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 일행과 해외로 도피했던 수행비서 박모씨가 7일 인천공항을 통해 수원지검으로 압송되고 있다.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 일행과 해외로 도피했던 수행비서 박모씨가 7일 인천공항을 통해 수원지검으로 압송되고 있다.

[김민호 기자]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의 수행비서 박모씨가 국내로 송환되면서 그가 소지하고 있던 휴대폰도 검찰이 확보하게 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 전 회장 사이 연관성을 규명할 증거라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검찰의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전날 인천공항에서 박씨를 압송해 조사했다. 박 씨는 지난 17일 태국 국경 지역에서 검거됐고, 전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그는 현지에서 체포될 당시 휴대전화 6대를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중 김성태 전 회장이 사용하던 차명 대포폰이 여러 대 있는 것으로 보고 포렌식으로 통화내역 등을 분석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회장은 현재 쌍방울그룹 비리 및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를 받고 있다. 횡령과 배임, 외국환관리법·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뇌물공여, 증거인멸교사 등 7개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다만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공소장에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은 구속기한의 한도를 고려해 우선 쌍방울그룹 비리 의혹을 집중 수사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제 본격적으로 이 대표와의 관계성을 규명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 대표 방북을 위해 북한에 자금을 보냈다는 '대북송금 의혹'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연결고리로 지목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이 대표 본인은 통화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 대표는 김 전 회장이 2019년 1월17일 이 전 부지사를 통해 자신과 통화했다는 보도에 대해 "그날 오후 2시부터 6시간 가까이 재판을 받았다"며 "명색이 부지사가 그날 제가 재판 받는 것을 뻔히 알면서 그런 전화를 바꿔줄 일이 있느냐"고 반박했다.

구속 중인 이 전 부지사도 입장문을 통해 "최근 김성태와 쌍방울의 대북 송금과 관련해 이화영과 이 대표, 경기도에 대한 모든 보도는 허위사실"이라며 "대북 송금이 필요한 경기도의 어떠한 대북활동도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박 씨 휴대폰에서 당시 통화내역과 김 전 회장의 증거인멸 교사 혐의 정황 등을 확인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 전 회장의 심복으로 알려진 박 씨가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쌍방울그룹 전반의 비리 의혹 사건과 이 대표 관련 혐의 입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포렌식을 통해 통화기록을 확보한다면 수사가 이 대표를 향할 교두보가 될 수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가 김 전 회장과의 친분을 부인한 만큼, 검찰이 통화기록 등을 통해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입증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재명 올인' 김성태, 대체 왜?

이런 가운데 지난 3일 구속기소된 김 전 회장의 공소장에는 김 전 회장이 대북송금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벌인 무리수가 그대로 담겨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같은 ‘올인’은 검찰의 눈에는 635억 원 배임·횡령으로 포착됐다. 김 전 회장은 100% 지분을 자신이 소유한 ‘1인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쌍방울 계열사나 관계사, 제2금융권으로부터 돈을 차입하기도 했는데 이 과정에서 자신의 주식을 담보로 잡히는 등 경기도의 대북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필사적으로 만들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다.

8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배임·횡령액 총액 중 592억원에 관계한 페이퍼컴퍼니 ‘착한이인베스트’는 2019년 제2금융권인 상상인저축은행으로부터 이자율 15%에 100억원을 빌렸다. 2018년 쌍방울그룹으로부터 차입한 100억 원(권면액 기준)의 전환사채와 김 전 회장 본인 명의의 한정근보증 등 무려 330억 원의 담보가 설정됐다.

착한이인베스트가 집중적으로 돈을 차입한 2019년은 김 전 회장이 최소 3차례에 걸쳐 북한에 800만 달러를 보낸 시기다. 같은 해 착한이인베스트는 KH그룹 계열사인 ㈜장원테크로부터 30억 원, 쌍방울그룹 관계사인 ㈜리더스투자기술로부터 38억원 등 도합 168억 원을 빌렸다. 김 전 회장은 이 차입금의 담보로 코스닥 상장사 나노스 주식중 자신이 소유한 89만6,000주와 148만2,700주를 걸었다. 2020년에도 김 전 회장은 이런 방식으로 쌍방울 계열사와 자신의 또 다른 페이퍼컴퍼니로부터 총 59억7,000만 원을 더 빌렸다.

김 전 회장은 자신이 ‘영끌’한 돈 800만 달러를 2019년 1월, 4월, 11월 총 3차례에 걸쳐 북한 관계자에게 건넸다. 김 전 회장은 이 중 500만 달러는 경기도가 북한에 약속했던 스마트팜 사업비 대납용, 300만 달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추진하던 방북행사 등을 위해 북측에서 요구받은 액수라고 검찰에 진술했다. 이 대표의 방북을 성사시키고, 경기도 대북사업을 쌍방울이 수행하기 위한 투자였던 셈이다.

 한편 검찰은 2019년 5월 쌍방울 외에 KH그룹 배상윤 회장도 북한 민경련과 스마트팜 사업 관련 경협합의서를 체결한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배 회장은 2019년 1월 쌍방울과 경기도, 북한 관계자가 대북사업합의서를 체결하는 자리에도 동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사건을 넘겨받은 수원지법은 이 사건을 이화영 전 부지사 사건을 맡은 형사합의11부(부장 신진우)에 배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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