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의사·사업가 등 사칭…SNS로 접근해 오랜기간 친목 쌓아
"돈 필요하다"…결국 자산 탈취 목적 드러내
지난해 전 세계 가상화폐 스캠 피해 중 1인당 피해액 가장 높아

[김승혜 기자]  "사랑하는 허니, 내가 나사(NASA)에서 근무 중이잖아…지금 우주정거장에 있지, 산소를 살 돈과 지구로 귀환하기 위해서는 여권 갱신이 필요해 혹시 돈 좀 빌려 줄 수 있어?"

이렇듯 SNS를 통해 호감을 표시하며 신뢰를 형성한 후, 금전을 요구하는 사기 수법을 '로맨스 스캠'이라고 한다. 로맨스(romance)와 신용사기를 뜻하는 스캠(scam)의 합성어다.

“2,000만 원 코인 사기” 김상혁도 당했다

올해 그룹 클릭비 출신의 김상혁이 '로맨스 스캠' 범죄로 피해를 입은 사실을 털어놨다. 사업가로 변신한 김상혁은 지난 1월 24일 채널S '진격의 언니들'에서 "귀가 얇아 사기를 많이 당한다"며 "최근 1~2년간 1억 원 조금 넘게 (사기를)당했다"고 했다.

김상혁은 "어느날 소셜미디어(SNS)로 말을 건 외국인이 있었다"며 "누가 봐도 어색한 번역기 말투를 사용했다"고 했다. 그는 "공허한 마음에 뭐라고 하는지 궁금해 대꾸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친해졌다"며 "가까운 사람이면 (외려)내 얘기가 조심스러운데, 속이 썩어 있었던 것 같다. (외국인이)따뜻한 말로 위로를 많이 했다"고 했다.

김상혁은 어느 날부터 그 외국인이 '코인' 이야기를 꺼냈다고 했다. 그는 "지갑에 달러를 넣어두면 배당이 생길 것이라고 해 속는 셈치고 100만 원을 넣었다"며 "그랬더니 6시간마다 6,000원 정도 배당금이 들어왔다. 은행보다 낫다 싶어 조금씩 넣다보니 2,000만 원 정도 넣었다"고 했다.

그는 "배당판 비슷한 게 또 하나 생겼다"며 "영어를 모르니, 난 이게 배당판이랑 똑같은 줄 알고 눌렀는데 달러로 넣어둔 돈이 어디론가 싹 사라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방송사에서 비슷한 일이 사기라고 나왔다"며 "찾아보니 저랑 같은 피해 사례가 많았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경찰은 해외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군인·의사·사업가 등을 사칭하며 12명(남 8명·여 4명)과 친분을 쌓은 뒤, 통관비 등 명목으로 돈을 빌려 달라고 속여 6억5,000여 만 원을 받아 챙긴 외국인 4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조직의 상부로부터 범죄수익금 중 일정 금액을 받기로 하고, 자신들 명의 또는 자신들이 확보한 다른 외국인 명의 계좌와 카드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12월에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경찰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견된 군인·의사 등을 사칭하며 온라인으로 접근, 수십억원을 뜯어낸 외국인 일당을 검거했다. 이들은 2021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미국 군인·의사는 물론 국제연합(UN)·환경단체·선박회사 직원 등 다양한 전문직업을 사칭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국인들에게 접근, 31명에게서 총 37억 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자산 탈취 스캠 1위 '로맨스 스캠'…실제 피해 규모는 더 많을 수도  

미국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는 지난 17일 '2023 가상자산 범죄 보고서-스캠편'을 통해 투자 스캠, 로맨스 스캠, 돼지도살 스캠 등 지난해 전 세계에서 성행했던 스캠 유형들이 가상자산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했다. 

'투자 스캠'은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투자자를 현혹 시켜 투자금을 유치한 뒤, 파산하거나 잠적하는 행위를 말한다. '돼지 도살스캠'은 피해자를 현혹해 암호화폐를 구입하고 돈을 불려줘 투자 액수를 높인 뒤 이를 가로채는 사기수법이다.  돼지를 살찌게 한 뒤 도살해 많은 고기를 얻는 것을 비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발생한 가상화폐 스캠 피해 중 1인당 피해액이 가장 많은 유형은 '로맨스 스캠'이다. 로맨스 스캠의 1인당 피해액은 약 2,056만 원(약 1만6,000달러)으로 나타났다. 체이널리시스 측은 "로맨스 스캠의 1인당 피해액이 집계된 2,000만 원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면서 "로맨스 스캠 특성 상 피해자들이 이를 알리기 부끄러워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로맨스 스캠 다음으로 1인당 피해액이 높았던 유형은 '사칭 스캠'으로 약 5,750달러다. 사칭 스캠은 국세청 직원 등을 사칭해 가상화폐를 송금해야 한다고 피해자를 속이는 사기다.  이어 유명인을 사칭해 암호화폐를 보내주면 그보다 더 많은 암호화폐를 보내주겠다고 약속하는 사기인 '경품 스캠'의 1인당 피해액이 약 1,834달러로 조사됐다.   

비트코인 등락과는 관계없어…깊은 유대감 쌓는 것이 일차적 목표  

체이널리시스 조사 결과, 로맨스 스캠은 비트코인 가격·유통 양과의 상관 관계는 없었다. 

보고서는 "자산 가격 상승에 따라 더 많은 이익을 가로채는 일반적 투자 스캠과 달리, 로맨스 스캠은 피해자와 개인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사기꾼이 피해자에게 관심이 있으며, 도움이 필요하다고 믿게 만드는데 일차적인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며 "빨리 부자가 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개인적인 유대감을 가지게 하는 것이 상대방을 속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고서는 "사기꾼들은 자산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일반적인 투자 스캠을 로맨스 스캠으로 전환 할 수도 있다"면서 "이런 추세는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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