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적발된 신·변종 룸카페
경찰에 적발된 신·변종 룸카페

 

[신소희 기자] 이기순 여성가족부 차관은 최근 청소년의 탈선 장소로 논란이 된 신·변종 룸카페와 관련, 법 위반을 막기 위해 제도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기순 여가부 차관은 11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변종 청소년 유해업소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한 관계부처 회의'에서 "신·변종 룸카페 등에 청소년관련 규정을 적용하고, 법 회피와 위반을 방지하기 위한 부처별 조치 현황을 공유하는 한편 점검과 단속 협력과 제도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업주와 종사자, 단속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 보호 관련 법·제도 계도와 청소년의 안전한 환경 조성을 위한 사회적 관심제고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모으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실제 서울 시내 일부 룸카페들은 모텔을 방불케하는 폐쇄된 시설에 고객들의 연령 확인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모텔 준하는 시설…비대면 송금하니 바로 입실

지난 9일 오전 10시께 취재진이 방문한 서울 강남구의 한 룸카페는 인근 1㎞ 안팎으로 10여개의 초·중·고등학교가 밀집돼 있고, 유명 학원들이 몰려 있어 청소년들이 자주 찾는 곳이었다. 

룸카페에 들어서니 최신 유행곡이 흘러나오는 대기 공간에 각종 음료와 과자류가 가득했다. 부루마블 등 인기 보드게임도 무료로 대여할 수 있었다.

카운터에 사장은 없었고 '잠시 자리 비웁니다. 전화주시면 바로 입실 가능합니다'라는 글이 적혀있었다. 적혀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자 사장은 나이와 신원 등을 확인하지 않은 채 "계좌이체로 1만원 내시고 방을 이용하면 된다"고 안내했다.

방으로 가는 복도에는 양쪽으로 각각 15개의 방과 13개의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각 방은 창문이 없는 미닫이문을 갖고 있었고, 밖에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었다. 

입실한 방은 1평(3.3㎡) 남짓한 공간으로 문을 닫으니 완전한 밀실이 됐다. 다만 방음은 잘 되지 않았다.

방 안에는 푹신한 매트리스와 쿠션 등 침구류가 구비돼 있었다. 또 방에 배치된 TV를 통해 자유롭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시청할 수 있었다. OTT 서비스에서 성인 영화 채널에 들어가니 비밀번호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널리 쓰이는 비밀번호 '0000'을 누르니 성인채널 시청제한은 쉽게 풀렸다.

복도 끝에는 외부 흡연실이 있었다. 고철로 된 재떨이 주변으로 담배 꽁초들이 10여개 떨어져 있었는데, 흡연실 출입문에는 '미성년자 출입 금지' 등의 문구조차 없었다.

200m 남짓 떨어진 또 다른 룸카페에 가보니 이곳 역시 방에 창문은 없었다. 그나마 출입구에 '19세 미만 출입·고용 금지업소'라는 문패가 적혀있었다. 

하지만 카운터를 지키고 있던 직원은 기자보다 먼저 입장한 한 커플의 신분증 검사를 하지 않고 들여보내줬다. 그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어 연령대를 쉽게 가늠하지 어려웠다.

이 룸카페 직원 20대 김모씨는 "최근까지는 청소년 출입에 대한 제재는 없어 청소년들도 들어올 수 있었다"며 "언론 보도와 단속으로 청소년 이용 불가 문패를 붙였지만 매번 신분증 검사를 하지는 않고 외모가 어려 보이면 한다"고 설명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이 룸카페를 찾은 20대 황모씨는 "청소년들이 일탈 장소로 이용하기에는 확실히 좋은 조건이긴 하다"며 "성인이 되기 전에 청소년들이 이런 곳에서 탈선 행위를 하다 잘못된 길에 들어서면 위험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객 20대 김모씨도 "사실 청소년들 외모가 조숙한 경우가 많아 신분증 검사를 안 하면 쉽게 통과하지 않을까 싶다"며 "적어도 성인실과 청소년실은 구분해서 만들어놨으면 어땠을까 한다"고 했다.

업주들은 최근 언론을 통해 룸카페의 청소년 유해업소 논란이 이는 것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사업 허가를 받을 당시 청소년 이용 관련 내용을 제대로 안내 받지 못했다고 토로한다. 정부가 하루빨리 제대로 된 기준을 세웠으면 한다는 요구도 높다.  

룸카페를 운영 중인 40대 박모씨는 "물론 우리 룸카페가 청소년들의 탈선의 장으로 이용되는 것은 어른으로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전에는 청소년들이 매출에 꽤 영향을 미쳤는데 청소년 입장 불가로 바뀌면서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구청에서도 처음에 룸카페 사업 허가를 내줬을 때 창문이 있어야 한다는 등의 제대로 된 규칙을 설명하지 않았다"며 "이제와서 이렇게 손님을 가려 받으라고 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가 지는 것 아니냐"고 한탄했다.

또 다른 룸카페 업주 40대 최모씨도 "열심히 살고 있는 우리 룸카페 사장들이 마치 불법을 저지르는 것처럼 보여 안타깝다"면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면 빨리 정부가 다른 방안을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영업하고 있는 룸카페 복도에 방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지난 9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영업하고 있는 룸카페 복도에 방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성범죄 실태 보니…피해자 전원 미성년자

침대와 욕실까지 갖춘 일부 변종 룸카페가 청소년들의 일탈 장소로 변질됐다는 청소년 유해업소 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실제 룸카페가 미성년자 성범죄에 이용된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11일 뉴시스가 대법원 판결서 인터넷 열람을 통해 지난 한 해 동안 선고된 룸카페 관련 판결문 23건을 분석한 결과, 23개 사건의 피해자 연령대는 9세부터 18세로 조사됐다. 

23건은 룸카페가 범행 장소로 이용되거나, 범행 과정에서 룸카페가 언급된 사건 등이다. 가해자의 경우 미성년자부터 29세 성인까지 다양하게 나타났다.

범죄 혐의별로 보면 미성년자의제강간 혐의가 적용된 사례가 가장 많았고, 아동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 사건도 10건 가까이 됐다. 

범죄 유형은 미성년자인 피해자를 룸카페로 유인한 뒤 추행 또는 강간한 경우가 많았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A씨는 지난 2021년 7월 서울 광진구에서는 랜덤 전화 연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알게 된 피해자 B(14)양을 룸카페로 유인했고, 그 장소에서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다. 1심 법원은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C씨 역시 지난 2021년 6월 메신저 오픈채팅방을 통해 알게 된 피해자 D(13)양과 만나자고 약속한 뒤 룸카페로 데려가 간음한 혐의를 받는다. C씨도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성폭행 가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도 있었다.

피고인 E군은 지난 2020년 6월경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단체 채팅방을 통해 알게 된 피해자 F(11)양을 강남역 인근 룸카페로 데려가 총 3회에 걸쳐 간음했다. 재판부는 미성년자의제강간 혐의를 받는 E군에게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G(9)양은 게임을 통해 알게 된 피고인에게 디지털 성착취 피해를 입었는데, 피고인이 "나중에 룸카페에서 할까"라고 말한 사실이 판결문에 적시됐다. 피고인은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일부 룸카페들은 모텔에 준하는 시설을 갖춰 놓았음에도, 청소년들의 접근이 용이해 일부 범죄에 활용되고 있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일정 수준 청소년들의 접근을 허용하되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높다. 

김영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성년자들이 룸카페를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반대한다. 장소를 불문하고 성범죄는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며 "다만 사회적인 보호가 필요한 청소년이라는 관점에서 다가가면 의사에 반해 이뤄지는 성관계 등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은 환경은 줄여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가령 무인 룸카페와 같이 관리가 어려운 곳이나, 청소년이 성인사이트를 방문할 수 없도록 보호 프로그램이 설치됐는지, 완전한 밀실이 아닌 일정 부분은 가릴 수 없도록 하는 등 기본적인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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