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강남역 일대에서 경찰 수사관을 비롯한 소방, 구청 관계자들이 마약, 불법 영업 등 클럽 안전 점검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2.10.07.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일대에서 경찰 수사관을 비롯한 소방, 구청 관계자들이 마약, 불법 영업 등 클럽 안전 점검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2.10.07.

[신소희 기자] "잠긴 문을 강제로 뜯고 경찰관들이 들이닥칩니다. 외국인 전용으로 운영되는 부산의 한 클럽 안에서는 환각 파티가 한창입니다. 경기도의 또다른 파티룸에서는 대마를 직접 키워 판매, 투약까지 하다 덜미를 잡혔습니다.

<현장음> "대마 관리법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합니다."

서울 한복판 음식점 지하창고에 마약 공장까지 차려놓고 필로폰을 제조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서울 노원경찰서 수사관> "(이거 뭐예요?) 필로폰입니다. (어떻게 소지한 거예요?) 만들어서…"

마약청정국은 옛말이 된 지 오래입니다. 경찰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윤희근 / 경찰청장(지난해 9월)> "마약사범 또한 우리 경찰이 총력 대응해서 뿌리뽑을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미성년자 판매책을 활용하고, 텔레그램 마약 판매 채널 등을 통해 청소년들을 상대로 필로폰 등 마약을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마약류를 유통 및 투약한 혐의를 받는 청소년 판매총책 등 23명을 검거하고 이 중 2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텔레그램 마약류 판매 채널을 개설해 중간판매책을 두고 필로폰과 케타민 등 마약류를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23명 중 14명은 매수·투약 혐의를, 나머지 9명은 판매 혐의를 받는다. 

조사 결과 판매책 3명은 고등학교 3학년 만 17세인 미성년자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에게서 필로폰 49g, 케타민 226.9g, 현금 4,800만 원 등을 압수했다.

SNS 활용 마약 기승…10대 

최근 인터넷·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이 비대면 거래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마약류 불법 유통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의 마약 집중 단속 기간 중 전체 검거 인원의 26.2%에 달하는 1,495명이 이 같은 범행으로 검거됐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39.5% 증가한 규모다.

대구경찰청 광역수사대와 충북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도 최근 텔레그램 내 마약류 판매 채널을 운영하면서 대마 및 필로폰 등을 유통한 판매책과 매수·투약자를 검거한 바 있다.

단속을 피하고자 마약류 거래가 음지화되고 있는 가운데, 다크웹·가상자산을 이용한 마약류 사범도 533명이 검거됐다.

연령별로는 인터넷과 SNS에 익숙한 20, 30대 젊은 마약류 사범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아울러 10대 마약류 사범 또한 꾸준히 검거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단순 호기심에 의한 투약을 넘어 유통까지 가담하고 있다고 경찰청은 설명했다.

최근 5년간 10대 마약류 사범 검거 인원은 2018년 104명→2019년 164명→2020년 241명→2021년 309명→2022년 294명이다.

'마약과의 전쟁' 선포한 경찰…5개월 동안 5,702명 검거 

윤희근 경찰청장이 국민체감 약속 2호로 마약 단속을 지목한 가운데, 국수본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총 5,702명을 검거해 791명을 구속했다. 검거 건수는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38.2% 증가한 수준이라고 한다.

지난해 전체 마약 사범 검거 실적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검거된 마약 사범은 1만2,387명으로 1년 전보다 16.6% 늘었다. 최근 마약류 사범 검거 인원은 ▲2018년 8,107명 ▲2019년 1만0,411명 ▲2020년 1만2,209명 ▲2021년 1만626명 등이다.

최근에는 클럽 등 유흥업소에서 비교적 빈번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집중단속 기간 클럽·유흥업소 일대 마약류 사범이 377명으로, 1년 전보다 11.4% 증가했다. 구체적 장소를 보면 클럽(42.9%), 유흥업소(26.3%), 노래방(15.9%) 순으로 발생이 많았다. 

최근에는 파티룸 등에서 마약류를 투약했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다고 한다. 경기북부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대마 재배시설과 파티룸을 만들어 재배부터 판매·투약까지 한 번에 이뤄지도록 운영한 혐의를 받는 일당 5명을 검거한 바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집중단속의 경우 시작 단계부터 클럽과 유흥업소 일대 마약류 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관계기관 합동점검 등 대대적인 단속을 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늘어나는 마약류 유통·외국인…경찰 "전문수사팀 확대" 

국내 거주 중인 외국인들의 마약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집중 단속 기간 적발된 외국인 마약류 사범은 전체 마약 사범의 15.2%(866명)를 차지했다. 

경기남부경찰청 김포경찰서는 김포 공단 일대 태국인을 상대로 필로폰을 공급한 판매책 및 매수·투약한 태국인 피의자 등 33명을 검거하고 이 중 1명을 구속했다.

국적별로는 태국 355명, 중국 237명, 베트남 179명, 우즈베키스탄 14명, 러시아 14명 순으로 많았다.

최근 5년간 외국인 마약 사범은 ▲2018년 596명 ▲2019년 1,092명 ▲2020년 1,466명 ▲2021년 1,673명 ▲2022년 1,757 등으로 증가세가 뚜렷하다. 

경찰청 관계자는 "외국인 마약류 사범의 경우 공단 등 외국인 밀집 지역 주변 노동자를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공동 투약하는 사례가 다수 적발되는 등 검거 비율이 지속적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마약류 유통 사전 차단을 위해 판매·제조·밀수 등 공급행위에 대해서도 대응해 단속 기간 중 공급 사범 1,284명(판매 1,238명, 제조 11명, 밀수 35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필로폰 16.7㎏, 대마초 24.4㎏, 양귀비 3만4,009주, 야바 8만2,453정, 엑스터시 5,238정, 신종 마약인 합성 대마(JWH-018) 4,063g 등을 압수했다. 범죄수익금 5억2,000만 원을 압수했으며, 3억4,800만 원 상당을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 조치하기도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갈수록 지능화되는 범죄 수법에 대응하기 위해 다크웹·가상자산 전문수사팀을 전 시·도 경찰청에 확대 운영하고, 전문수사관 채용 및 교육과정을 신설해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근본적인 마약류 범죄 근절을 위해 관계기관과 협력해 관련 법령 제·개정 및 제도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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