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조작해 가맹기사에 우선배차…내부자료 입수

[신소희 기자] 카카오모빌리티의 이른바 '콜 몰아주기'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 250억 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카카오가 은밀하게 가맹택시를 우대하는 알고리즘을 사용했을 뿐 아니라 공정위 적발을 피하기 위해 배차방식을 교묘하게 변경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봤다. 

공정위는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 중형택시 배차 알고리즘을 은밀하게 조작해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를 우대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257억 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블루' 가맹기사에게 일반호출을 우선배차 하는 방법으로 콜을 몰아주거나 수익성이 낮은 1㎞ 미만 단거리 배차를 제외·축소하는 알고리즘을 은밀히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입수한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관련 내부자료에 따르면 서비스 시작 당시 "가맹 택시 배차의 주목적은 가맹택시가 어느 정도 수익을 내는 것에 초점이 있는 로직"이라는 내용이 작성됐다.

'콜 몰아주기'에 따라 가맹기사는 비가맹기사보다 월 평균 약 35~321건(2019년 5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주요 지역 기준)의 호출을 더 수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맹기사의 월 평균 운임 수입도 비가맹기사보다 최소 1.04배에서 최대 2.21배 더 높게 나타났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시행한 '은밀한 알고리즘'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 서비스를 시작한 2019년 3월부터 2020년 4월까지 '픽업시간'(ETA, Estimated Time of Arrival)이 가까운 기사에게 배차하는 로직을 운영했다.

언뜻보면 정당한 배차 로직이지만 가맹기사는 일정 픽업시간 내에만 존재하면 비가맹기사보다 우선배차를 받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가맹기사의 픽업시간이 6분이면, 0~5분 내에 있는 비가맹기사보다 우선배차했다.

공정위는 "블루기사들의 수입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 일반콜, 스마트콜을 보내주고 있으니 (중략) 배차쪽의 현재 핵심성과지표(KPI)는 승객 측(side)에서 체감하는 블루운행완료율 보다 공급확보를 위한 기사수입에 포커스하고 있는 중"이라고 작성된 내부자료 역시 입수했다.

2019년 11월 직원들의 카카오톡 대화내용에서는 "가맹기사에게 우선배차 하는거 알려지면 공정위에 걸린다고 한다", "카카오모빌리티 배차로직 담당 임원이 걱정하던 부분이다" 등의 대화 내용이 오간 것도 확인됐다.

이에 따라 가맹기사 우선배차 행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수를 늘리는 확실한 사업확대의 수단이었으며, 임직원들도 이를 인식하면서 적극적으로 추진했다고 봤다.

이 가운데 언론과 택시기사들을 통해 이같은 배차방식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2020년 4월 중순경부터는 배차방식을 변경했다. 이때부터는 '수락률'(기사가 수락한 콜카드 수/기사가 수령한 콜 카드 수)이 기준이 됐다.

유성욱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내부적으로도 공정위에 적발될 것을 우려했고 이에 따라 배차방식을 공정위에 적발되지 않으면서도 은밀히 가맹기사를 우대하는 방법을 고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경된 배차로직에서는 수락률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 추천으로 1명의 기사에게 우선배차가 먼저 실시됐다. 추천 기사가 없는 등의 사유로 배차가 실패하면 ETA 기준으로 배차가 실시됐다.

이 역시 사실상 가맹기사를 우대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AI 추천은 수락률이 40% 또는 50% 이상인 기사만을 대상으로 이뤄지는데, 수락률 기준은 비가맹기사에게 구조적으로 불리하게 설계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평균 수락률이 가맹기사는 약 70~80%, 비가맹기사는 약 10%인 바 카카오모빌리티는 두 기사 그룹 간 수락률에 원천적으로 차이가 있음을 사전에 인지하고 이를 의도적으로 이용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카카오모빌리티는 AI 추천 우선배차 방식을 도입하기 전, 서울지역에서 해당 방식에 의한 배차 건수가 가맹기사와 비가맹기사 간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테스트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테스트 결과 가맹기사에게 약 73% 비가맹기사에게 약 27% 배차돼 해당 배차방식이 가맹기사에게 매우 유리함을 확인했다는 테스트 관련 자료도 입수했다.

또한 카카오모빌리티는 2020년 8월 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호출 수요가 감소해 비가맹기사의 수락률이 높아져 자신의 가맹기사 우선배차 감소가 우려되자 배차 수락률 기준 40%를 50%로 상향 조정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신의 가맹기사 운임수익 극대화를 위해 단거리 배차를 기존보다 덜 수행하도록 가맹기사에게 운행거리 1㎞ 미만 호출의 배차를 제외하거나 축소했다.

2020년 2월 5일부터 2020년 4월 중순경까지 수익성이 낮은 1㎞ 미만 배차에서 가맹기사를 제외했고, 2020년 4월 중순경부터 현재까지는 가맹기사가 대체적으로 배차를 받는 AI 추천 우선배차에서 1㎞ 미만 배차를 제외해 가맹기사가 이 호출을 덜 받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시정명령에 따라 의결서를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카카오T앱 일반호출 배차 알고리즘에서 차별적인 요소를 제거한 이행상황을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플랫폼사업자의 시장지배력을 남용하는 행위와 불공정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감시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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