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원 기자] 기아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을 다시 썼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안 등의 장애물을 딛고 이뤄낸 성과다. 

스포츠실용차(SUV) 등 이른바 '돈이 되는'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가 늘고, 고환율 상황이 지속되며 환율 효과를 톡톡히 봤다. 특히 2020년 2조 원대였던 영업이익을 2021년 5조 원으로 끌어올린 데 이어 지난해 사상 최초로 '7조 원대' 벽을 깼다.

기아는 지난해 매출액 86조5,590억 원,  영업이익 7조2,331억 원을 기록했다고 27일 밝혔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23.9% 늘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42.8%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사상 최대치에 해당한다.

해외 판매가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지난해 기아는 국내와 세계 시장에서 전년보다 4.5% 늘어난 290만1,849대를 판매했는데, 이 가운데 해외 판매가 5.4% 늘어 236만2,551대를 기록했다. 차종별로 보면 준중형 SUV인 스포티지가 39만 6,674대 팔리며 해외 최다 판매 모델로 효자 역할을 했다. 

환율 효과도 계속됐다. 수출 비중이 높은 기아의 경우 환율이 높아지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늘어난다. 지난해 4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전년보다 14.9% 높은 1,359원이었다. 이는 기아 매출 확대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출고 지연이 이어진 가운데서 국내 판매도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아는 지난해 국내에서 전년 대비 1.1% 증가한 54만1,068대를 판매했다.

매출원가율을 낮추는데 성공한 점도 실적 증대에 기여했다. 매출원가율은 매출액에 대한 매출원가 비율로, 비율이 낮은 기업이 수익성이 일반적으로 높다. 지난해 4분기 기준 기아의 매출원가율은 77.7%로 전년 동기(80.2%) 대비 2.5%p 낮아졌다.

기아는 경기 침체 속에서도 올해 사업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먼저 올해 도매 판매를 기준으로 세계 시장에 전년보다 10.3% 늘어난 320만 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엔 지난해보다 8.1% 늘어난 58만5,000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해외의 경우 주력 시장인 북미에서 12.6% 늘어난 96만7,000대, 유럽에서 4.2% 늘어난 57만 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매출 목표는 지난해보다 12.7% 높은 97조6,000억 원으로 높여 잡았다.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28.6% 늘어난 9조3,000억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기아 관계자는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수요 둔화 및 국제적 긴장 상황 지속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면서도 "탄탄한 수요를 기반으로 한 판매 물량 증가, 고수익 SUV 중심의 지속적인 판매 믹스 개선, 대형 전기 SUV 신차 EV9 출시 등으로 선순환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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