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검찰의 영장청구와 관련 입장을 밝힌 후 이동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검찰의 영장청구와 관련 입장을 밝힌 후 이동하고 있다.

[심일보 대기자] “제가 뭐 어디 도망간답니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조만간 결정한다는 방침에 대해 한 말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을 때에는 “언제 도망갈지 모른다”며 “구속되는 게 당연한 사안”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해당 발언을 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여부가 사법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보여주는 바로미터”라고 이같이 주장했다.

전날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대표의 과거 발언이 담긴 기사를 공유하며 “2017년 3월 30일 이재명 씨는 생각이 다르다. (그는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범죄행위가 중대하고 범죄를 부인하고 있고, 언제 도망갈지 모른다. 증거 인멸 정황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면서 강력하게 구속하라고 외쳤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1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을 구속하고 이 대표를 세 차례 불러 조사한 끝에 검찰은 대장동·위례 개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한 이 대표의 혐의를 확정했다. 

검찰에 따르면 대장동 사업과 관련한 이 대표의 배임액수는 4,895억 원에 이르고 민간사업자들이 취한 이익은 7,886억 원이다. 쉽게 말하면 시장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 시와 시민들에게 엄청난 손해를 끼치고 투기꾼들이 막대한 이익을 취하도록 해주었다는 뜻이다. 성남FC 후원금 133억5,000만 원은 뇌물로 규정했다. 검찰의 수사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 대표의 혐의는 실로 막중하다. 성남시민들의 몫이 되었을 천문학적 금전이 김만배 등 개인과 측근들의 뱃속으로 들어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용납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정치보복이라는 말로 여론을 호도하며 자신의 혐의를 조금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성호 의원이 작년 12월과 올 1월 대장동 비리 사건으로 구속된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구치소로 찾아가 “마음 흔들리지 마라”고 했다고 한다. 정 의원은 또 “검찰은 직접 증거가 없다. 다른 알리바이를 생각해 보라” “이대로 가면 (다음 대선에서) 이재명이 대통령 된다”고도 했다. 이 같은 대화 내용은 당시 특별 면회에 입회한 교도관이 작성한 접견록에 담겼다.

검찰의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에 야당의 반발을 고려할 때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국회를 통과하는 데 난항을 겪을 것이다. 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이날 구속영장 청구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을 무력화하고 대통령의 정적을 제거하려는 전대미문의 폭거”라며 “군사정권도 하지 못했던 일을 서슴지 않고 자행하는 윤석열 검찰의 만행에 분노한다”고 반발했다.

문제는 국회가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더라도 이번 영장에 적시되지 않은 그를 겨냥한 남은 수사가 여전히 곳곳서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추가 영장청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옹벽 아파트’로 논란이 된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쌍방울 대북 송금·변호사비 대납 의혹, 정자동 호텔 개발사업 특혜 의혹 등이 그것이다.

어쩌면 이재명 대표의 지금 심정은 “도망가고 싶다”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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