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미반환 우려 피하려 보증금 낮추는 선택
서울서 올해 1천만 원 이상 초고액 월세 5건 거래
신흥부촌 성동구에서 최다…2천만 원 짜리 월세도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전월세 계약 갱신요구권을 사용하는 세입자도 빠른 속도로 줄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5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업체 밀집 상가 모습.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에 따르면 최근 아파트 세입자들은 갱신요구권을 종전 계약 금액보다 임대료를 낮춰 갱신하는 데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전월세 계약 갱신요구권을 사용하는 세입자도 빠른 속도로 줄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5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업체 밀집 상가 모습.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에 따르면 최근 아파트 세입자들은 갱신요구권을 종전 계약 금액보다 임대료를 낮춰 갱신하는 데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재원 기자]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수요는 계속해서 줄고 월세는 늘어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높은 금리로 자금 마련이 어려워진 데다 잇따르는 전세사기 사건에 보증금 미반환 우려가 커지면서 월세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월세 시장에서는 1,000만 원 이상 거래도 늘면서 시장 양극화 현상도 나타난다. 

1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아파트 전월세 거래(105만9,306건) 가운데 월세 거래(45만2,620건) 비중은 42.7%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의 경우에도 전월세 거래량 23만1,846건 중 월세 거래는 9만8,810건으로 월세 비중이 42.6%에 달했다. 

전세가 월세로 많이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다양하다. 우선 금리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자 매매 수요가 전월세 시장으로 대거 유입된 가운데 목돈이 부족한 임차인들이 불가피하게 준전세로 전환한 것이다. 

또한 실질 전세자금대출가 전·월세 전환율보다 높은 상황이라 이에 따른 전세 이탈 현상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은 3.84%다. 이에 비해 전세대출 금리는 최저 금리가 4.43%이고, 높은 곳은 7%에 달하는 곳도 있다 보니 월세를 선호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 전세사기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위험을 회피하려는 임차인들이 늘어났다. 매매가격이 빠르게 떨어지면 임차인은 임대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우려가 커진다. 보증금 미반환 우려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보증금을 낮추고 일부를 월세로 전환하려는 선택이 늘고 있는 것이다. 

국토연구원은 지난 13일 보고서를 통해 주택 가격이 20% 하락할 경우, 집주인이 갭투자를 해 사들인 주택 40%에서 전세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전세보증금 미반환 가능성이 있는 갭투자 주택은 작년 하반기부터 증가해 내년 상반기에 정점을 찍을 것이란 게 국토연 전망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지난 2일 전세사기 대책 브리핑에서 "월세화는 아주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며 "목돈 대출이 어려운데다 전세사기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전세를 기피하고 있고, 월세에 대한 사회적 인식 자체가 바뀌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인이 범접하기 힘든 1,000만 원 이상 초고가 월세 거래도 속속 등장하면서 월세 시장 양극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4일까지 서울에서 월세 임대료가 500만 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된 아파트는 48건으로 나타났다. 1,000만 원 이상 월세 거래도 6건 있었다. 

월세 1,000만 원이 넘는 아파트가 가장 많은 지역은 성동구(3건)다. 성동구는 신흥부촌으로 떠오른 서울숲 인근 성수동 최고급 주상복합 단지에서 초고가 월세 계약이 잇따라 체결됐다. 성동구 성수동1가에 있는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162㎡는 지난달 17일 보증금 5억 원에 월세 2,000만  원에 갱신 계약이 체결됐다.

같은 동에 있는 '트리마제' 전용 140㎡도 지난달 20일 보증금 3억원 월세 1,550만 원에 신규 계약이 맺어졌다. 용산구 이촌동에서는 LG한강자이 전용 203㎡이 보증금 2억 원, 월세 1,100만 원에 신규 계약이 체결됐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월세 선호 경향이 나타나는 이유는 전·월세 전환율과 전세자금대출의 금리 차이에서 오는 전세 이탈 현상 때문"이라며 "또 현재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는 전세 사기 혹은 소위 깡통전세 현상이 올해도 계속 나타날 수 있어 세입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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