁만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윤심 바라기'는 내년 총선에 독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절대 ‘반윤’이 될 수 없는) 나경원을 ‘반윤의 우두머리’로 낙인찍은 것은 자칫 전략적 패착이 될 수 있다. 이준석을 쳐내는 것은 한 사람을 제거하는 것이지만 나경원을 쳐내는 것은 한 세력을 제거하는 것이다. 훨씬 어렵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비유하면 이준석이 돈바스라면 나경원은 키이우다. 나경원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초선 ‘장핵관’들의 집단 린치는 모멸감을 느낀 당원들을 적으로 만든 것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가 20일 조선일보 칼럼을 통해 한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전략적 실수를 연발한 나경원이 명분, 세력, 동력을 모두 잃은 것은 사실이다. 나경원은 ‘유승민 포비아’가 확산될 때 검토할 수 있는 ‘플랜B’였지만 이젠 ‘플랜C’도 될 수 없는 곤궁한 처지가 되었다. 당대표에 뜻이 있었다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지 말았어야 한다. 맡는 순간 명분을 잃었다. 대통령실과 충돌한 후 세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①사퇴 후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상책), ②사퇴 후 잠행과 침묵(중책), ③사퇴 후 출마 행보(하책). 하책을 선택한 순간 고립무원 신세가 되었다."고 짚었다.

당대표를 놓고 여당의 집안싸움이 거의 '집단 자해극' 수준이라는 논평도 나왔다. 이날 동아일보 역시 칼럼을 통해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고들 했는데, 정반대"라며 그 중심에 '장제원'을 지목했다. 이어 "(그는) '윤석열 캠프’ 시절부터 DNA처럼 도지는 국민의힘 내분의 중심엔 공통으로 ‘장제원’이라는 인물이라며 "윤 대통령의 정치 입문 초기 달라붙지 않았더라면 중앙 일간지 칼럼에서 이름 한번 거론될 일이 없었을 그런 인물이다. 별다른 개인적 매력 자본도, 감동적 인생 스토리도, 별다른 의정활동 업적도, 대(對)문재인 정권 투쟁 공적도 없는, 보수 텃밭 금수저 의원 중 한 명에 불과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다른 윤핵관들도 대동소이하다. 다들 입안의 혀처럼 처신이 빠르고, 대단한 전략가연(然)하지만 큰 그림을 보는 안목이나 직관·통찰력은 보여준 적 없다. 보수의 미래로 거론될 인물은 한 명도 없다. 흰 종이 상태에 가까웠을 ‘윤석열의 정치 도화지’에 이들이 끄적인 건 낡고 음습하고 저급한 정치공학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결과물이 현재의 당 대표 경선 파동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작금의 여당 대표 경선은 소위 ‘윤심(尹心)’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과의 회동이나 안부 통화 횟수를 자랑하고, 동료를 ‘반윤’이라 찍어내는 ‘찐윤(진짜 친윤)’ 경쟁을 보고 있노라면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 뼈아픈 패배를 안긴 2016년 총선이 오버랩된다.

 ‘그들만의 리그’에 갇힌 채 누워 침 뱉는 행태를 계속하는 한 민심이 등을 돌리는 것은 자명하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소위 '윤심'을 놓고 벌이는 막장극에 윤 대통령이이런 말(동아)로 정리하면 된다. 

“자꾸들 오해하는데 윤심은 없다. 나경원 해임은 막중한 공직을 가볍게 여기는 데 대한 질책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선거에 나를 끌고 들어가지 마라. 국정만이 관심사다. 당원들이 누구를 택하든 그 선택에 흔쾌히 따를 것이다. 더 이상 윤심 윤심 하지 마라….”

신문은 이렇게도 주문했다.

"친박 친이 싸움질로 집단 자해극을 벌이다 좌파에 정권을 헌납한 당에 국민은 독립운동하는 심정으로 정권을 되찾아 맡겼다. 그저 교과서에 적힌 대로 경선 주자들은 미래를 놓고 페어플레이 하고, 대통령은 중립을 지키면 저절로 지지율이 치솟을텐데 그 쉬운 일조차 못한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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