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일보 대기자]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1988년 자유문학사가 출간한 이문열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의 영화 제목이다. 197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젊은 날의 슬픈 초상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한국영화 1001'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외골수에 감정을 억제할 줄 모르는 임형빈과 허황되며 현실을 무시하는 서윤주의 독특한 성격이 빚어낸 비극이다. 성격적 결함이 있는 두 사람은 불꽃처럼 타올랐다가 너무 쉽게 헤어지고 다시 만나 사랑하다가 서로의 삶을 불행으로 이끈다. 신기루 같은 사랑은 형빈이 윤주를 총으로 쏴버리는 것으로 끝나고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그들의 삶에서 살인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어떤 구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른바 추락하는 것에 날개가 있어 다시 비상할 수 있게 한다면 그것이 바로 죽음이라는 메시지다. 이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여류시인 잉게보르크 바하만(Ingeborg Bachmann)의 시구로 “날개 달린 것들은 하늘을 날지만 이 날개가 구실을 못하면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따라 붙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 선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이 대표가 정확히 취임 5개월이 되는 날이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8일 설 명절을 앞두고 망원시장을 찾은 자리에서 오는 28일 변호인 1명과 함께 출석하겠다고 했다. 특히 그는 검찰을 향해 "오늘 우리 검찰은 질서유지를 위해 공정하게 권한을 행사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사적 이익을 편파적으로 권력을 남용한다"며 "없는 죄도 만들고, 있는 죄도 덮으면서 사적 이익을 위해 검찰권을 남용하는 일부 정치 검찰을 국민이 지켜보고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 형식적 권력을 갖고 그 권력을 행사하고 있으니, 아무 잘못도 없는 제가, 또 오라고 하니, 가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검찰은 정치보복, 사건 조작, 정적 제거를 하느라고 일반 형사 사건 처리도 못해 미제 사건이 쌓여도 상관없겠지만 전 국정, 그리고 당무를 해야 하겠다.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는, 그리고 수많은 현안이 있는 이 상황에서 주중에는 일을 해야 하겠다"며 당초 언급된 27일이 아닌 28일 토요일에 출석하겠다고 한 이유를 전하기도 했다.

이에 검찰은 즉각 반발했다. 검찰은 "조사범위가 상당해 2회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측은 "조사 범위와 내용이 상당하고 피조사자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2회 조사가 필요하다"며 "추가 수사에 대한 의견을 달라고 변호사에게 전달해놓은 상황"이라고 밝혔다.이에 검찰은 즉각 반발했다. 검찰은 "조사범위가 상당해 2회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대표 측은 아직 28일 이후 출석에 대한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이 대표에게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설 연휴 이후인 이달 27일과 30일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통보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한다.  검찰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제출할 경우 이는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가 검찰의 출석요구에 모두 응하고 있는 데다, 검찰 소환이 '보여주기식' 수사라고 판단하는 야당은 수적 우세를 앞세워 체포동의안 부결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오늘 중앙일보는 "민주당과 검찰과의 악연은 4년 전 ‘조국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검찰이 2019년 8월 27일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하자, 민주당은 검찰 비판에 전 당력을 집중했다. “검찰이 대통령 인사권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조국 전 장관은 재임 36일 만에 사퇴했고, 민주당은 이듬해 1월 검찰 권한을 축소하는 형사소송법·검찰청법을 통과시켰다.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부여하고,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내용이 골자였다."라고 전했다.

조국 사태로 촉발된 ‘검찰과의 전쟁’, 이제 이재명 대표가 검찰 수사 대상이 되고 민주당 전체가 다시 검찰과의 전쟁으로 내몰리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수사와 기소 시점에 대한 결정권이 모두 검찰에 있는 상황이라 이 대표 입장에선 탈출구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여기에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극복하고자 설 전후 연일 민생 구호를 외치지만, ‘약발’도 통하지 않고 있다.

이 대표 측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결국은 법정에서 무죄를 받아서 끝내야 한다”면서도 “자칫 재판이 길어지면 총선은 물론 차기 지방선거, 대선까지 모두 재판을 받으며 치러야 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다.

민주당 한 의원은 오늘 시사플러스와 통화에서 “이 대표가 검찰 수사를 극복하면 ‘지도자'로 우뚝 서갰지만 무너지면 말 그대로 폭망”이라며 "지금의 상황은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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