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젊은 층 수요 높아…흥행 변수 될 듯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 경쟁 심화 가능성 ↑
전문가들 "젊은 세대 밖 성장세는 저조할 수도"

애플, '애플페이' 한국 출시 발표
애플, '애플페이' 한국 출시 발표

[정재원 기자]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의 국내 출시가 임박한 가운데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교통카드 서비스·이용가능 가맹점 확대로 흥행을 점치는 시각이 있는 반면,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 보급 등 서비스 확대에 한계가 커 인기를 끌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다음 달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가 국내에 출시될 예정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애플사의 비접촉식 간편결제 시스템인 애플페이를 국내에서 서비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세계 결제 업자 2위인 애플페이가 도입될 경우 국내 간편결제 시장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페이는 NFC 단말기 기술을 통해 간편결제를 진행한다. 이 기술은 삼성페이가 사용하는 마그네틱보안전송(MST)에 비해 전송속도가 빠르고 보안성이 높아, NFC 단말기 사용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보급률이다. 국내 가맹점의 NFC 단말기 보급률은 2%대로 통상 NFC 단말기가 10만 원대에서 최대 20만 원까지의 가격대를 유지하다 보니 영세 자영업자 입장에선 애플페이를 위해 단말기를 교체하기도 부담스럽다. 게다가 카드사가 가맹점에 NFC 단말기를 보급하는 행위는 현행 여신금융전문법상 금지됐다. 삼성페이가 NFC와 MST 방식 모두를 운용 중임에도 MST를 통한 결제가 주를 이루는 이유다.

이 같은 이유로 애플페이의 흥행 가능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리서치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애플페이가 국내에서 처하게 될 난관으로 NFC 단말기 부족·수수료 발생 등을 꼽았다.

  

반면, 애플페이가 호환 기종인 아이폰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키울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애플페이의 강점은 '충성도'다. 젊은 세대 내에서 선호도와 이용 유지도가 높은 아이폰을 바탕으로 빠른 성장을 보일 수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국내 18세~29세 스마트폰 이용자의 52%는 아이폰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나, 삼성전자 갤럭시(39%)를 앞섰다. 30대에서는 삼성 갤럭시가 51%, 아이폰이 43%로 비슷했다. 애플페이가 도입될 경우 아이폰 비중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등 빅테크 기업은 긴장하는 모양새다. 당초 이들 빅테크기업은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 후 늘어난 삼성페이 등 간편결제 서비스가 오프라인 결제 회복을 견인하면서 경쟁구도에 놓였는데, 애플페이의 서비스 개시로 과열 경쟁에 놓였기 때문이다.

다만, 과다한 결제 수수료 등의 문제도 남아 있어 영향력을 얼마나 키울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간편결제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삼성페이의 경우, 연단위로 수수료를 부과하는 반면 애플페이는 건당 수수료를 부과한다. 카드사들 입장에선 이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입장차가 클 수 있다. 

하나금융연구소도 이와 관련 "현대카드와의 독점 제휴가 종료된 후 파급효과에 따라 제휴 카드사는 확대될 것으로 보이나 카드사의 수익성은 애플의 추가 수수료 요구로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시장에서 이미 보편화된 삼성페이의 아성을 무너뜨려야 하는 것도 과제다. 그러나 타 국가의 전례에 비춰보면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우리 보다 먼저 애플페이를 도입한 중국은 흥행에 실패했다. 중국은 지난 2016년 한국보다 먼저 애플페이를 도입했으나 큐알(QR)코드를 이용해 간편한 결제 및 송금까지 가능한 '알리 페이', '위챗 페이'의 점유율이 애플페이 도입 전부터 이미 높았다. 애플페이의 중국 내 점유율은 2016년 11%에서 지난해 3분기 17%로, 6년간 6%포인트 성장하는데 그쳤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아이폰의 사용률이 젊은 층에서 높기 때문에 출시 초기에는 해당 세대를 중심으로 성장세를 보일 수는 있다"며 "다만 2030세대 내의 성장 이후 간편결제 이용에 미숙한 중장년층이나 타 기종이 우세한 세대로의 확장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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